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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동길 소설집 <어둠을 깨다>

등록|2009.11.16 13:43 수정|2009.11.16 13:43

▲ 조동길 공주대 교수의 세 번째 소설 작품집 <어둠을 깨다>가 최근 '한국소설가협회'에서 발간되었다. ⓒ 지요하

소설가 조동길은 올해 세 번째 창작집을 갖게 되었다. 1995년 <쥐뿔>, 2000년 <달걀로 바위 깨기>에 이어 2009년 <어둠을 깨다>를 출간함으로써,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중·단편소설들은 거의 모두 세 권의 책 안에 담겨지게 되었다.

그는 다년간의 중등교원 생활을 거쳐 오랫동안 모교인 공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해오고 있다. 그는 <한국 현대 장편소설 연구> <현대문학의 이해> <우리 소설 속의 여성들> 등 세 권의 전공 서적도 출간한 바 있는데, 인생 연륜에 비해 소설을 많이 쓰지 못했음을 아쉬워하지만, 세 권의 창작집만으로도 매우 성실하고 부지런한 작가임이 입증된다.

그는 이른바 '중앙문단'이니, '전국문예지'니 하는 것에 별로 연연하지 않고, 주로 자신이 관계하는 지방의 지면들에 매우 출중한 작품들을 아낌없이 발표해왔다. 그리고 최근에야 <한국소설> 지면을 통해 그의 작가적 역량을 보다 널리 알리게 되었다.

필자는 오래 전에 그와 동지적 관계를 맺고 변치 않는 우정 속에 살아왔다. 1993년 <충남소설가협회>를 창립한 이후 16년 세월을 줄곧 함께 해오고 있다. 일년에 한 번씩 <소설충청>을 간행하면서 나는 늘 그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는 매번 격조 있는 작품을 고료도 없는, 겨우 1천 부를 찍는 이름 없는 지방의 작은 문학지에 아낌없이 내주곤 했다.

대전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과정 연구원이었던 아들을 불의의 실험실 폭발사고로 잃은 후 2003년과 2004년, 두 번 작품 발표를 거른 것 외로는 매번 누구보다도 일찍 원고를 주었고, 감동적인 수작을 내놓곤 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집과 이번의 세 번째 작품집에 담겨진 작품들은 상당수가 <소설충청> 지면에 발표된 작품들이다. 올해의 세 번째 작품집의 표제작인 <어둠을 깨다>도 지난해 <소설충청> 제16집에 발표된 작품이다.

나는 <소설충청> 16집의 편집 작업을 하면서 조동길 작가의 신작소설 <어둠을 깨다>를 읽고 깊은 감동을 맛보았다. 눈물을 짓게 하는 요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스토리의 전개 속에서 접하게 되는 한 인물의 살아온 내력과 심경 묘사가 안겨주는 슬픔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소설의 전체적인 서정성과 소설미학 때문이었다.

이런 작품이 <소설충청>에 발표되는 것으로 날개를 접는 것은 너무 아깝고, 더욱 많은 독자들이 접합 수 있는 지면에 발표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보았다. 그리하여 <소설충청> 16집의 '머릿글'에 이런 말을 했다.

공주의 조동길 작가는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을 과감히 <소설충청> 지면에 발표한다. 편집자는 <어둠을 깨다>를 읽으며 바짝 열중케 하는 긴장 속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얻었고, 한 순간 눈물이 핑 도는 현상도 경험했다. 소설을 읽으며 눈물을 머금을 수 있는 남다른 감성을 부여해주신 신에게 감사했다.

 조동길 교수의 <어둠을 깨다>는 '소설미학'을 성취한 작품이다. '소설미학'의 실체를 확연히 느끼게 하는 역작임을 공언한다. 이런 작품이 평론가들의 시선이 쉽게 와 닿는 지면에 발표된다면 능히 문학상 후보로 오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생 연륜, 그리고 진지한 작가정신이 잘 어우러져 빚어낸 수작(신작)을 아낌없이 <소설충청> 지면에 발표하는 조동길 작가에게 깊은 감사와 함께 경의를 표한다. 

<한국소설>은 올해 2월호에 '지방의 소설문학' 여섯 번째 기획으로 '충남 편'을 소개했다. 나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3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처음에는 조동길 작가의 신작 <어둠을 깨다>를 <한국소설> 편집부에 올렸다. 하지만 분량 초과로 게재가 어렵다는 말에 따라 <한 교수의 돌부리>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한 교수의 돌부리>도 수작이라서 <한국소설> 3월호에서 한원균 평론가의 주목과 호평을 받았지만, 나는 <어둠을 깨다>가 분량 초과라는 이유로 지면에 오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한국소설가협회>에서 간행한 이번 세 번째 창작집의 표제 작품이 바로 <어둠을 깨다>여서 남다른 반가움과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이번 세 번째 소설집은 <한국소설가협회>에서 펴낸 책답게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지고, 다수 소설가들과 평론가들의 손에도 들려져서, 조동길 작가의 역량과 성취가 제대로 널리 알려지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조동길 교수의 세 번째 소설집 <어둠을 깨다>에는 모두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다수의 작품이 <소설충청>에 발표된 작품들이다. 다시 말해 필자가 일찍이 꼼꼼하게 읽은 작품들이고, <소설충청>의 '머릿글'에서 언급을 한 작품들이다. 이 사실을 오늘 새롭게 다행으로 여긴다.

