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 정보석은 한국판 호머 심슨
[주장] 아버지상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진다
전형적인 미국 문화, 시트콤
현대 한국 문화에 미국 문화가 끼친 영향력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미국 TV 문화가 만들어 낸 '시트콤'이란 드라마 장르는 몇 번의 성공과 실패를 겪는가 싶더니 이제는 인기 드라마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얼마 전부터 MBC에서 방영 중인 '지붕 뚫고 하이킥'이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 시트콤도, 미국 시트콤의 전형적인 구성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두 이야기의 진행, 가족 중심의 등장 인물, 애매모호한 러브 라인, 뚜렷하고 개성 있는 등장 인물까지, 한국형 시트콤인 것은 확실하지만, 미국형 시트콤의 요소도 갖출 것은 다 갖춘 미국발 한국형 시트콤입니다.
미국 시트콤의 흐름
그럼 여기서 미국 시트콤의 흐름을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바로 아버지 상의 변화입니다.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출판한 레너드 삭스의 책 '내 아들을 지켜라'에서 이 흐름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 미국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상은 지난 40~50년 동안 상당히 실추되어 왔다. 미국의 대중문화가 그 사실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40년 전, 프레드 맥머리가 출연한 <나의 세 아들>과 로버트 영이 출연한 <아빠가 제일 잘 알아>같은 TV 시리즈는 매우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맥머리와 로버트 영이 연기한 아버지는 현명하고 자상하며 능력 있는 아버지였다.
좀 더 현대로 넘어와 1980년대의 <코스비 가족>을 살펴보자. 빌 코스비가 연기한 클리프 헉스테이블 박사는 다섯 명의 자녀들에게 현명하고 자상하며 능력 있는 아버지이고 지적인 아내에게는 사랑스러운 남편이다. 맥머리와 로버트 영과 달리 코스비는 종종 농담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것은 모두 건전하고 좋은 웃음을 선사하는 내용이었다. <코스비 가족>는 1984년 거의 시청률 1위로 출발해 1992년 방송에서 사라질 때까지 줄곧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코스비 가족>이 끝나기 3년 전, <심슨네 가족들>이 시작되었다. <심슨네 가족들>은 이제 400회를 넘기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방송하는 시트콤으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주인공들의 별 변화 없는 성격에도(아니,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전혀 인기가 사그라질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아버지인 호머 심슨은 항상 멍청이, 얼간이 그리고 등장 인물들 중에서 가장 덜 떨어진 인물로 등장한다...
-<내 아들을 지켜라> 189쪽, 레너드 삭스 저, 웅진 지식 하우스-
<심슨네 가족들>의 성공 전략-'가부장적 아버지상을 공격하라'
<심슨네 가족들>에서 아버지로 등장하는 호머 심슨은 과체중이고, 무능력하고, 게으르고, 무식합니다. 한 드라마의 개성있는 캐릭터일 뿐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제작자들은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인 미국의 아버지상을 공격합니다.
그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가 아들이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입니다. 미국에서는 며느리가 시어머니, 시아버지를 부를 때도 메리, 리차드 이런 식으로 그냥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나 어머니를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그런데, '심슨 가족'에서는 아들이 아버지를 이름으로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컨대, 아버지의 이름이 '이맹복'이라면,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버지"라고 부르는 대신, "이맹복", "이맹복"하고 부르는 것입니다. 소위 자유의 나라라고 자부하는 미국에서도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함과 동시에 유행을 선도하는 TV 쇼 제작자들이 가부장적 아버지상을 공격하는 데서 저들의 쇼의 성공 비결을 미리 본 것입니다.
한국의 호머 심슨? '지붕 뚫고 하이킥'의 아버지
인물 정보가 잘 설명해 주고 있듯이, 최근 한국의 호머 심슨이 등장했습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가장이자 아버지입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아버지는 부사장이긴 하지만, 일처리가 불분명하고, 능력 없고, 사장인 장인에게 늘 걷어 차입니다. 가족 안에서 그의 위치는 가장의 위치이긴 하지만, 이름만 가장이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무시 당하는 아버지입니다. 사실은 정말 서글프고 처참한 아버지의 모습을 제작자는 코미디라는 이름을 덮어 씌워 희화화해 버립니다.
멍청한 아버지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친하게 지내는 미국 친구의 얘기를 들어 보니, <심슨네 가족들>의 멍청한 아버지상이 그것을 보고 자란 자신의 세대에게 준 영향이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약간은 어리숙하고, 능력 없어 보이는 아버지가 인기인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많은 청소년들이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멍청하고 능력 없어서 자신의 가족들과 자녀들에게 무시 받는 아버지가 계속 등장한다면, 그 영향력은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요.
