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하이킥' 속에 우리들의 자화상이 그려지다!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102] 현실성 있는 이야기로 공감을 얻는 <지붕뚫고 하이킥>

등록|2009.11.11 10:19 수정|2009.11.11 10:19
<지붕뚫고 하이킥>이 그야말로 하이킥을 날렸다. <거침없이 하이킥>에 이어 시트콤을 부활시켰다. 요즘 하루 자고나면 <지붕뚫고 하이킥> 없이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면 조금 과장되었을까, 이래저래 이번 시트콤도 대박이라고 할 만큼 가히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붕뚫고 하이킥>은 다른 여타의 작품과는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사실 인기 드라마, 인기 시트콤은 많지만 공감대를 형성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을 터. 특히 막장드라마가 대세인 요즘, 공감하기 보다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처럼 논란거리를 통해 인기를 얻는 경우이기에 공감대 형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지붕뚫고 하이킥>은 탄탄한 공감대 형성으로 시작된 인기만큼 그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겠다.

▲ 극중에서 노년의 로맨스를 위해 이순재는 100일 기념 이벤트로 '네버 엔딩 스토리'를 열창한다. ⓒ imbc



꽃중년,  알콩달콩 로맨스를 펼치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공감대 형성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노년의 로맨스이며, 두 번째는 팍팍한 88만 원 세대의 고달픈 일상의 이야기이다. 그럼, 먼저 노년의 로맨스 이야기를 알아본다면 요즘말로 그들을 시청자들은 '꽃중년'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극중에서 이순재와 김자옥의 연애는 젊은 청춘 남녀의 사랑보다도 뜨겁다. 그동안 사실 우리 사회는 노년들의 삶에 대해 더욱이 사랑 따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대체로 노인을 사회에서 은퇴한 사람들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운관에서도 대부분 노인들의 모습은 누구누구의 '할아버지', '할머니'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는 엄연하게 '고령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지금, 이제 우리 사회에 노년은 더는 할 일 없이 여생을 보내는 이들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몇 해  <엄마가 뿔났다>에서 노년들의 황혼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급기야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노년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워 우리 모두 노인들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로맨스의 주인공 모두가 배우 이순재가 연기하고 있는데,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엄마가 뿔났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노년들의 로맨스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면서 사랑의 감정, 질투, 이별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극중에서 이순재는 김자옥에게 그야말로 홀딱 반했다. 그의 사랑에는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이 담겨 있다. 가족의 반대에도 비 오는 날 자옥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열성을 보여준다. 그뿐이 아니다. 100일 기념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해 직접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주기도 하고, 심지어 자옥이 사이클 타는 할아버지를 보고 '멋지다'라는 한 마디에 사이클을 타고 등장하기도 한다.

때론 자신의 치부를 보여주기 싫어서 그 좋아하는 방귀도 하루종일 참고 견디며 애를 쓴다. 비록 나중에 참지 못해 발설하고 말지만 그것을 애써 참으려는 순재의 모습에 자옥은 더욱더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질투도 한다. 줄리엔이 자옥이를 향해 서슴없이 스킨십을 할 때 이순재의 눈에는 불꽃이 튀고 순간 이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또한 교장 선생님과도 자옥이를 두고 대낮에 결투를 신청한다. 이처럼 노년의 사랑도 젊은이와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노년들의 사랑을 주책이라고 치부할 때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그들의 사랑을 진실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때로는 감동스럽게, 따로는 유머가 넘치도록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상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하고 재미있다. 이제껏 젊은이들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를 만났다면 이젠 노년의 사랑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를 느낄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노년들에게 너무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감정이, 욕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지붕뚫고 하이킥>은 우리에게 그러한 편견을 깨우쳐줄 수 있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팍팍한, 88만 원 세대의 일상을 조명하다!


▲ 드라마는 20대 청춘남녀의 일상을 웃음과 감동과 함께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 imbc

반면 극중 젊은이들은 일상이 고단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극중 나이가 22세로 되어 있는 신세경은 아버지의 빚더미로 서울에 올라와 그야말로 식모살이(거주도우미)를 하게 된다. 대학교를 가야할 나이지만 집안 살림 형편 때문에 동생과 함께 순재네서 집안일을 하는 그녀이다.

신세경은 연고가 없는 서울에 올라와 아버지와 남산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만나지 못한 채 지내다 줄이엔을 만나서 잠시 기거하다 순재네로 오게 되는데,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지만 그만큼의 노동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2010년부터 1시간당 최저임금이 4110원을 돌파했지만 신세경은 거주도우미로서의 자격미달로 인해 첫 달에 봉급을 50만 원, 그 다음 달에는 10만 원 인상이 되어 총 60만 원이다.

종일 휴일도 없이 일을 하는 그녀의 노동을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어엿한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순재네 집에서 60만 원은 너무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200만 원 축의금과 봉투가 바뀌어 기운이 솟던 그녀가 다시금 힘을 잃어버리는 모습에서 88만 원 세대의 애환이 느껴졌다.

더 나아가 현경은 신세경을 줄기차게 불러대고, 암산도 잘하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느낀 보석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또한 그 집의 막내딸 해리는 동생 신애를 괴롭히며 신세경에게도 반말을 내뱉는다.

물론 현경이 해리를 매로 제재하고 지훈과 준혁이 그런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주고는 있지만 그녀가 헤쳐가야 할 세상은 너무나도 고달프고 힘들다. 극중에서는 신세경말고도 이 시대의 희생양들이 많다. 우선 서울대가 아닌 서운대를 나온 황정음.

올해로 23살, 졸업반인 그녀는 삼류대를 나온 탓에 50군데를 넘게 지원을 했지만 서류전형에서 매번 고배를 마신다. 물론 과외로 근근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그녀는 카드값에 허덕이기 일쑤다. 그뿐인가, 서운대를 서울대로 잘못 알고 고용한 현경 때문에 과외선생으로 일하고 있지만 학력위조가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며 '학벌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외치는 그야말로 백수나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주인공인 황정음은 로맨스엔 별다른 관심이 없다. 팍팍한 삶에 사랑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늘 먹고 사는 것에 집착한다. 같은 하숙생 줄리엔, 광수와 인나 커플도 마찬가지다.

물론 자옥 덕분에 줄리엔은 원어민 교사로 취직했지만 그 전까지 숱하게 면접을 보러 다니며 청년백수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낀다. 특히 외국인은 쉽게 취직이 될거라는 편견을 깨며 내국인이든, 외국인든 지금 현 시대의 고용 불안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광수와 인나는 돈 잘 벌고 인기가 많아 가수가 되겠다고 무작정 이야기하고 있지만 무언가를 딱히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늘 그들은 불안하고 스테이크 고기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의사인 지훈의 사정도 다를 바 없다. 종일 병원 일에 묶여 있는 그는 속옷도 갈아입을 시간이 없는 레지던트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연애는 꿈도 꾸지 못한 채 팍팍한 일상을 살아나가고 있다.

이렇듯 극중에서 청년들은 팍팍한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청년백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하는 요즘을 잘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의 삶이 때론 과장되어 떡신실녀가 되기도 하고, 실성녀가 되기도 하지만 그 모습은 온전히 웃고 떠들 수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노년의 삶과 묘한 대비를 이룬 청년들의 고달픈 삶의 모습은 우리에게 진솔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지붕뚫고 하이킥>은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노년과 젊은이들의 모습을 현실을 반영하여 잘 그려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공감대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인기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