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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 예산 삭감하면서 출산 늘려라?

[2010년도 예산안] 국공립 신축 예산 등 반토막... "민간시설장 입김 탓"

등록|2009.11.06 15:38 수정|2009.11.06 15:38

▲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저소득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녀 보육시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흔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을 1차 사회안전망, 기초생활급여 등 공공부조를 2차 사회안전망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 보육지원 등은 '3차 사회안전망'으로 분류된다.

2010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1차 사회안전망 예산만 2.2%(2009년 추경예산 대비) 늘어나고, 2‧3차 사회안전망 예산은 각각 2.4%와 0.8% 줄어들었다.  

그런 가운데 3차 사회안전망 중 보육부문 예산은 22.1% 늘어난 2조 876억 원이 편성됐다. 영유아 보육료 지원사업에도 3500억 원(35.1%)의 예산이 더 늘어났다. 하지만 만 5살 무상보육료나 장애아 무상보육료, 보육시설 관련 예산은 줄거나 동결됐다. 

특히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이 포함된 보육시설 관련 예산이 크게 줄어든 것과 관련 "저출산 대책이 시급한 시점에서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육료 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국·공립 보육시설도 늘리는 쪽으로 예산편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유아보육료 지원 27.3% 증가... 장애아 무상보육료 5.6% 삭감

보육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보육부문 예산은 총 2조 876억 원이 편성됐다. 여기에는 ▲보육시설운영 지원 ▲영유아보육료 지원 ▲보육시설기능 보강 ▲보육인프라 구축 ▲보육시설평가 인증 ▲보육시설 지원 ▲시설미이용아동 양육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보육돌봄서비스'로 불리는 보육시설운영 지원 예산은 3398억여 원에서 3495억여 원으로 96억여 원(2.8%) 늘었다. 또 영유아보육료 지원 예산도 1조 2821억여 원에서 1조 6322억여 원으로 늘어나 27.3%의 증가율을 보였다.

'영유야보육료 지원' 사업에는 ▲0~4세아 차등보육료 지원 ▲만5세아 무상보육료 지원 ▲장애아 무상보육료 지원 ▲두 자녀 이상 보육료 지원 ▲맞벌이가구 지원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0~4세아 차등보육료 지원과 두 자녀 이상 보육료 지원 예산은 늘었지만 다른 사업 예산은 줄었다. 다만 신규사업인 맞벌이가구 지원 확대 예산으로 96억여 원이 새로 편성됐다.

만5세아 무상보육료 지원 예산은 1356억 원에서 1217억여 원으로 138억여 원이나 줄어 10.2%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장애아 무상보육료 지원 예산도 490억여 원에서 462억여 원으로 27억여 원(-5.6%)이 줄었다.

이와 관련, 국회예산정책처는 <2010년도 예산안 분석>에서 "만 5세아 무상보육료 지원과 장애아 무상보육료 지원은 지원 수준은 2009년과 동일하나 지원 대상자수가 줄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5세아의 경우 14만 명에서 12만 2000명으로, 장애아의 경우 1만 6000명에서 1만 5600명으로 줄었다는 것.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만5세아의 경우 1만 8000명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예산이 줄어들었지만, 장애아의 경우 방과후 보육 지원 단가가 종일보육 단가의 50%로 줄었다"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지원 대상자수가 줄어 자연스럽게 줄어든 무상보육료 지원 예산을 지원단가를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지원단가를 높일 경우 민간보육료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보육시설 기능 보강 예산 55.4% 삭감... "민간시설장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

영유아 보육료 지원은 대체로 늘어난 반면, 보육시설관련 예산은 대폭 깎였다. 국‧공립보육시설 신축 등 보육시설 기능 보강 예산은 211억여 원에서 94억여 원으로 무려 117억여 원이나 줄었다. 이는 감소율 55.4%에 해당하는 수치다.

보육바우처, 보육교사 자격관리 등 보육인프라 구축 예산도 163억 원에서 123억 원으로 41억 원(-24.9%)이 줄었다. 보육시설평가인증(34억여 원)과 보육시설 지원(150억여 원) 예산은 동결됐다.

보건복지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보육시설이 통계상으로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며 "수요가 감소해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은 농어촌지역에만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육지원을 받아야 할 영유아의 대부분이 대도시와 중‧소도시에 집중돼 있다. 그런 점에서 농어촌지역에만 추가로 국‧공립보육시설을 신축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0월 15일 발간한 <저출산 대응 주요정책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저렴한 비용과 서비스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은 2008년 12월 현재 전체 보육시설의 5.5%(1826개소)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이 전체 보육시설의 30% 정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5.5%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한 분석관은 "정부가 국‧공립 보육시설을 지어서 보육지원서비스를 하는 것보다 보육료 지원을 많이 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변금선 참여연대 간사는 "보육지원과 관련된 정책이나 예산에 부모들의 목소리보다는 민간보육시설장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래서 국‧공립 보육시설을 많이 짓기보다 민간보육시설을 보완해주는 식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2% 늘어난 '시설미이용아동 지원' 예산은 '과다' 판정

가장 높은 예산 증가율을 보인 것은 시설미이용아동 양육지원사업이다. 323억여 원에서 656억여 원으로 무려 332억여 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증가율 102.7%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이 예산의 경우 '과다 추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설미이용아동 양육지원사업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차상위계층의 0~1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월 10만 원씩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7월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2010년 지원대상자수는 11만4000명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가 2010년 추계인구, 차상위계층 이하 비율, 해당연령의 보육시설 미이용률 등을 헤아려 추산한 결과, 지원대상자수는 8만 598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산 결과를 근거로 국회예산정책처는 "보육시설 미이용아동 양육지원사업의 예산안은 과다편성되었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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