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쓴 겹말 손질 (78) 너무 과하게
[우리 말에 마음쓰기 794] '파란 창공'과 '파란 하늘'
ㄱ. 너무 과하게
.. "아사기 언니랑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대로는 핸드메이드 티가 너무 과하게 풍겨." .. 《아즈마 키요히코/금정 옮김-요츠바랑! (7)》(대원씨아이,2008) 103쪽
"엄마의 웃음소리"는 "엄마가 웃는 소리"로 다듬습니다. '핸드메이드(hand made)'는 '손으로 만든'이나 '어설피 만든'으로 손질합니다.
┌ 너무 :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
│ - 너무 크다 / 너무 늦다 / 너무 먹다 / 너무 어렵다 / 너무 많다
├ 과하다(過) : 정도가 지나치다
│ - 씀씀이가 과하다 / 술이 과하신 듯한데 / 너무 말씀이 과하시지 않습니까? /
│ 그 양반 욕심이 너무 과한 탓에
│
├ 너무 과하게 풍겨
│→ 너무 풍겨
│→ 너무나 풍겨
│→ 지나치게 풍겨
└ …
국어사전에서 '너무'가 어떤 뜻인가를 찾아봅니다.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외마디 한자말 '過하다' 뜻풀이를 봅니다. "정도가 지나치게"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두 낱말은 모두 '지나치게'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 너무 말씀이 과하시지 않습니까? → 말씀이 너무하시지 않습니까?
└ 욕심이 너무 과한 탓에 → 욕심이 지나친 탓에
'過하다'를 풀이하는 국어사전에 달린 보기글을 살피니, 두 군데에서 "너무 과하다" 꼴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쓰니까 이런 보기글을 싣기도 할 터이나, 국어사전 엮는이 스스로 "너무 과하다"가 겹말인 줄 모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 씀씀이가 과하다
│
│→ 씀씀이가 지나치다
│→ 씀씀이가 너무하다
│→ 씀씀이가 너무 많다
└ …
우리들은 우리 말을 잘 모릅니다. 아니, 너무 모릅니다. 아니, 너무 마음을 안 둡니다. 생각해 보면, 함부로 쓰고 있는 미국말도, 뜻을 제대로 안 살피며 쓰곤 합니다. 엉터리로, 터무니없이 쓰는 미국말이 대단히 판칩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엉터리에다가 어줍잖게 쓰는 우리 말이, 터무니없을 뿐더러 웃기는 우리 말이 지나치게 쓰이고 있습니다.
ㄴ. 파란 창공
.. 우리는 오염된 공기 때문에 숨이 막히기 시작했고, 탁 트인 서부의 파란 창공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탄식했다 .. 《마이클 예이츠/추선영 옮김-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이후,2008) 114쪽
'오염(汚染)된'은 '더러운'이나 '지저분한'이나 '매캐한'으로 다듬습니다. "숨이 막히기 시작(始作)했고"는 "숨이 막혔고"나 "숨이 막히게 되었고"로 손봅니다. "서부의 파란 창공"은 먼저 "서부에서 보던 파란 창공"으로 손질합니다. "사라졌다는 사실(事實)에 탄식(歎息)했다"는 "사라졌음을 느끼고 한숨을 쉬었다"로 고쳐 줍니다.
┌ 창공(蒼空) = 창천(蒼天)
│ - 창공에 빛난 별 /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학의 모습
├ 창천(蒼天) : 맑고 푸른 하늘
│ - 유유한 창천을 우러르다 / 구름 한 점 없이 창천을
│
├ 파란 창공이 사라졌다
│→ 파란하늘이 사라졌다
│→ 파랗고 맑은 하늘이 사라졌다
│→ 파랗디파란 하늘이 사라졌다
└ …
'창천'과 같은 말이라고 하는 '창공'입니다. '창천'은 "맑고 푸른 하늘"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하늘빛은 풀빛이 아닌 파란빛이므로, 국어사전 풀이는 잘못되었습니다. 다만, '푸르다'라는 낱말은 "빛깔이 맑은 모습"을 가리킬 때에도 쓰니, 이렇게 생각해 보면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런데 국어사전 뜻풀이는 다시 생각하고 살펴보아도 잘못되었습니다. '맑음'을 가리키는 '푸르다'를 넣으며 하늘을 가리킨다고 하는 자리인데, 국어사전 뜻풀이는 '맑고 푸른 하늘'처럼 적었습니다. 아주 틀렸어요. 그냥 "푸른 하늘"이라고만 뜻을 달든지 "맑은 하늘"이라고만 뜻을 달아야 올바릅니다. 제대로 쓰임새를 살피고 알맞춤하게 말뜻을 헤아리면서 적어 본다면, "맑고 파란 하늘"이 되어야 합니다.
