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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국가에 대한 이해와 대안

고세훈 <복지한국, 미래는 있는가?>(후마니타스, 2009)

등록|2009.11.16 11:05 수정|2009.11.16 11:05

▲ 책 표지 ⓒ 후마니타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요즘들어 복지 국가에 대한 비판적 담론이 유행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여서 수구언론은 서유럽 국가들이 복지병에 시달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받아쓰기하듯 냉큼 받아 적는다. 특히 수구 언론의 태도는 "복지 체제"라는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독수리 오형제의 사명감을 띠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한국 사회에선 개인의 경제적 파탄을 국가가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 부족 등으로 돌리는 등의 반복지 이데올로기가 성행하고 있다. 위 책의 저자인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는 이러한 복지 담론에 대한 공세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며 사회에서 복지의 필요성과 복지 국가 이론 등을 소개한다.

한국 사회는 민주화 이후로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민주 정부가 집권하던 10년 동안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은 꾸준히 급증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현실에서 더욱 큰 문제는 유럽 국가들과 다르게 한국 사회가 복지 자체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달릴 정도다. 2007년 기준으로 사회복지지출은 8.07%로 OECD 평균(21.2%)의 1/3 수준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한국 사회는 아직 분배보다 성장이 필요하다며 선성장 후분배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는 실증적 증거가 빈약한 주장일 뿐이다. 사실 복지국가로 유명한 서유럽이나 북유럽의 복지 체계는 한국보다 훨씬 낮은 국민 소득을 가지고 있었던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정비되었다. 실례로 GDP 1만 달러에 진입했을 때 유럽 국가들의 복지 지출은 스웨덴은 29.5%, 독일은 28.8%, 프랑스는 28.5%로 한국의 8.7%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더욱이 서유럽 국가의 공공부조 지출은 현재 한국 국민 소득의 2만 달러 수준에는 여러 배가 될 정도로 높았다.

저자는 우선 복지 국가 담론을 자본주의적 현상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자본주의는 역사적으로 가장 우월한 경제체제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주기적으로 공황과 실업에 시달리며 개인들을 불평등의 함정으로 몰아넣는다. 따라서 자본주의 하에서 시장의 실패는 국가에 의해 교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복지국가는 정치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복지 국가 담론은 좌우파의 양극단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극좌파에게는 국가의 통치는 자본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는 기제라고 비난받았고, 극우파에게는 국가가 시장의 질서를 교란한다고 비난받았다. 그러나 시장 경제는 극우파들의 주장만큼 효율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극좌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가 무기력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의 주장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복지가 축소되는 세계화 시대에서 국민국가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20대 80의 사회 등의 담론이 거론되는 등 불평등이 심해졌다. 이러한 세계화의 폐해를 교정할 수 있는 것은 거의 공상에 가까운 세계정부니 세계의회가 아니라, 국민 국가가 세계화의 속도에 대한 적절한 통제와 복지 확대를 통한 폐해를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기든스의 '생산적 복지'나 '사회투자국가론' 등을 비판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개념들은 복지를 생산이나 투자 등에 매몰시키면서 시장 논리에 종속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해관계자 복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복지체제는 단순히 시장에서 활동하는 이해관계자만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소외된 이들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세훈 교수의 <복지 한국, 미래는 있는가>는 복지가 열악한 한국 사회에 중요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또한 무척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어서 입문자나 복지 등의 개념에 생소한 사람도 편안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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