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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세종시 '골머리'... 친이-친박 모두에 자제 당부

주호영 특임장관, 지난주 박근혜 전 대표 만나... 정몽준 대표 “행정부처 이전은 낭비”

등록|2009.11.11 12:02 수정|2009.11.11 15:18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해 물밑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내에 세종시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속도를 내는 한편, 여당에는 '친이'-'친박' 모두에 논쟁 자제를 설득하고 있다. 특히 주호영 특임장관은 지난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세종시와 관련해 사실상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표 "주 장관 만났다"... 세종시 얘기 나눠

▲ 주호영 특임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성태 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 남소연



박 전 대표는 11일 오전 대정부질문이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주 장관을 만난 사실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주 장관과 만났는지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난 번에, 며칠 전에 (주 장관이) '잠깐 만났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와서 국회에서 잠깐 만났다"며 "(주 장관이) '세종시와 관련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내년 초까지 대안을 만들려고 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주 장관에게 "제 입장은 이미 밝혔고 할 말은 이미 다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기존의 '원안 고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주 장관은 이날 박 전 대표에게 이 대통령의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 입장으로 세종시 수정론이 난항을 겪게 되자, 박 전 대표의 이해를 구하려는 의도였다는 관측이다.

여기다 당내의 세종시 논쟁이 더 크게 번질 것을 우려해 박 전 대표에게 '기다려 달라'는 자제의 뜻을 에둘러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은 지난 주 중반으로 '친이'-'친박' 의원들 사이에 논쟁이 시작된 즈음이다.

하지만, 이후의 정황으로 볼 때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론을 관철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사에 여전히 비판적인 태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주 장관에게 "제 입장은 이미 밝혔다"고 답한 것이나, 당의 '세종시 여론수렴 특위'(위원장 정의화 의원)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것을 보면 그렇다. 이정현·유정복·이성헌 의원 등 측근 의원들도 정태근·김용태·정두언 의원 등 친이 의원들의 공세에 적극 나서 공개 비판한 바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성사시키기 어려운 일을 무리하게 하고 있다. 현재의 '수정론'은 원안의 핵심인 정부부처 이전 계획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려는 것"이라며 "신뢰의 문제인 동시에 충청권으로선 수용이 불가능한 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친이 측이) 과거 박 전 대표의 책임론을 든다거나 마치 박 전 대표만 설득하면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는 건 '변칙 플레이'"라며 "이런 식으로 일을 끌고가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세종시 고위 당·정회의'서도 '수정론' 비판 거세

▲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도 일부 친박 의원들이 정운찬 국무총리를 맹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에 따르면, 친박 진영이자 당내 유일한 충청권 의원인 송광호 최고위원(충북 제천·단양)은 정 총리를 향해 "지금 한 사람의 독선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충청민이 단 1명이라도 반대하지 않는 안이 아니면 안된다"며 수정론에 반대했다.

또한 송 최고위원은 "총리의 말 한마디로 앞으로 선거가 어려워졌다"며 "지난 재·보선 때도 충북에서 앞서다가 세종시 발언으로 지지율이 계속 떨어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도 "세종시 원안이 행정 비효율적이라고 하는데 이보다 국론 분열이 더 국가적 손실"이라며 "국민통합, 신뢰회복, 국가 균형발전 등 더 큰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또 다른 참석자가 전했다.

당내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여러 통로로 친이 의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전날인 10일에는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두언·권택기·정태근·조해진·정미경·이두아 의원 등과 조찬을 나누며 이런 뜻을 전했다.

한 참석자는 "(박 수석이) 당내의 세종시 논란에 우려를 나타내더라"며 "분란이 격화되지 않도록 이제는 좀 차분히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에서도 박 수석에게 "청와대가 사전에 좀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어야 했다"며 "갑자기 불씨를 던져놓으니 국회에서 불이 붙은 모양이 됐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친박계 유정복 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 남소연



'연내 수정안 마련' 의지는 확고... 정몽준 대표 "행정부처 이전은 낭비"

하지만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세종시 계획 수정 의지는 확고하다. 애초 내년 1월로 잡았던 수정안 마련 계획도 "연내에 가능한 빨리 마련하자"는 쪽으로 앞당겼다.

정몽준 대표도 이날 라디오 대표 연설에서 "행정부처가 서울과 세종시로 각각 나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것, 많은 분들께서 인정한다"며 "행정부처끼리도 또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에도 빠르고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 눈을 감고 행정부처를 서울과 세종시로 나눠놓는 것은 국가운영 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낭비"라고 주장했다.

또 정 대표는 "충청도 쪽으로 수도를 옮기자는 이야기는 2002년 대선때 정치적 이슈로 등장했다"며 "가만히 계신 충청도민에게 꽃가마를 태워준다며 정치권은 충청도민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꽃놀이패라는 매우 무책임한 계산은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저희 한나라당이 당내에 논의기구를 설치하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당의 세종시특위가 원안 수정을 논의하려는 기구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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