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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4대강 -> 재정악화 -> 복지축소·공기업매각

위험하기 그지없는 MB 정부 재정정책

등록|2009.11.13 16:56 수정|2009.11.13 17:13
빨간불 켜진 국가 재정

▲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11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부자감세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남소연

최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통적으로 '부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균형재정을 중시해 온 한국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감세정책을 펴오며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거기에다 3년간 22조원이 투여된다는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껏 펼쳐온 정책들을 보면 국가재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올해 재정수지는 51조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경제가 GDP대비 5% 수준의 재정적자(관리대상수지 기준)를 기록한 경우는 1998년(-5.1%) IMF위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국가채무는 366조원(GDP 대비 35.6%)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는 정부가 발표한 액수이고 국가채무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부채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여당 이한구 의원조차 사실상의 국가부채는 1439조원까지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히 국가채무액이 얼마인가의 논란을 잠시 뒤로 하더라도, 국가채무가 주요국들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재정건전성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지난 9월 28일, 2013년까지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위한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제시했다. 이 안에서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재정균형 달성 수단은 높은 경제성장과 재정지출 통제이다. 경제성장을 통해 가능한 재정수입을 늘리고, 재정지출 증가율을 재정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관리해 재정수지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0년도 예산안을 봐도 어느 정도 재정지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총수입 287.8조원(올해 279.8조원), 총지출 291.8조원(올해 301.8조원) 규모로 편성된 2010년 예산안은 2009년 추경예산에 비해 총지출이 3.3% 감소한 규모인데 반해 총수입은 추경기준 2.9% 상승한 수치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계획에는 재정적자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감세정책과 4대강 지출에 대한 재고는 보이지 않고, 막연히 경제가 4~5%대로 성장할 것이니 재정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이 존재한다. 지금과 같은 경제침체 상황에서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5%대로 전망하는 연구기관은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이러한 재정정책이 서민들의 삶에는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은 더욱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재정운영 정책은 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할 요인이 다분하다.

재정지출 확대의 계급성

그동안 감세정책을 펴오면서 재정지출을 늘려왔던 정책은 서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정부는 그간 적자재정을 해소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해 왔다. 국채 발행은 결국 정부가 외부로부터 돈을 빌린다는 것으로 언젠가는 갚아야할 빚이다. 이 빚은 결국 후대들의 세금으로 메워지게 된다. 그러하기에 국채를 발행해 정부가 재원을 충당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혈세를 끌어다 쓰며 고통을 전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서민들이다. 국채를 구매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충분한 일부 금융자산가들은 국채구입에 따른 이자 수익을 보게 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세금으로 정부부채 증가분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한국은행을 통해 화폐를 찍어내 국가부채를 상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도 통화량을 증가시켜 물가상승을 유발해 서민들에게 고통이 돌아오기는 매한가지다.

물론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재정적자, 국가채무의 확대를 어쩔 수 없구나 하며 넘어갈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부자감세' 정책이 없었다면 국민들이 향후 부담해야 할 액수는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51조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했는데, 국회예산 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감세로 12조원의 세수가 줄었다. 정부의 감세정책만 없었다면 재정적자 규모가 39조원 규모에 머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에 32조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있는데, 내년에 감세될 규모가 23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9조원 규모의 재정적자만 감내해도 됐을 것이다. 소위 '부자감세'만 철회해도 지금과 같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의 경제위기는 묵묵히 열심히 일해 온 서민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대외여건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고착시켜온 정책당국과 무리하게 대출을 늘려온 금융기관, 부동산 투기 열풍에 힘입어 무리하게 건물을 지어댄 건설사 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러한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국민들의 혈세를 쏟아 붓는 것 자체가 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줄어드는 복지예산과 무분별한 재정 지출

정부가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총지출을 줄여가는 상황에서 서민들을 위한 복지예산은 삭감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복지지출이 역대 최고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정부는 내년 복지지출은 81조원으로 올해 본예산에 비해 6.4조원(8.6%)증가하고, 이는 총지출 평균증가율 2.5%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왜 올해 추경을 편성해 지출을 늘린 것은 반영하지 않는가? 내년 복지지출은 올해 최종지출(추경기준) 80.4조원에 비해 0.6조원 증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복지지출에는 제도적 자연 증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내년 국민연금 연금지급이 1.5조원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지금까지 보험료를 내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국민연금 수급 대상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이야기하는 증가분 6.4조원 안에는 공적연금 2.2조원, 실업급여 0.2조원, 기초노령연금 0.3조원, 건강보험 0.2조원 등 제도적 증가분이 3조원을 넘는다.

