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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264) 미래지향적

― '수천수백 년 후를 내다보는 미래지향적인 관점' 다듬기

등록|2009.11.08 11:13 수정|2009.11.08 11:13

- 미래지향적인 관점

.. 지금이야말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수천수백 년 후를 내다보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지구를 돌아볼 때입니다 ..  《데즈카 오사무/하연수 옮김-아톰의 슬픔》(문학동네,2009) 21쪽

 "전(全) 지구적(地球的) 차원(次元)에서"는 "모든 지구 테두리에서"나 "지구를 통틀어 보는 눈으로"나 "온누리를 통틀어"로 다듬어 봅니다. '년(年)'은 '해'로 손보고, '후(後)'는 '뒤'나 '다음'으로 손보며, '관점(觀點)'은 '눈'이나 '눈길'로 손봅니다.

 ┌ 미래지향적 : x
 ├ 미래지향(未來指向) : [철학] 독일의 후설(Husserl, E.)의 현상학에서, 미래의 │    체험이나 의식을 현재의 의식 안에 설정하는 일
 │
 ├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 미래를 내다보는 눈으로
 │→ 앞날을 바라보는 눈으로
 │→ 앞날을 헤아리는 눈길로
 │→ 앞날을 널리 헤아리면서
 │→ 앞날을 두루 살피면서
 └ …

 국어사전에서는 '미래지향'이라는 말마디를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말마디는 퍽 많은 곳에 아주 두루 쓰고 있습니다. "미래지향적 교사"라든지 "미래지향적 정책"이라든지 "미래지향적 인식"이라든지 "미래지향적 인물"이라든지 "미래지향적 기술"이라든지 하면서, 온갖 곳에서 골고루 쓰고 있어요.

 그렇다면 '미래지향'은 무엇을 가리키는 말마디일까요. 우리는 이런 말마디를 쓰면서 어떤 마음을 나타내려고 하는가요. 그저 "미래를 지향한다"는 뜻에서 쓰는 말마디일까요. '미래'는 무엇이고 '지향'은 무엇인가요.

 다시금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미래(未來)'는 "앞으로 올 때"를 뜻한다 하며 '앞날'로 고쳐쓰라고 나옵니다. '지향(指向)'은 "작정하거나 지정한 방향으로 나아감"을 뜻한다 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나아감"을 가리키는 '미래지향'이라 할 테며, "앞을 바라본다"든지 "앞날을 생각한다"든지 "앞날을 내다본다"든지 한다는 말마디입니다.

 ┌ 수천수백 해 뒤를 내다보는 눈길로
 ├ 수천수백 해 앞을 헤아리는 눈썰미로
 ├ 수천수백 해 뒤를 살펴보는 눈높이로
 ├ 수천수백 해 앞을 곱씹는 눈매로
 └ …

 곰곰이 생각해 보면,'과거지향'이나 '현재지향'이라는 말마디를 함께 쓰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옛날을 본다"나 "오늘을 본다"처럼 말하는 일은 퍽 드문 우리들입니다. 있는 그대로 "지난날 보기-오늘날 보기-앞날 보기"처럼 적으면 넉넉할 텐데, 있는 그대로 쓰지 않는 우리들이라 할 만합니다.

 다른 자리에서도 다르지 않은데, 좀더 슬기롭게 말하지 않는 우리들입니다. 좀더 알맞춤하게 말과 글을 추스르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더욱 손쉽고 깨끔하게, 한결 부드럽고 올바르게 말하거나 글쓰려는 데에는 마음을 안 쏟는 우리들입니다.

 ┌ 지난날 생각하기 / 옛날 보기 / 옛날 생각
 ├ 오늘날 생각하기 / 오늘 보기 / 오늘 생각
 └ 앞날 생각하기 / 앞날 보기 / 앞날 생각

 어쩌면, 학교에서 우리한테 올바른 길을 안 가르쳐 준 탓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어버이들이 우리한테 올바른 삶을 안 보여준 탓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우리한테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려 하지 않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 우리한테 올바른 삶이 어떠한가를 헤아리려 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야 알맞으리라 생각합니다.

 틀림없이 학교는 지식만 집어넣습니다. 시험점수만 잘 나오면 그만이라고 여깁니다. 어김없이 어버이들은 아이들이 더 높은 대학교에 더 높은 점수를 받고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사무직 일자리를 얻어 더 많은 돈을 받고 일하기를 꿈꿉니다. 이러는 가운데 참된 가르침이나 참다운 매무새가 자리잡거나 뿌리내기는 어렵습니다.

 ┌ 미래지향적인 세련된 모습으로 → 먼 앞을 내다본 매끈한 모습으로
 ├ 미래지향적인 혁신의 발판이 될 → 앞으로 새롭게 달라질 발판이 될
 ├ 미래지향적이며 참신한 아이디어 → 앞날을 내다보는 새로운 생각
 ├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 앞날을 생각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 미래지향적인 차세대 글로벌 경차
 └→ 앞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쓰일 작은차 / 앞날을 생각하는 새로운 작은차

 우리 말 앞날이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말 앞날보다도 우리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앞날이 훨씬 걱정스럽습니다.

 우리 글 앞날이 근심이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 글 앞날보다도 우리 삶터에 발디딘 사람들 오늘 모습이 더욱 근심이 됩니다.

 말이며 생각이며 삶이며, 글이며 넋이며 삶터며, 이야기며 마음이며 목숨이며, 어느 한 가지 알차고 아름답고 싱그럽게 엮이거나 이루어지는 모습을 찾아보지 못합니다. 수수하게 손을 내밀고, 조촐하게 어깨동무를 하며, 꾸밈없이 부둥켜안는 모습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스스럼없이 사랑하고, 거짓없이 믿으며, 거리낌없이 나누는 모습은 나날이 사라진다고 느낍니다.

 ┌ 먼 앞날을 바라보는 눈
 ├ 긴 앞날을 내다보는 눈
 ├ 아득한 앞날을 헤아리는 눈
 ├ 다가올 나날을 꿰뚫어보는 눈
 └ …

 얄궂었던 지난날 같은 오늘날로 이어지고, 예나 이제나 얄궂은 모습대로 앞날까지 이어갈 듯합니다. 얄궂을밖에 없던 지난날 우리 말 모습이 오늘날로 이어지며, 예나 이제나 얄궂을밖에 없던 말글이 앞날까지도 얄궂은 채 고름과 생채기가 고스란히 이어질 듯합니다.

 이 나라 사람들한테는 생각하며 살기가 그지없이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이 나라 어른 아이 누구한테나 생각하며 말하기가 더없이 힘든 일인 듯합니다. 꿈꾸는 삶과 꿈꾸는 말은 오래도록 덧없는 생각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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