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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잘못 쓴 영문 표기 좀 고치시라

문화체육관광부에 영문감수팀 둬 감수받도록 해야

등록|2009.11.14 15:37 수정|2009.11.14 15:37
11월 13일 서울 청계천에서는 문화부장관이 대통령 부인을 모시고 한국방문의 해(2010-12) 선포식 비슷한 것을 거행했다. 그런데 현장 전광판에 비친 '2010-2012 한국 방문의 해'는 영문으로 '2010-2012 KOREA VISIT YEAR'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면 3년이므로 YEARS라고 써야할 것을 단수로 YEAR라고 잘못 표기한 것이다. 

광화문에 세워진 세종대왕 안내판도 영어로 'King Sejong the Great, who invented our national language Hangeul'(우리나라의 '언어'인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이라고 적혀 있다 한다. 또 부산 유엔공원묘지에 나붙은 영문 안내문에는 수십 군데나 스펠링이 틀려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한다. 기초적인 단어 철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문법이나 어법이 틀린 경우도 적지 않으리라고 추측된다.

  그 많은 영어영문학 교수들은 다 어디 가고 누가 이렇게 잘못 쓴 영문들을  내다 붙였는지 모르겠다. 영문안내문 작성에 관한 한, 한국에는 무식하고 무책임한 실무자들의 일을 감독하는 상전이 없다. 아니, 어쩌면 상전도 무식하고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인지도 모른다.

  영어 공교육과 사교육에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써대는 대한민국의 영어실력이 고작 이 정도라니 기가 막힌다. 이런 망신스러운 일들을 예방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영문감수팀을 신설하라고 필자는 몇년 전에도 신문기고문을 통해 촉구했으나 아직까지 전혀 반응이 없다.

영문감수팀이라고 하면 또 예산 타령을 할지 모르겠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영어원어민 몇 명만 고용하면 된다. 그래서 모든 공공장소에 써붙이는 영문은 반드시 이 감수팀의 감수를 받도록 제도화 하면 된다. 모든 해외수출용 상품 영문안내문도 원안을 문화부 영문감수팀에 이메일하여 감수를 받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왜 미루고 있는지 모르겠다.

  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다시 한번 부탁하니, 이번엔 제발 좀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영문감수팀이 없으면 다음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영문 안내문들이 우리나라에도 생기게 될 것이다.

*태국 방콕의 한 불교사원에 써 붙인 경고문: It is forbidden to enter a woman even a foreigner if dressed as a man. 남자들같이 바지를 입은 여성은 비록 외국인일지라도 출입을 금한다는 뜻 같은데, 직역하면 "남성 복장을 했으면 외국인일지라도 여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금지합니다"가 되어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일본의 한 호텔 안내문: You are invited to take advantage of the chambermaid. 간단한 심부름은 방 청소하는 여성들에게 시켜도 좋다는 뜻으로 써놓은 것 같은데, 영어로는 "방 청소하는 여성들을 마음 놓고 농락하십시오"로 써놓았다.

*스위스 취리히의 어느 호텔 안내문: Because of the impropriety of entertaining guests of the opposite sex in the bedroom, it is suggested that the lobby be used for this purpose. 객실 손님을 찾아온 이성 방문객은 호텔 방이 아니라 호텔 로비에서 만나달라는 뜻인 것 같은데, 영어로 번역된 것은 "이성 방문객을 침실에서 즐겁게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므로 호텔 로비를 그런 목적으로 사용해 주십시오"처럼 들린다.

워싱턴에서
조 화 유
덧붙이는 글 조화유 기자는 재미 작가이며 영어교재 저술가입니다. 최근작 "이것이 미국영어회화다'에 관한 정보는 JohEnglish@yahoo.co.kr 에서 얻을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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