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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용산참사, 내가 할 수 있는 건 위로하는 일"

"순진했다. 기본적으로 당사자간 문제"... 정치적 해결 사실상 포기?

등록|2009.11.11 17:56 수정|2009.11.1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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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용산참사, 내가 할 수 있는 건 위로" ⓒ 김윤상


  정운찬 국무총리는 11일 용산참사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당사자간의 문제"라며 사실상 국무총리실 주도의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유가족들을 향해서는 "먼저 장례부터 치르고 나서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울산 북)은 "취임 직후 정 총리가 용산참사 유가족들을 직접 방문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문제해결 의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정 총리는 "나는 순진하게 의지만 갖고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유가족들에게) 갔는데 이 문제는 세입자와 조합의 문제, 기본적으로는 당사자간의 문제였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유족들, 아직 장례를 치르지도 못한 분들과 이런저런 모습으로 위로해드리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총리가 유가족 찾은 것은 결국 '만남' 이외의 의미가 없었던 것?

▲ 정운찬 국무총리. ⓒ 남소연


정 총리는 이어 "(유가족) 아들의 군대 문제나 또 아들이 수배를 당하고 있다든지, 구속돼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런 문제들은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용산참사) 문제가 당사자간의 문제라는 것이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총리실의 용산참사 관련 대응에 대해 정 총리는 "총리실의 전임자를 정해 다른 단체 말고 유족들과 직접 접촉하게 하고 있다. 전화도 몇 번 했고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며 "나도 어제도 오늘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참 쉬운 문제는 아니다. 내 고충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정 총리는 이어 "유족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직접적·간접적 원인, 근인과 원인이 있겠지만, 이제는 먼저 장례부터 치르고 나서 협상을 하든지 대화를 하든지 하자고 제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법원의 결정은 존중해야 하지 않느냐"며 "여러 불만과 비판도 있겠지만 1심에서 판결이 났으니 이를 받아들이고 일단 장례를 치르고 이런저런 위로를 받은 다음에 대화를 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가 법원의 판결을 언급하면서 용산참사를 "당사자간의 문제"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상 국무총리의 정치적 결단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공식 선언한 셈이다. 정 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속한 해결을 약속하고 취임 직후 유가족들을 찾은 것이 결국 '만남' 이외의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정 총리의 답변을 들은 조 의원은 "용산참사만큼 우리나라의 주거문제와 같은 정책들의 모순이 집약된 경우가 많지 않다"며 '법과 제도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총리의 모든 식견과 정치력을 동원해 반드시 올해 안에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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