┌ 창공에 빛난 별 → 파란하늘에 빛난 별
├ 창공으로 날아오로는 → 파란하늘로 날아오르는
├ 유유한 창천을 → 한갓진 파란하늘을
└ 구름 한 점 없이 창천을 →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그러나저러나,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은 어디쯤 될는지요. 지리산쯤? 설악산쯤? 한라산쯤? 양구 골짜기쯤? 고성쯤? 해남이나 구례쯤? 고흥이나 통영이나 거제쯤?
┌ 파란 + (무엇)
└ 파란하늘 / 파란바다
토박이말로 짓는 낱말은 국어사전에 제대로 못 오르곤 합니다. 한자로 짓는 낱말은 어김없이 국어사전에 오르고 있지만 말입니다. '창천'이나 '창해' 같은 낱말은 국어사전에 실리지만, '파란하늘'과 '파란바다'는 국어사전에 안 실립니다. 비슷하게 두루 쓰는 '푸른나무'나 '푸른숲'이나 '푸른들' 같은 낱말도 국어사전에는 안 실립니다.
┌ 푸른꿈 / 파란꿈 / 하얀꿈 / 검은꿈 / …
└ 푸른마음 / 파란마음 / 하얀마음 / 검은마음 / …
모든 낱말을 국어사전에 실을 수는 없을 터이나, '푸른꿈'이나 '파란꿈'쯤은, 또 '푸른마음'이나 '하얀마음'쯤은, 또 '검은마음'까지도 국어사전에 실을 법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가꾸고 돌보고 북돋우면서, 자꾸자꾸 알맞고 살갑게 써 나가야지 싶습니다.
이렇게 해야 바야흐로 '푸른 하늘'로 잘못 쓰는 일이 줄거나 사라집니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파란 창공'처럼 엉터리 겹말을 쓰는 말투를 털어낼 수 있습니다. 엉터리 겹말을 털어내지 못하면, 우리 말은 엉터리인 모습 그대로 나날이 시들거나 움츠러들고 맙니다.
.. "아사기 언니랑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대로는 핸드메이드 티가 너무 과하게 풍겨." .. 《아즈마 키요히코/금정 옮김-요츠바랑! (7)》(대원씨아이,2008) 103쪽
┌ 너무 :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
│ - 너무 크다 / 너무 늦다 / 너무 먹다 / 너무 어렵다 / 너무 많다
├ 과하다(過) : 정도가 지나치다
│ - 씀씀이가 과하다 / 술이 과하신 듯한데 / 너무 말씀이 과하시지 않습니까? /
│ 그 양반 욕심이 너무 과한 탓에
│
├ 너무 과하게 풍겨
│→ 너무 풍겨
│→ 너무나 풍겨
│→ 지나치게 풍겨
└ …
국어사전에서 '너무'가 어떤 뜻인가를 찾아봅니다.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외마디 한자말 '過하다' 뜻풀이를 봅니다. "정도가 지나치게"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두 낱말은 모두 '지나치게'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 너무 말씀이 과하시지 않습니까? → 말씀이 너무하시지 않습니까?
└ 욕심이 너무 과한 탓에 → 욕심이 지나친 탓에
'過하다'를 풀이하는 국어사전에 달린 보기글을 살피니, 두 군데에서 "너무 과하다" 꼴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쓰니까 이런 보기글을 싣기도 할 터이나, 국어사전 엮는이 스스로 "너무 과하다"가 겹말인 줄 모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 씀씀이가 과하다
│
│→ 씀씀이가 지나치다
│→ 씀씀이가 너무하다
│→ 씀씀이가 너무 많다
└ …
우리들은 우리 말을 잘 모릅니다. 아니, 너무 모릅니다. 아니, 너무 마음을 안 둡니다. 생각해 보면, 함부로 쓰고 있는 미국말도, 뜻을 제대로 안 살피며 쓰곤 합니다. 엉터리로, 터무니없이 쓰는 미국말이 대단히 판칩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엉터리에다가 어줍잖게 쓰는 우리 말이, 터무니없을 뿐더러 웃기는 우리 말이 지나치게 쓰이고 있습니다.
