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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2차 방북 무산, 김일성 묘소 참배 요구 때문 아냐"

최경환 대변인 "박재규 전 장관과 협의한 적 없어"

등록|2009.11.08 16:34 수정|2009.11.08 16:34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겸 대변인은 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2차 방북 무산은 북측의 김일성 묘소 참배 요구 때문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은 7일자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005년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북한 방문 때 북측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김일성 묘소 참배를 요구했고, 결국 이 문제로 방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대변인은 "북측은 김 전 대통령을 퇴임 이후 3차례 초청했다"면서 그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첫 번째는 2004년 6월 북측의 리종혁 아태위원회 부위원장이 6.15남북공동선언 4주년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해 "좋은 계절에 평양에 오셔서 쉬어가시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뜻을 전했다. 두 번째는 2005년 6월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평양 방문 때, 김 위원장이 당시 고문단으로 수행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에게 "좋은 때 오셔서 쉬어가시라"는 뜻을 전했다. 세 번째는 2005년 8월 김 전 대통령이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서울을 방문한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병문안을 와서 같은 뜻을 전달했다.

"퇴임 후 북측이 3차례 초청... 박 전 장관과는 방북 협의한 적 없어"

최 대변인은 "이 3차례 모두 북측은 '좋은 때 오셔서 쉬어가시라'는 뜻을 전했을 뿐이지, 김일성 묘소 참배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2006년 6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함께 금강산과 개성에서 2차례 북측과 방북 실무협의를 했던 당사자인 최 대변인은 "박재규 전 장관께서 사실을 잘못 알고 계신 것 같다"면서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정세를 고려해 김 전 대통령이 방북을 연기하기로 한 것이었고 김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김 전 대통령측이 박 전 장관과 협의한 적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낸 박 전 장관은 프랑스 시라크 재단이 선정한 제1회 분쟁방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파리 현지에서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10년의 정권에서 원칙 없는 감성적 통일론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지난 정권 때는 걱정스러웠다. 노무현 정권 당시 우리측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해 보인 모습들은 실망스럽고 놀랍기까지 했다. 특히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북한 인사들과 얼싸안고 술에 취해있는 모습을 보면서 심한 충격을 받았다. 반미와 민족주의 등이 난무했다. 북한 문제에서는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일례로 2005년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측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초청 의사를 밝혔다. 그때 전제 조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김일성 묘역을 참배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나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김 전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이후 대화할 때마다 장관이든 의원이든 모두 머리를 숙여야하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로 김 전 대통령의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 문제로 나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원칙없는 북한 정책은 있을 수 없다는 게 내 소신이다."

이희호 이사장, 13일 김 전 대통령 추도회 참석차 방일

한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 추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13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일본 도쿄와 오사카의 고(故) 김대중 대통령 추모위원회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이 이사장의 일본 방문은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13일 도쿄 '아사히홀'에서 개최되는 추도회에는 고(故) 오부치 총리 부인인 지즈코 여사,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 센고쿠 요시토 일본내각 특명장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이토 나리히코 일본 중앙대 교수 등 일본의 정치·종교·학계 인사, 재일동포 등 4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14일 오사카 '오사카교회'에서 개최되는 추도회에는 나카노 간세이 전 중의원 부의장, 스지모토 기요이 국토교통성 부장관 등 일본측 인사들과 재일동포 등 4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도쿄와 오사카 추도회를 주관하고 참석하는 인사들은 김 대통령이 1973년 도쿄납치사건, 망명, 연금, 투옥, 1980년 사형선고 등 고난을 받던 시절, 구명운동과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거나, 대통령 재임 중 한일관계 발전에 함께 협력한 인사들이다.

이 이사장은 도쿄와 오사카 추도회에 각각 참석, 김 전 대통령이 고난 받던 시절 성원해준 일본 인사들과 교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고인의 유지를 이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한일관계 발전에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또한 이희호 이사장은 최근 일본어로 번역 간행된 이희호 자서전 <동행>(아사히신문출판부 발행, 일본어 서명 : <남편 김대중과 함께>)과 김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증보판, 암파문고 발행)을 출판사로부터 전달받는다.

이번 이희호 이사장의 일본 방문에는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인 한승헌 변호사와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 윤철구 사무총장, 최경환 공보실장이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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