현대 한국 문화에 미국 문화가 끼친 영향력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미국 TV 문화가 만들어 낸 '시트콤'이란 드라마 장르는 몇 번의 성공과 실패를 겪는가 싶더니 이제는 인기 드라마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얼마 전부터 MBC에서 방영 중인 '지붕 뚫고 하이킥'이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 시트콤도, 미국 시트콤의 전형적인 구성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두 이야기의 진행, 가족 중심의 등장 인물, 애매모호한 러브 라인, 뚜렷하고 개성 있는 등장 인물까지, 한국형 시트콤인 것은 확실하지만, 미국형 시트콤의 요소도 갖출 것은 다 갖춘 미국발 한국형 시트콤입니다.
그럼 여기서 미국 시트콤의 흐름을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바로 아버지 상의 변화입니다.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출판한 레너드 삭스의 책 '내 아들을 지켜라'에서 이 흐름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 미국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상은 지난 40~50년 동안 상당히 실추되어 왔다. 미국의 대중문화가 그 사실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40년 전, 프레드 맥머리가 출연한 <나의 세 아들>과 로버트 영이 출연한 <아빠가 제일 잘 알아>같은 TV 시리즈는 매우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맥머리와 로버트 영이 연기한 아버지는 현명하고 자상하며 능력 있는 아버지였다.
좀 더 현대로 넘어와 1980년대의 <코스비 가족>을 살펴보자. 빌 코스비가 연기한 클리프 헉스테이블 박사는 다섯 명의 자녀들에게 현명하고 자상하며 능력 있는 아버지이고 지적인 아내에게는 사랑스러운 남편이다. 맥머리와 로버트 영과 달리 코스비는 종종 농담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것은 모두 건전하고 좋은 웃음을 선사하는 내용이었다. <코스비 가족>는 1984년 거의 시청률 1위로 출발해 1992년 방송에서 사라질 때까지 줄곧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코스비 가족>이 끝나기 3년 전, <심슨네 가족들>이 시작되었다. <심슨네 가족들>은 이제 400회를 넘기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방송하는 시트콤으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주인공들의 별 변화 없는 성격에도(아니,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전혀 인기가 사그라질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아버지인 호머 심슨은 항상 멍청이, 얼간이 그리고 등장 인물들 중에서 가장 덜 떨어진 인물로 등장한다...
-<내 아들을 지켜라> 189쪽, 레너드 삭스 저, 웅진 지식 하우스-
▲ <심슨 가족- 더 무비> 한 장면 ⓒ 20세기폭스
<심슨네 가족들>의 성공 전략-'가부장적 아버지상을 공격하라'
<심슨네 가족들>에서 아버지로 등장하는 호머 심슨은 과체중이고, 무능력하고, 게으르고, 무식합니다. 한 드라마의 개성있는 캐릭터일 뿐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제작자들은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인 미국의 아버지상을 공격합니다.
그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가 아들이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입니다. 미국에서는 며느리가 시어머니, 시아버지를 부를 때도 메리, 리차드 이런 식으로 그냥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나 어머니를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그런데, '심슨 가족'에서는 아들이 아버지를 이름으로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컨대, 아버지의 이름이 '이맹복'이라면,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버지"라고 부르는 대신, "이맹복", "이맹복"하고 부르는 것입니다. 소위 자유의 나라라고 자부하는 미국에서도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함과 동시에 유행을 선도하는 TV 쇼 제작자들이 가부장적 아버지상을 공격하는 데서 저들의 쇼의 성공 비결을 미리 본 것입니다.
한국의 호머 심슨? '지붕 뚫고 하이킥'의 아버지
▲ <지붕 뚫고 하이킥> 정보석 ⓒ MBC 홈페이지 갈무리
인물 정보가 잘 설명해 주고 있듯이, 최근 한국의 호머 심슨이 등장했습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가장이자 아버지입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아버지는 부사장이긴 하지만, 일처리가 불분명하고, 능력 없고, 사장인 장인에게 늘 걷어 차입니다. 가족 안에서 그의 위치는 가장의 위치이긴 하지만, 이름만 가장이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무시 당하는 아버지입니다. 사실은 정말 서글프고 처참한 아버지의 모습을 제작자는 코미디라는 이름을 덮어 씌워 희화화해 버립니다.
멍청한 아버지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친하게 지내는 미국 친구의 얘기를 들어 보니, <심슨네 가족들>의 멍청한 아버지상이 그것을 보고 자란 자신의 세대에게 준 영향이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약간은 어리숙하고, 능력 없어 보이는 아버지가 인기인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많은 청소년들이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멍청하고 능력 없어서 자신의 가족들과 자녀들에게 무시 받는 아버지가 계속 등장한다면, 그 영향력은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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