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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맛 나는 가족드라마 '공감 백배!'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99] 현실 속 우리와 닮은 주인공들의 삶에 공감

등록|2009.11.06 12:48 수정|2009.11.06 12:48

▲ 소시민의 삶과 가족의 훈훈함을 그려내고 있는 <살맛납니다> ⓒ imbc


살 맛 나는 세상에 살고 계십니까, 라고 묻는다면? "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그런 세상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는 제목에서부터 확 끌리는 무언가가 있다. 비록 아주 비현실적인 제목이지만.

이 드라마는 유쾌한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고 나섰다. 아마도 전작 막장드라마라고 부르기에도 어딘가 석연찮은 드라마 <밥줘>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상 원래 제목도 <이혼하지 맙시다>에서 제목을 변경할 걸 보면 MBC가 막장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는 것을 경계한 듯 보인다. 이러한 것들을 차치하고 <살맛납니다>는 아직까지는 유쾌, 상쾌, 통괘한 가족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 공감백배

시청률 40%를 장식하며 떠난 <솔약국집 아들들>과 비슷한 느낌이 묻어나는 드라마다. 하지만 제목만큼 주인공들은 살 맛 나는 세상 속에서 살지는 못하고 있다. 7년 동안 뒷바라지를 해온 남자친구가 고시에 합격하고는 연애 위자료 500만 원을 건네며 "남자를 안은 거 같았다", "이제 지겨워졌으니 헤어지자" 등 이야기한다.

그리고 말 한 마디도 못한 채 500만 원을 들고 들어온 딸을 위해 엄마가 뺨을 날리니, 못된 남자 "위자료가 적어서 그러십니까?"라고 되묻고, 이를 못 참고 여자 드디어 하이킥을 날린다. 하이킥을 날리는 순간 그 통쾌함은 잊을 수 없지만 결론은 참 살 맛 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제목과는 다르게 아이러니하게도 참으로 살 맛 안 나는 세상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고시에 합격한 남자가 여자를 배신한다? 여느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인기드라마에서 써먹은 물질만능주의를 그려내 불쌍한 여자를 만들어 버리는 이른바 인기드라마 공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헌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인기 드라마의 공식 따위는 적용되지 않는다.

왜? 돈이 많아도 전혀 행복하지 않은 가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무병까지 마친 남자. 하지만 아빠의 강권으로 이루어진 삶에 다시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반기를 든다. 그리고 이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아버지. 또한 평생 돈만을 좇으며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 자식의 꿈 따위는 안중에 없는 아버지. 돈이 있지만 살 맛 나지 않은 세상에 사는 것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뿐이 아니다. 일찍 결혼을 한 여자는 남편의 무능력함에 악밖에 남지 않았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위해 친정어머니에게 매번 신세를 진다. 더욱이 부모님 결혼기념일 선물로 500만 원을 모았건만 남편이 주식으로 그 돈을 날리자 하루 용돈 3천 원이라는 벌을 내리며 생계 걱정에 허덕인다. 또한 청년실업의 피해자로 인턴사원으로 들어갔지만 결국 이용당하고 버려질 운명이라는 것을 아는 남자는 부모님에게 신세 지는 것이 미안해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한다.

<살맛납니다>의 주인공들은 현실 속 우리들과 다를 게 없다. 돈에 헉헉대고, 사랑에 배신당해 가슴앓이 하고, 돈이라는 물질에 사로잡혀 모든 삶의 기준을 돈에 놓고, 아버지의 강권으로 힘들어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인생이 뜻대로 되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면, 참 행운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쓸쓸하다. 오죽 그랬으면 사는 게 고행이라는 말도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살아간다. 꿈을 위해서 살고, 죽지 못해 살고, 내 자식, 내 부모 때문에 살고.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살 맛 나지 않은 세상임에도 살아간다. <살맛납니다>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살맛납니다>의 주인공들은 모처럼 만나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반가운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벌이는 일상의 이야기는 참 살 맛 나지 않지만 유쾌하게 그려내 각박한 우리 삶에 비타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살 맛 나지 않는 세상에 놓인 주인공들은 우리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은 '으샤 으샤' 기운을 내며 긍정의 에너지로 삶을 맞이한다. 그 자세야말로 우리가 전해받아야 할 긍정의 에너지가 아니겠는가. 사실 7년 연애 끝에 실연당하고, 500만 원이라는 돈을 남편이란 사람이 날린다면? 사실상 제 정신을 차리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 주인공 가족들은 가족여행을 떠나 결속을 다지며 새 출발을 하기 위해 힘을 낸다. 아, 이 얼마나 삶의 긍정적인 자세가 아니겠는가. 더욱이 요즘과 같은 핵가족이 만연한 사회에서 이러한 훈훈한 가족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시청률이 10%대 초반을 이루고 있지만 이러한 긍정에너지에 많은 시청자가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에 힘을 내고 다시 한 번 살 맛 나지 않는 세상이지만 살 맛 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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