그리고 정부 예산안에는 보금자리주택 13만호 공급을 위한 2.6조원의 추가투입액이 있다. 이는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순수한 복지의 의미와는 무관한 사업이다. 이 둘을 합친(3조+2.6조) 5.6조원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복지 정책과는 무관한 돈이다. 결국 본예산을 기준으로 해서는 8000억원 정도만이 늘어나는 셈이고, 추경을 기준으로는 오히려 5조원이 삭감되는 결과이다.

그에 반해 3년간 22조가 든다고 하는(30~40조가 든다고 하기도 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재검토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마련된 예비타당성 조사도 무력화 시켰다. 서민들을 위한 예산에는 생색내기 용으로 그치는 반면 건설경기 부양 등 기득권층의 잇속을 챙기는 사업에 관한 재정지출은 방만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 이명박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부라면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 돈을 쓸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서민 복지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

공기업 매각과 서민들의 부담

또한 이명박 정부는 재정의 부담을 공기업에 떠넘겨 재정지출을 줄이고, 공기업을 매각해 재정수입을 늘리려 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지출로 국가 재정 건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고, 아직 경제가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할 곳은 여전히 많다. 거기다 감세안은 계속 밀어붙이고 있으니 줄어든 세입을 어디서든 충당해야 할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쉽게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고 재정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공기업을 매각하거나 부채를 전가시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수자원공사의 경우 앞으로 경인운하 2조1000억 원, 4대강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한다. 경인운하·4대강 사업 추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데다, 재정적 부담을 안고 있는 정부가 수자원 공사로 하여금 10조원 이상을 짊어지게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명박 정부가 무리한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며 그에 따른 부채를 관련 공기업에 전가시킨 결과 공기업 부채는 급격히 늘어났다.

11월 2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08회계연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결산서)에 의하면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총부채는 213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25.6%나 늘어났다(지난 5년간 부채는 연평균 18.9% 증가). 정부의 정책목표를 위해 공기업들이 수익성이나 재정건전성을 생각하지 않고 막대한 재정을 정부 대신 투입하고 있는 결과다.

결국 이러한 부채의 증가는 공기업의 수익악화로 이어진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의 영업이익대 이자보상율은 전년도 179.9%에서 47.1%로 악화되었다. 영업이익이 제작년에는 이자의 179%였는데 2008년도에는 영업이익으로 이자의 절반도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기업의 수익성 지표들도 08년 급격히 하락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2007년 7.1%에서 2008년 1.8%로 떨어졌다.

이러한 공기업에 대한 부채 전가는 종국적으로 서민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수자원 공사가 이런 식으로 떠안은 부채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해보자. 수자원 공사는 부채를 털어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든지 수도요금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정부가 무리한 대규모 토목사업을 강행하고 그 비용을 공기업에게 전가하고, 이런 비용 전가가 공기업의 부실화를 초래해 그 피해가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기업 채무 전가와 더불어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을 매각해 재정수입을 늘리려 한다. 물론 정부는 비효율적인 공기업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겠지만 국가재정 사항이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공기업을 매각해 재정을 충당하려는 유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영국 역시 대규모 감세를 진행한 후 그에 따른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기업 매각을 단행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10월 12일 기획재정위 소속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매각을 추진 중인 총 24개 공공기관의 매각 예상액이 작년 말 기준 18조8401억원으로 나타났다(헤럴드경제 10.12).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19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확충할 계획인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은 한 국가의 경제에 있어서 공공적인 부문에 관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번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현재 매각 대상으로 손꼽히고 있는 산업은행이 없었더라면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되었을 것이다. 공기업의 기능 중 하나는 민간이 담당하지 못하거나 시장에 맡겨놓을 경우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영역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러한 공기업의 혜택은 부유층보다는 일반 서민들에게 더욱 크게 돌아간다. 결국 공기업이 민영화 된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재정 건전성 문제와 더불어 재정정책의 결과가 어떤 계층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4대강 사업 강행 등 마구잡이식 재정지출 확대는 경제 지표상의 호전을 가져다줄진 몰라도 서민들의 생활에는 오히려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부자감세' 철회 등 이명박 정부의 재정 운용 정책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비판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눈가림 식으로 복지예산 얼마 늘렸다고 선전하는 정부에게 신뢰를 보낼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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