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충청도 또 속아, 이젠 목숨 걸고 싸우겠다"

[현장] 행정도시 원안건설 촉구 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

등록|2009.11.10 15:54 수정|2009.11.10 19:37

▲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행정도시 원안건설 촉구 범 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행정도시 사수' '세종시 특별법 통과하라'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play

"첫째도 원안! 둘째도 원안! 셋째도 원안!" ⓒ 김윤상


"이명박 '바지저고리' 정운찬 총리 당장 물러나라고 해! 충청도 사람이 총리 되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냥 완전히 뒤통수 맞았어!"

찬바람 부는 서울역에서 충남 연기군민 양모(64)씨는 허탈하게 말했다. "평생 시골에서 농사만 지었다"는 그의 얼굴은 검고 손은 거칠었다. 담배를 물고 빨아당기는 그의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우리 충청도는 만날 '핫바지'여. 만날 당하고 또 당해. 생각하믄 억울해 죽것어!"

그의 머리에 묶여 있는 붉은 머리띠가 다소 어색하게 보였다. 그곳에는 "행정도시 사수"가 적혀 있었다. 양씨는 "이제 가만히 있지 말고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다소 비장하게 말했다. 서울역에서 서서 비장하게 "행정도시 사수"를 외치는 양씨 곁을 서울시민들은 종종 걸음으로 지나쳤다.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11시 서울역 광장에서 '행정도시 원안건설 촉구 범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연기군민을 포함한 충청도민 400여 명이 참석했다. 또 양승조, 박병석 민주당 의원, 박상민 자유선진당 의원, 무소속 심대평 의원 등도 참석했다.

▲ '행정도시 원안건설 촉구 범 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도시 관련 약속 발언이 현수막으로 내걸려 있다. ⓒ 권우성


대부분 50~60대 농민들인 참석자들은 머리에 붉은 띠를 질끈 묶었다. 이들은 농기구 대신 "세종시 설치법 국회 통과" "행정도시 사수" 등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흔들었다. 서울 날씨는 흐리고 찬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이들의 표정은 날씨보다 더욱 차갑게 보였다. 

충청도민들은 "이명박 바지저고리 정운찬 즉각 사퇴!" "4대강 사업 저지하고 행복도시 정상 추진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서울시민들을 의식한 듯 "행정도시 정상 추진, 서울시민 살려내자!"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과학벨트를 내세운 정부의 세종시 수정 수순밟기는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뜻과 염원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현재 전국 곳곳에 계획돼 있는 혁신도시 건설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행복도시 건설이 원래 내용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행복도시 차질없는 추진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며 "국가지도자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며 이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 원안건설 촉구 범 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에 참석한 충청권 주민들이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기 위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 권우성

결국 이들은 정부를 향해 ▲세종시 원안 백지화 음모 중단 ▲이 대통령 사과 ▲세종시 원안 + 알파 추진 ▲세종시 건설 로드맵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날 심대평(무소속, 공주ㆍ연기) 의원은 "행정도시를 만들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농토를 포기하고 떠도는 이주민들의 심정이 참담하다"며 "정치의 근간은 국민의 믿음인 만큼 정부는 세종시를 원안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 의원은 "연기군 원주민들은 1~2년 후면 고향이 더 나은 터전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살아왔다"며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건 목숨을 건 단식투쟁뿐"이라고 정부를 성토했다.

이날 충청도민 6명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의미로 서울역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집회를 마친 행정도시 사수대책위 대표단 40여 명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거짓말하는 정부의 국민으로 살 수없다"며 충청도민 주민등록증 1000여 장 반납을 시도했다. 하지만 총리실과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은 주민등록증 수령을 거부했다.

행정도시사수대책위 대표단은 세종로를 떠나며 "우리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행정도시 원안건설 사수에 앞장 설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행정도시 원안건설 촉구 범 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 권우성


▲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행정도시 원안건설 촉구 범 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에 참석했던 충청지역 시민들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주민등록증과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던 중 경찰들이 화장실도 가지 못하도록 에워싸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