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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컵에 소주 '원샷', 술 권하는 학생들

술통에 빠진 대학생

등록|2009.11.13 21:34 수정|2009.11.13 21:34
11월인 요즘 대학가는 학술제나 졸업생 축하파티 등의 각종 연말 행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런 대학가 행사에 의례 뒤따르는 것이 바로 술자리이다. 술자리에서 선후배간의 친분을 쌓기도 하지만 과음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각종 비행을 저지르거나 무기력해져서 퍽치기나 강도, 강간 등의 범죄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빈번하다. 대학가의 문제 있는 음주문화를 알아보자.

대학생의 음주문화는 왜곡된 신입생 환영회와 선·후배 간의 만남 등을 통한 무분별한 폭음으로 찌들어가고 있다. 특히 매 신학기 초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사망사고 등 술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상아탑이 술에 찌들어간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사고가 난 그때만 '대학가의 음주문화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을 뿐 술로 인한 사고는 최근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학과·동아리 모임,선·후배 간의 만남을 통한 '사발식' '폭탄주' 바람이 곧 대학 사회에 다시 거세게 불기 때문이다.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술자리를 물어보면, 의례 오리엔테이션이라 대답하며 그때의 술자리를 떠올리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의 기억에 오리엔테이션은 추억이 아닌 악몽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술을 처음 마셔본 학생도 있고, 평소 술을 마셔봤다고 해도 흔히 소맥이라 불리는 소주와 맥주의 혼합물처럼 같이 섞어 마시는 경우는 드물어서 술에 취한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술에 취하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해마다 입학시즌 때면 뉴스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환영회, 수련회 등에서 일어난 음주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 2009년 올해 초에도 대학생 2명이 신입생 환영회에서 과음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다. 거의 매년 반복되는 대학 신입생 음주 사망 사고는 어느새 드물지 않게 되었다.

술에 만취한 신입생이 발을 헛디뎌 고층 건물에서 추락하거나, 지하철 선로에 머리를 내밀고 구토를 하다 미쳐 지하철이 들어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 화를 당하거나, 급성 알코올 중독증으로 사망하는 등 과도한 술로 말미암은 사망자가 매년 발생했다. 이렇게 해마다 발생하는 신입생 음주 사망사고는 어느새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고, 대학 내 음주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자연히 높아졌다.

학과행사나 생일파티 자리에서 선배들은 500cc 맥주컵 한가득 소주를 부어 남학생, 여학생 가리지 않고 술자리 주인공에게 원샷을 하게 한다. '술을 처음 마셔봐서 못 마신다'는 말이나 '간이 안 좋아서 안 된다' 는 변명은 선배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런 변명은 나도 해봤다'는 식으로 웃어넘기며 계속해서 술을 권한다. 후배들은 혹여나 술을 거절하면 선배에게 미움을 살까,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마신다. 만약 끝까지 마시지 않으면 선배의 싸늘한 눈초리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올해 필자는 재학 중인 학과의 학생회장으로 활동해서 여러 행사를 맡아 처리했다. 물론 행사 자체가 술자리인 것도 있었고 행사의 뒤풀이로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최근에 한 술자리에서 술에 만취해서 거의 인사불성이 된 한 후배를 돌보면서 이 꼴이 될 때까지 왜 이렇게 많이 마셨냐고 묻자, 그 후배는 울먹이면서 말하길 "선배들이 권하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미워하고 따돌릴 것 같아 그랬어요."라고 대답했다. 이는 단순히 한 학생의 생각이 아니라 술을 못 마시면 재미없는 놈이라고 따돌리고 다음부터 술자리에 불러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 필자는 학생회장을 하면서 다른 과 임원이나 총학생회의 임원을 만나면서 잦은 술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매 술자리의 공통점은 지나치게 과음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필자가 처음 학회장이 되었을 때, 모든 학회장들이 모여서 신고식을 치렀는데 3000cc 용기에 소주를 가득 채워 원샷을 했다. 다음 날 본인을 비롯한 다른 학회장들이 병원에 가야했음은 물론이다.

대학가에서 그릇된 음주 문화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로는 대학 입학 전 중고교 시절 억압되어 있던 학생들이 대학생이 된 뒤 음주를 젊음, 낭만, 자유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고 또 선생님이나 부모님들도 대학가서 실컷 놀라며 세뇌하다시피 말한다. 게다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친해지기 위해서는 꼭 술을 마셔야 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술을 잘 마시는 것이 멋있고 능력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학가 술자리를 완전히 없애라는 것이 아니다. 술자리를 가지되 적당히 마시면서 즐기는 분위기 이루라는 것이다. 이는 술 자체를 즐기거나 과하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마시며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를 즐기라는 것이다.

'술을 지배하지 못하면 술이 나를 지배한다' 라는 말이 있다. 술을 마시고 즐기는 것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음주는 어느 정도 책임이 뒤따르는 만큼, 적절한 선에서 음주를 즐길 줄 알아야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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