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선포인트', 갚으려면 더 써야 한다
[가정경제 119] 포인트 부족하면 현금으로 내야 '배보다 배꼽이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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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개월 뒤부터 선 포인트 결제액이라는 명목으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고객센터에 물어 자초지종을 듣다보니 할인 당시 누적된 포인트로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일로부터 매월 8000포인트 이상을 누적해야 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에어컨 구매 시에는 포인트 결제라고만 이야기 했을 뿐 자세히 설명 받지 못했다"라며 "할인 된다고 해서 이용했는데 현금이 결제되니 왠지 속은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공짜로 준다는 네비게이션부터 수십만원씩 할인해주는 에어콘, TV, 자동차 등 선포인트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 되고 있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무언가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카드가 있다면 고객들은 당연히 그 카드를 이용할 것이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100% 활용한 것이 신용카드 선포인트 서비스이다.
선포인트 결제서비스란 물건 구입시 카드 포인트로 할인을 받고 이후에 할인된 포인트만큼 갚아 나가는 방식이다. 할인의 폭도 물품의 가격에 따라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 이상까지 할인이 되어 자동차나 TV, 가구 등의 고가품을 구매할 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 목돈이 들어가는 물건을 구입할 때 신용카드 선포인트 서비스를 활용하면 물건 구입시에 수십만원의 금액에 대해 신용카드의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다. 내 돈이 아닌 신용카드 포인트로 결제된다고 하니 소비자들은 선뜻 이용하게 된다. 문제는 기존에 적립된 포인트로 결제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누적될 포인트로 결제되는 점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비 촉진... 갚기 위해 더 써야 한다
선 포인트 서비스 이용시 매장에 나와 있는 직원들은 '평소 쓰는 만큼만 사용하면 포인트 적립하기가 쉽다'라는 말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김씨의 경우에도 '한달에 80만 원 정도는 카드를 쓰니 별 문제가 없을 거야'라는 생각에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김씨는 그동안 한 카드만 가지고 80만 원을 쓰지는 않았다. 신용카드별로 고유한 혜택이 있기에 주유할 때 주로 쓰는 카드와 마트 가서 주로 쓰는 카드가 달랐다.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가지고 있는 카드 중에서 좋은 혜택이 있는 카드를 골라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선포인트 카드만 써야 한다. 선포인트로 할인을 받은 대가로 김씨는 카드 선택권을 제한당한 것이다.
그리고 지출을 하면서 자연스레 포인트가 쌓이는 것과 포인트 적립을 위해 지출을 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포인트로 미리 결제한 만큼 앞으로 매달 일정 금액 이상 써서 포인트로 갚아야 된다. 사례의 김씨의 경우 3년 동안 매월 8330원을 포인트로 갚아야 한다. 적립률을 1%로 가정하면 3년 동안 매달 833000원을 써야 한다. 포인트를 통해서 할인 받은 것 같지만 사실상 포인트 할부의 개념이다.
매달 일정 금액을 결제해야 할부의 개념이기 때문에 한 번 선포인트 제도를 이용하고 나면 포인트를 갚기 위해 신용카드를 매달 일정 금액 이상은 사용해야 한다. 생활하다보면 결제액이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기 마련인데 선포인트 제도는 사람들의 지출 패턴에 대한 배려가 없다. 결제액이 많아서 포인트가 많이 발생한 달에는 문제가 없지만 결제액이 적어서 포인트가 적게 발생한 달에는 현금으로 부족한 포인트를 결제해줘야 한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선포인트 제도를 활용한 것인데 이로 인해 매월 일정금액 이상 꼬박 꼬박 지출을 해야 하니 신용카드 지출은 자연스레 늘어난다.
포인트 적립, 생각처럼 쉽지 않다
선포인트 제도를 활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이 포인트 적립에 대한 부분이다. 신용카드 포인트는 카드를 쓴다고 해서 무조건 적립해주지 않는다. 김씨의 경우 LPG차량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LPG차량의 충전은 적립에서 제외였다.
이처럼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는 가맹점들도 있으며 각 적립처별 최대 적립 상한선까지 정해놔서 실제 포인트 적립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무이자 할부나 현금 서비스, 공납금 납부의 경우에도 포인트 적립 대상에서 제외가 되고 카드가 연체가 될 경우에도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적립 상한선과 적립 제외 대상들을 빼고 나면 카드 결제액에서 포인트가 적립되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결국 선포인트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카드사별 포인트 적립 약관을 꼼꼼히 숙지하고 어디가 적립이 많이 되고 얼마 한도까지 적립이 되는지, 적립 예외 규정이나 적립이 되지 않는 가맹점들은 어떤 곳이 있는지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카드사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대로 소비를 해야 한다.
그동안 집 앞 A주유소를 이용했다면 앞으로는 카드사에서 적립을 많이 해주는 B주유소를 찾아다녀야 한다. 마트도 카드사에서 포인트 적립을 많이 해주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즉 내가 내 돈 쓰면서 내가 쓰고 싶은 곳에서 쓸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신용카드 선포인트 잔액은 1조 3020억 8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카드 선포인트 잔액은 2007년 말 5408억 4600만원에서 지난해 말 1조 1645억 1600만원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추세에 있다. 더구나 선포인트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들이 포인트를 채우지 못해 현금으로 결제한 금액은 전년말에 비해 8배나 급증했다고 한다. 그만큼 포인트 적립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뜻이다.
큰 할인 폭으로 목돈 지출의 부담을 줄여주는 선포인트 서비스. 사실 알고 보면 장기 할부 결제와 다를 바가 없다. 장기할부 결제는 특성상 할부 기간이 끝날 때까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다 자칫 잘못하면 원치도 않는 소비를 부르고 현금흐름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선포인트 서비스를 이용함에 앞서 자신이 할인을 받는 금액과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미리 따져 보아야 한다. 평소 자신의 소비 패턴과 카드 사용규모 등을 확인해 보고 상환에 무리가 없는지 미리 계산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서비스 약관에 나와 있는 포인트 적립비율과 상환 조건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예상치 못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카드결제는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 빚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수많은 신용카드가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카드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런 시기야말로 소비자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분별력을 갖추어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소비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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