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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인권위 독립성 '줄타기' 현병철에 집중포화

[국감 - 인권위] 여당 "기본이 안 된 조직"... 야당 "MB 정부에서 '좀비'로 전락"

등록|2009.11.13 17:51 수정|2009.11.13 17:51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13일 국회 운영위의 국가인권위 국정감사에서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줄타기' 행보에 여야 의원들의 포화가 집중되었다. 여당 의원들은 주로 현 위원장의 무소신과 무능을 질책했고, 야당 의원들은 주로 'MB 코드 맞추기'식 기관 운영을 질타했다. 심지어 인권위는 '좀비'(살아있는 시체) 기구가 돼 버렸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인권위에 대해 "한마디로 기본이 안 된 조직이다"고 질타했다. 신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조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런데 인권위는 파리원칙에 의거해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본도 안 된 조직이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고 인신 공격성 발언을 했다.

신 의원이 말한 파리원칙은 유엔의 국가인권기구 설립에 관한 준칙을 말한다. 유엔에서는 국제인권법의 국내 적용이 각 국가기관의 실천 의지와 시스템 정비 여부에 달려 있으나 법 집행기관의 경우 구조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각 국가기관에 대해 객관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을 오래 전부터 권장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러한 준칙에 따라 2001년 11월 독립된 국가기구로 출범했다.

신지호 "기본이 안 된 조직"... 홍영표 "인권위는 좀비 기구가 됐다"

그러나 신 의원은 지난 9월 18일 결산 관련 운영위 회의에서 파리원칙을 부정하는 듯한 유도 질문으로 현 위원장의 유사한 답변을 이끌어내 다시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속기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렇게 묻고 답했다.

신지호 : 인권위의 독립성을 과도하게 해석해서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다 하는 일방적인 주장도 있고, 독립기구이긴 하나 행정부에 속하는 그런 것이다 (하는 주장도 있다). 전자예요, 후자예요? 위원장께서는 어떤 견해입니까?
현병철 : 법적으로는 후자이지요.

이날 발언 때문에 현 위원장은 지난 10월 12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위원들로부터 독립성 훼손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받았다. 그러나 현 위원장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문제라며 해당 안건에 대한 비공개 회의를 요청했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오늘 국감에서 이 부분을 다시 따졌다.

우윤근 : 인권위는 독립기구입니까, 아닙니까?
현병철 : 소속이 없는 독립기구입니다. 그것이 인권위 공식입장입니다.

인권위의 국가보안법 폐지 견해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은 현 위원장이 취임 후 국가보안법 폐지에 힘 쓰겠다고 하더니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는 이를 부인한 것과 관련, 어느 것이 맞냐고 따졌다.

성윤환  : 국보법 폐지해야 합니까?
현병철  : 개인 의견은 적절하지 않고 인권위 의견은 폐지를 결의한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혼선이 있습니다. 위원회 결의가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성윤환 : 그러면 전원위원회를 열어서 결의를 바꿀 의지가 있습니까?
현병철 : 앞으로 때가 되면 인권위에서 논의해볼 생각입니다.

장제원 "위원장 '갈짓자 행보' 때문에 MB 욕먹어"... 김정훈 "내가 봐도 딱하다"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받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남소연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은 "정부가 최근 인권위의 인력, 권한, 영향력 등을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고 있지만 인권위는 용기와 투쟁력이 약하다"면서 "이런 식으로 인권위 이끌려면 사퇴해라"고 권고했다. 류 의원은 "인권위의 주된 임무는 국가 공권력으로부터 피해를 본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런 인권위가 눈엣가시다. 인권위가 권위를 찾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인권위는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고 본다"며 "인권위는 좀비 기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인권위가 좀비기구가 된 가장 큰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다. 인권위 조직을 축소하고 인권경험이 전무한 위원장을 임명했다"며 "이 대통령은 인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철학도 없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런 '좀비 기구'를 상대로 국감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사실상 국감을 보이콧했다.

같은 당 김재윤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 국가기관의 인권위 권고 수용이 단 한 건도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인권에 문외한을 인권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고 인권위 조직과 예산을 축소하는 등 인권위 힘 빼기에 나선 결과"라고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은 "인권위가 좀비기구로 전락할 만큼 위상이 추락했냐"로 물어 현 위원장으로부터 "그렇지 않다"는 답을 이끌어냈다. 장 의원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적 약자, 친서민 위해 일하는 모습 보시지 않았냐"면서 "대통령의 인권에 대한 이해도나 국정철학이 없냐"고 물어 "대통령이 인권에 관심 있다"는 답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장 의원은 "대통령이 왜 이런 얘기 들어야 하나"면서 "문제는 대통령의 인권에 대한 몰이해에서 온 것이 아니라 현 위원장의 임명 이후 보인 '갈짓자 행보' 때문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당 강석호 의원도 "좀비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문제다"며 현 위원장의 무소신을 질타했다.

안상수 위원장을 대신해 사회를 본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국감을 하면 대개 여야 중에서 어느 한쪽은 그래도 피감기관을 조금 방어하는데 오늘은 여야 구분 없이 다 질타하는 분위기다"면서 "위원장이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임해주길 바란다. 내가 보기에도 딱하다"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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