ㄴ. 파란 창공
.. 우리는 오염된 공기 때문에 숨이 막히기 시작했고, 탁 트인 서부의 파란 창공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탄식했다 .. 《마이클 예이츠/추선영 옮김-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이후,2008) 114쪽
'오염(汚染)된'은 '더러운'이나 '지저분한'이나 '매캐한'으로 다듬습니다. "숨이 막히기 시작(始作)했고"는 "숨이 막혔고"나 "숨이 막히게 되었고"로 손봅니다. "서부의 파란 창공"은 먼저 "서부에서 보던 파란 창공"으로 손질합니다. "사라졌다는 사실(事實)에 탄식(歎息)했다"는 "사라졌음을 느끼고 한숨을 쉬었다"로 고쳐 줍니다.
┌ 창공(蒼空) = 창천(蒼天)
│ - 창공에 빛난 별 /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학의 모습
├ 창천(蒼天) : 맑고 푸른 하늘
│ - 유유한 창천을 우러르다 / 구름 한 점 없이 창천을
│
├ 파란 창공이 사라졌다
│→ 파란하늘이 사라졌다
│→ 파랗고 맑은 하늘이 사라졌다
│→ 파랗디파란 하늘이 사라졌다
└ …
'창천'과 같은 말이라고 하는 '창공'입니다. '창천'은 "맑고 푸른 하늘"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하늘빛은 풀빛이 아닌 파란빛이므로, 국어사전 풀이는 잘못되었습니다. 다만, '푸르다'라는 낱말은 "빛깔이 맑은 모습"을 가리킬 때에도 쓰니, 이렇게 생각해 보면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런데 국어사전 뜻풀이는 다시 생각하고 살펴보아도 잘못되었습니다. '맑음'을 가리키는 '푸르다'를 넣으며 하늘을 가리킨다고 하는 자리인데, 국어사전 뜻풀이는 '맑고 푸른 하늘'처럼 적었습니다. 아주 틀렸어요. 그냥 "푸른 하늘"이라고만 뜻을 달든지 "맑은 하늘"이라고만 뜻을 달아야 올바릅니다. 제대로 쓰임새를 살피고 알맞춤하게 말뜻을 헤아리면서 적어 본다면, "맑고 파란 하늘"이 되어야 합니다.
┌ 창공에 빛난 별 → 파란하늘에 빛난 별
├ 창공으로 날아오로는 → 파란하늘로 날아오르는
├ 유유한 창천을 → 한갓진 파란하늘을
└ 구름 한 점 없이 창천을 →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그러나저러나,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은 어디쯤 될는지요. 지리산쯤? 설악산쯤? 한라산쯤? 양구 골짜기쯤? 고성쯤? 해남이나 구례쯤? 고흥이나 통영이나 거제쯤?
┌ 파란 + (무엇)
└ 파란하늘 / 파란바다
토박이말로 짓는 낱말은 국어사전에 제대로 못 오르곤 합니다. 한자로 짓는 낱말은 어김없이 국어사전에 오르고 있지만 말입니다. '창천'이나 '창해' 같은 낱말은 국어사전에 실리지만, '파란하늘'과 '파란바다'는 국어사전에 안 실립니다. 비슷하게 두루 쓰는 '푸른나무'나 '푸른숲'이나 '푸른들' 같은 낱말도 국어사전에는 안 실립니다.
┌ 푸른꿈 / 파란꿈 / 하얀꿈 / 검은꿈 / …
└ 푸른마음 / 파란마음 / 하얀마음 / 검은마음 / …
모든 낱말을 국어사전에 실을 수는 없을 터이나, '푸른꿈'이나 '파란꿈'쯤은, 또 '푸른마음'이나 '하얀마음'쯤은, 또 '검은마음'까지도 국어사전에 실을 법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가꾸고 돌보고 북돋우면서, 자꾸자꾸 알맞고 살갑게 써 나가야지 싶습니다.
이렇게 해야 바야흐로 '푸른 하늘'로 잘못 쓰는 일이 줄거나 사라집니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파란 창공'처럼 엉터리 겹말을 쓰는 말투를 털어낼 수 있습니다. 엉터리 겹말을 털어내지 못하면, 우리 말은 엉터리인 모습 그대로 나날이 시들거나 움츠러들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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