이왕 <소설충청>의 머릿글에서 언급했던 말들을 소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말들을 오늘의 이런 기회에 되살려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아서이고, 오늘 이 글의 분량이 20매라 하니, 그 분량에 지혜롭게 맞추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노고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뜻은 절대로 아니다. <어둠을 깨다>의 작품 해설은 구수경 평론가(건양대 교수)가 맡았는데, 구수경 평론가의 세밀하고도 명철한 평설에 혹여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기는 하다.

아무튼 이미 예전에 <소설충청>의 머릿글들에 기술했던 조동길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간단한 언급들을 여기에 소개해 본다.      

저자 조동길 교수 근영2007년 연구년을 맞아 호주에서 일년 동안 교환 교수로 있으면서 호주 곳곳을 많이 여행했다. ⓒ 지요하


조동길 님의 <무심사 잣나무 기침소리>(작품집에는 <무심사 잣나무 말씀>으로 게재)는 색다른 형식의 작품이다. 현실과 영의 세계를 일체화시키는 수법으로 인간의 삶은 늘 영의 세계와 직간접으로 조우하거나 영향 받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일정한 깨달음의 기회가 주어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터이다. 하지만 그 개안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인간의 속성은 작가에게 있어 큰 연민의 대상일 것이다. (2002년 <소설충청> 제10호) 

 중견 작가 조동길 교수는 오랜만에 소설 작업을 했다. 깊은 슬픔의 수렁을 스스로 극복한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믿어도 좋을 것 같다. 그가 오랫동안 정서 교란을 겪은 끝에 드디어 신작 집필을 한 것을 크게 경하하며 기뻐해 마지않는다.

 그의 소설 <한 교수의 돌부리>는 어느 정도 해학성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오로지 제목에만 등장하는 '돌부리'라는 단어는 다분히 상징적인 명사다. 우리의 단조롭고 평범한 삶 속에도 이런저런 유형의 돌부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통해 암시적으로 제시해 준다. 아직도 소시민의 삶을 압박하는 공권력의 위력을 통해, 대학 교수가 아닌 그야말로 아무 힘없는 소시민의 처지라면 예기치 않았던 돌부리의 폐해는 더욱 심각할 거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우리가 아무리 자연과 사물에 대한 명상과 갖가지 성찰 속에서 여유 자적하며 관조하는 삶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인간 사회의 거대한 그물 속에서 사는 한 전혀 예기치 않았던 돌발적인 일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야릇한 불안감과 페이소스마저 갖게 하며, 더불어 원로 작가 김제영 님의 소설에서 접하게 되는 '인혁당 사건' 같은 것도 떠올려보게 된다. (2005년 <소설충청> 제13호)  

 조동길 작가의 단편 <굿바이 써니 맘>은 작가의 호주 생활에서 얻어진 작품이다. 공주대 교수인 작가는 '연구년'을 맞아 현재 호주 브리즈번의 퀸즈랜드 대학에 머물고 있다. 호주 생활에서 보고 듣고 확인하는 한국인들의 생활상은 작가에게 많은 소설 거리를 안겨줄 법하다. 그것은 일단 행복한 일이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운 짐이기도 할 터이다.

 작가는 호주에서 최초로 쓴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인 유학생들의 유학 실상과 오로지 자녀 교육만을 위해 남편과 떨어져 호주에 와서 살고 있는 젊은 엄마들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얼마간 해학적인 요소도 지니고 있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 교육의 비교육성에 대한 문제를 다시 인식시키면서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성찰의 필요성도 독자에게 제시해 줄 법하다. (2006년 <소설충청> 제14호) 

 조동길 교수의 단편소설 <박모(薄暮)의 동행>(작품집에는 <한적골 노인들>로 개제)은 원숙미를 느끼게 한다. 오늘의 농촌 현실과 노인 문제를 다루면서, 무거운 주제임에도 특유의 재미를 선사한다. 신선한 농촌소설이다. 같은 또래들인 세 노인을 등장시켜 소박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웃음을 머금게 하는데, 그 웃음 속에는 가슴 저리는 슬픔이 있다. 웃음 속에서 눈물을 머금게 할 정도로 소설미학을 잘 성취하고 있다. 그것은 인생의 지평을 바라볼 수 있는 철학의 눈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할 터이다. (2007년 <소설충청> 제15호)  
덧붙이는 글 이 서평은 ‘한국소설가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한국소설> 1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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