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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그립거든 상왕산 개심사로 가라

우리문화 답사기(45)

등록|2009.11.09 14:48 수정|2009.11.09 14:48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단풍들이 명을 다하지 못하고 스러져 간다. 그런 단풍들이 아쉬워 연일 단풍을 보려는 사람들로, 단풍이 절경이라는 곳은 만원이란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에 자리한 상왕산 개심사는, 가을 단풍이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제몫을 다하고 있다. 일주문에서 돌로 만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발밑을 간질이는 낙엽들과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개심사 오르는 길사왕산 개심사를 오르는 길은 발 밑에서 소리가 난다. 쌓인 낙엽들이 밟히는 소리다. ⓒ 하주성



단풍, 붉다고 단풍은 아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단풍이다. 개심사의 단풍은 바로 그런 최고의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다. 개심사는 백제 때의 절이다. 혜감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개심사는, 대웅전 기단이 백제 때의 것이라고 한다. 대웅전은 조선조 성종 6년인 1475년 소실이 된 것을, 성종 15년인 1484년에 중건한 것이다.

상왕산 오르는 길은 꿈결 같기만

연못안양루 앞에 만들어진 연못. 연못을 가로지른 길에 올라서면 스스로 자연이 되어감을 느낀다 ⓒ 하주성



보물 제143호 대웅보전대웅보전의 뒤로 단풍이 물들었다. ⓒ 하주성



일주문을 지나 상왕상 개심사로 가려면 10여 분을 걸어야 한다. 오르는 길에 만나는 돌계단을 밟으면 소리가 난다. 바로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때문이다. 지천으로 깔린 낙엽이 이리저리 뒹굴면서 발아래서 소리를 낸다.

주변은 온갖 색을 자랑하는 단풍들이 들어차 있다. 천천히 가을을 느끼며 오르다보면 어느새 입구에 들어선다. 연못 가운데로 난 길을 걸으면 별천지다. 그래서 가을에 개심사를 찾는 사람들은, 또 다시 다음을 약속하는가 보다. 보물 제143호로 지정이 된 대웅보전은 백제 때의 기단 위에 세워졌다. 주변의 단풍과 어우러져 또 다른 가을을 이야기한다.

제멋대로 생긴 기둥에 정감이 가다

심검당멋대로 휘어진 기둥들이 심검당을 더 고풍스럽게 만든다. ⓒ 하주성



개심사가 좋은 것은 멋대로이기 때문이다. 심검당과 종각, 무량수각의 기둥들을 보면 제멋대로다. 굽어진 나무들을 그대로 기둥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하나도 뒤틀림이 없이 버티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자연의 조화다. 자연 그대로를 사용한 전각들이 있어 개심사의 가을이 더 아름답다.

무량수각 가둥무량수각의 기둥들도 자연이다. 가공하지 않은 제모습대로의 나무들을 기둥으로 사용했다 ⓒ 하주성



종각종각 주변으로도 단풍이 아름답다. 종각 역시 있는 그대로의 구부러진 기둥이다. ⓒ 하주성




낙엽과 단풍이 마음대로 돌아다녀


어디를 가도 낙엽이 그대로 쌓여있다. 치우지 않은 낙엽이 있어, 개심사의 가을이 더 풍성해 보인다. 명부전을 지나 산신각으로 오르는 길에 보면 환상적인 낙엽 길을 걷게 된다. 누가 이 아름다운 자연을, 둔한 머리로 표현을 할 것인가? 널브러진 나무가 하나 누워있어 마음이 편해진다. 만일 저 나무를 누군가 치웠다면 이리 아름다운 길이 되지는 못했을 것을. 멋대로 놓아둔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치장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 마음대로 놓여있는 것들에서 마음의 자유를 얻는다.

명부전 낲산신각을 오르다 보는 명부전. 지붕 위 낙엽과 길에 쌓인 낙엽, 그리고 단풍이 어우러져 커다란 그림을 한 폭 만든다. ⓒ 하주성



산신각 오르는 길 쌓인 낙엽이 아름답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 하주성



가을이 깊은 철에 상왕산 개심사에 오르면, 그곳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만나게 되는 선경임이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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