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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은 하위 소방관, 상은 고위 소방관 몫

최근 정부 포상자 49명 가운데 소방경 아래 직급자 전무

등록|2009.11.15 14:10 수정|2009.11.15 14:13

▲ 순직한 소방관은 대부분 하위 직급자다. 그런데 왜 포상자는 고위 직급자가 많을까. 사진은 영화 <리베라 메> ⓒ 리베라메


지난 11월 9일 '제47회 소방의 날'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속담이 딱 맞아떨어지는 일이 생겼다. 이 속담은 '일을 한 대가가 잘못 나뉜 것을 빗대는 말'이다. '개가 쥐 잡고 고양이가 먹는다', '닭 길러 족제비 좋은 일 시킨다' 등도 비슷한 속담이다. 이와 같이 일을 한 사람이 정당한 몫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불공정 분배'라고 한다. 이런 '불공정 분배'가 소방의 날에 확연히 드러난 것.

이날 소방방재청(청장 박연수)은 "'제47주년 소방의 날'을 맞이하여 소방행정발전에 기여하고, 화재 및 구조, 구급 등 헌신적인 소방활동을 통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공이 큰 김국래(55) 대구광역시 소방본부장 및 황태성 충남 보령소방서 의용소방대장, 박양원 (주)진화이앤씨 대표이사 등 유공자 79명(소방공무원 49명, 의용소방대원 27명, 민간인 3명)과 전라남도 영광소방서(서장 박병주) 등 2개 우수 소방관서가 훈·포장을 비롯한 대통령 표창 및 국무총리표창 등 정부 포상을 수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정부 포상자' 명단에 나온 소방공무원 49명은 소방경(소방서 담당급) 이상만 있고 그 아래 직급해당자는 한 명도 없었다. 즉, 49명의 분포도는 소방경 4명, 소방령(소방서 과장직급) 24명, 소방정(소방서장 직급) 포함 이상 직급이 21명이다.

그날 이명박 대통령은 순직소방관 유족 및 공상소방공무원, 모범소방공무원 등 2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했다. 눈치가 빠른 대통령이었다면 왜 순직자와 공상자는 소방경 이하 직급에만 있고, 모범소방공무원은 소방경 이상에만 있는지를 알아챘을 터다.

최근 10년간의 순직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수많은 현장에서 순직한 분들은 모두 소방경이하 직급자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화재 및 구조, 구급 등 헌신적인 소방활동을 통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 공이 큰' 소방관은 소방경 이상이고 그들만이 정부포상을 독식한다. '참 웃기는 짬뽕 조직'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소방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24시간 맞교대라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미지급된 시간외수당'이라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밤낮없이 '오직 국민의 안전을 위한 희생과 봉사'란 일념으로 순직과 공상을 넘나드는 119현장대원들의 땀과 노력 때문이다. 정부는 소방조직을 방치, 방관해선 안 된다. 최소한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밝혀 개혁해야 한다.

조직은 상하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소방 분야에 리더십이 있는 지휘관이 필요하다. 리더십을 갖추려면 자기 몫을 포기해야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희생과 책임, 배려가 있어야 한다. 아랫사람은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책임은 자신이 지고, 공은 부하에게 돌리는 자세에서 나온다. 진정한 권위는 마음을 사로잡는 데 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소방발전협의회 제2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상임고문으로 있습니다. 뉴스타운과 제이비에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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