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단풍과 곶감의 유혹 속으로

천년고찰 백양사와 금곡영화마을 품은 전남 장성

등록|2009.11.06 15:23 수정|2009.11.06 15:23

▲ 백양사와 단풍. ⓒ 이돈삼


가을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요즘이다. 어디로 가볼까? 중부지방에서 시작된 단풍이 남녘까지 온통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다. 가을빛이 곱게 내려앉은 장성으로 가본다.

백양사가 있는 장성은 남도의 대표적인 단풍명소다. 백양사 단풍은 다른 곳과 달리, 잎의 크기가 작게는 어른 엄지손톱에서부터 크게는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것까지 작고 귀여운 것이 많아 '애기단풍'이라 불린다. 그 단풍이 절정이다.

백양사 입구에서부터 백양사까지 3㎞가 넘는 길이 온통 단풍이다. 단풍나무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앞자리에 설 만큼 풍광이 빼어나다.

이 가운데서도 고려의 충절 정몽주가 임금을 그리는 애틋한 시를 썼던 곳으로 알려진 쌍계루 주변의 단풍이 유난히 짙다. 단풍이 쌍계루 연못에 붉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풍경은 가을 단풍사진의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다.

▲ 백양사 들어가는 길. ⓒ 이돈삼


▲ 백양사 단풍. 쌍계루 앞 풍경이다. ⓒ 이돈삼


백양사가 남도단풍의 백미로 꼽히는 건 백양사를 끼고 있는 백암산의 기후조건에서 출발한다. 강수량과 일조량이 풍부한데다 산간지역이어서 일교차가 큰 때문이다. 올해 가뭄도 없어 이곳 단풍은 지난해보다 훨씬 곱고 아름답다.

단풍 외에 볼거리도 있다. 올해는 신종플루의 확산으로 단풍축제를 취소했다. 대신 7일과 8일 이틀 동안 백양사 앞에서 단풍거리 통기타 공연을 한다. 백양사 대웅전 마당에서 단풍 분재전시회도 한다. 단풍과 어우러진 통기타 공연과 분재전시가 멋스럽겠다.

백양사의 비자나무 숲도 아름답다. 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오래 묵은 굴참나무도 빼곡해 숲의 품격도 높다. 백양사 쌍계루에서 천진암으로 오르는 길은 백암산 숲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숲길로 제격이다. 식물마다 이름과 특징을 써 놓은 설명판이 세워져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백암산은 평소 산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백양사를 품고 있는 백암산은 산세가 비교적 험한 편이다. 그러나 기암괴석과 백양사의 아름다운 단풍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가을철 최고의 산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산행은 백양사에서 약사암-영천굴-백학봉-상왕봉-운문암을 거쳐 다시 백양사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체력과 여건에 따라 산행코스를 조정할 수도 있어 가족끼리 찾아도 좋다.

▲ 곶감 깎고, 타래에 걸어 말리고... ⓒ 이돈삼


▲ 타래에 걸린 곶감. ⓒ 이돈삼


백양사 주변의 단풍이 형형색색이라면, 절 바깥 마을의 가을 풍경은 주홍빛이다. 여기저기 감나무에 탐스럽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끝자락부터 빨갛게 물든 나뭇잎도 정겹다. 잎사귀를 털어낸 감나무가 홍시를 매달고 있는 풍경도 매혹적이다. 감나무의 빨강 잎과 주홍빛 감도 장성에서 만날 수 있는 가을풍경이다.

백양사가 자리하고 있는 장성군 북하면은 감 주산지다. 하여, 마을주민들은 요즘 곶감을 깎느라 바쁜 나날 보내고 있다. 밤낮의 기온차가 큰 이 곳의 곶감이 유난히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다. 여기서는 해마다 100여 농가에서 400여 톤의 곶감을 생산하고 있다.

▲ 무인 양심가게 내부. ⓒ 이돈삼


▲ 무인 양심가게 바깥 풍경. ⓒ 이돈삼


백양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신촌마을에 들러봐도 좋다. 이 마을은 무인 양심가게가 있는 곳이다. 신촌마을의 무인 양심가게가 문을 연 게 지난 2005년 봄. 벌써 4년 넘게 무인가게로 운영되고 있다. 가게엔 외상장부도 있다. 주민들은 급하게 물건이 필요할 때 외상을 달아놓고 물건을 가져간 다음, 돈이 생겼을 때 갚기도 한다.

아이들 손을 잡고 가서 이 가게를 보여주고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어른들도 우리 사회에 아직 이런 가게가 있고, 그것도 4년 넘게 탈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축령산 휴양림과 금곡 영화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축령산 휴양림은 잘 닦여진 임도를 따라 삼나무와 편백나무 군락이 이어지는 전국 최고의 인공숲이다. 숲길은 황룡면 추암리에서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까지 이어진다. 완만하게 이뤄진 숲길이 6㎞나 된다. 나무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비포장 길이지만 승용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다. 하지만 숲길은 발품을 팔며 걷는 것이 최고다.

▲ 금곡마을. 옛날 농촌풍경 그대로다. ⓒ 이돈삼


금곡 영화마을은 장성에서 고창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축령산이 품고 있다. 고샅길을 따라 이어지는 담장과 초가집이 정겨운, 70∼80년대 우리 농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이곳이 유명세를 탄 것은 장성출신 임권택 감독이 여기서 영화 '태백산맥'을 촬영한 뒤부터다. 그 이후로 텔레비전 드라마 '왕초', 영화 '남부군'과 '내마음의 풍금'을 비롯 심심찮게 영화나 드라마를 찍으면서 '영화마을'이란 명성을 얻었다. 숲속에서 미술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는 아담한 미술관도 있다.

먹을거리도 푸짐하다. 남도 어디를 가더라도 먹을거리 걱정 안 해도 된다는 통설은 장성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백양사 앞에 산채요리 전문식당들이 즐비하다. 장성호반에 가면 메기매운탕 집도 많다. 메기매운탕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고소할 뿐만 아니라 지방의 크기도 미세해 소화가 잘 된다.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 스테미너 음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꿩고기 샤브샤브를 맛볼 수 있는 곳도 장성에 있다.

▲ 백양사와 단풍. ⓒ 이돈삼


▲ 기와 위의 낙엽. ⓒ 이돈삼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