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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빠진 '한글대'(?) 총장 아세요?

[인터뷰] 배재대 정순훈 총장의 한글사랑-교육 사랑

등록|2009.11.16 17:14 수정|2009.11.16 17:14
수능시험을 끝으로 모든 대학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역사와 전통, 규모, 장학제도, 취업이 잘 되는 대학.. 등등 대학선택의 기준은 다양합니다. <대전충남오마이뉴스>가 대전충남지역 대학의 잘 알려지지 않은 특징을 직접 찾아나섭니다. 그 첫 사례로 대전의 배재대학교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편집자말]

▲ 배재대학교 정순훈 총장. '한글이 좋다'고 새긴 티셔츠를 직접 입고 선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배재대 정순훈 총장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 대신 '한글날만 같아라.'고 말한다. 그만큼 한글사랑에 푹 빠져 한글의 멋과 의미를 풍성하게 가꿔간다. 

그는 지난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대전과 서울을 비롯하여  러시아, 몽골 등 다른 8개 나라에서 이색적인 한글축제를 열었다. 이날 축제는 '28자의 어울림'을 주제로 축제장에는 한글이 쓰인 옷을 입거나 모자를 써야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프로그램 또한 '닿소리 마당'과 '홑소리 마당' '옛소리 마당' '어울림 마당'으로 나뉘어 한글축제의 특성과 묘미를 그대로 살렸다.

정 총장은 한글날한글옷입기세계대회조직위원장과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어세계화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렇다고 '한글날'만 한글 사랑운동을 하는 건 아니다. 그는 대학내에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독립 대학원 과정인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 대학원을 개설했다. 또 2004년 중국 서안외국어대학에 '배재대 해외 한국어 교육센터'를 처음 개소한 이래 지금까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알제리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30곳에 한국어 교육센터를 개소했다. 그는 한국어 교육센터와 대학원 과정을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국내 제일의 한국어교육기관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세계어린이교육후원회'(WOCEM) 창립, 빈곤지역 교육여건 개선 나서

정 총장의 한글 사랑은 지구촌 어린이들을 돕는 활동으로 확장돼 있다. 정 총장은 교육은 전세대의 지혜를 후세대에 전달하는 일이라며 지난 해 말 '세계어린이교육후원회'(WOCEM)를 창립했다. 중국을 비롯 북한, 동남아, 아프리카 빈곤지역 어린이들에게 학습교재와 교구, 학용품, 화장실, 기숙사 등을 지어주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어린이의 15%가 초등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며 "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돕고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때"라며 "매월 1만원의 후원금으로 교육 분야에 나눔을 실천해 지구마을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자"고 호소했다.

그는 배재대 총장 임기를 마무리한 후에도 세계어린이교육후원회와 한글사랑 실천운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정 총장을 만나 그가 한글에 빠진 사연과 다른 나라의 어린이 교육을 위해 나선 사연을 자세히 들어 보았다.

▲ "한글이 좋다". 한글날한글옷입기세계대회 팸플릿에서 ⓒ 심규상


-지난 한글날, 이색적인 한글날 기념행사를 했는데?
"크고 화려한 행사보다는 조용하게, 한글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좋은 한글을 우리나라 사람만 쓸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도 쓰게 하자는 생각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실천운동은 쉽고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국어로 된 옷을 입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한글날만이라도 한글 옷을 입자고 제안했다. 한글 옷을 입고 놀러도 가고, 직장도 가고 그러자는 것이다. 옷이 부담스러우면 한글 디자인에 새겨진 넥타이나 스카프를 메거나 모자를 쓰고 가며 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념행사를 하게 됐다.

한글날, 28자에 맞춰서 28가지 재미있는 놀이를 가지고, 외국인 유학생과 어린 유치원생들 하고 어울림 행사를 했다. 사람들이 참 많이 왔다. 외국에서도 홍콩,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배재대 한국어교육센터가 있는 곳에 한글 옷을 보내 입고 다니도록 했다. 한글날이 되면 몸에 한글을 걸쳐 보자는 것이고 한글 옷을 입는 자체가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매년 한글날마다 한글 옷 입기가 확산됐으면 한다"

"한글날에는 한글옷 입자" '한글날한글옷입기' 운동 시작

-직접 보급한 한글 옷 디자인은 누가 했나?
"기본 디자인은 전문 업체에서 했고 새겨진 한글 작문은 내가 했다. 시작을 해보니 한글 옷 입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또 티셔츠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매우 강한 것 같다. 한글 옷을 선물하면 다들 굉장히 좋아한다. 외국에 자녀를 둔 사람들은 꼭 보내 주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는 한글옷 만들기 수업을 하고 교회나 회사 직원들은 운동회나 야유회 행사 때 한글 옷을 만들어 보급하고 입어보았으면 한다. 한글사랑이 특별한 게 일상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다."

-'한글날한글옷입기세계대회조직위원회'는 언제 어떤 계기로 만들었나?
"무겁고 지루한 행사가 아닌 시민들의 공감하고 쉽게 참여하는 한글날 행사를 고민해 왔다. 문화관광부 산하 한글세계화 재단에서 연락이 와 참 좋은 기구라는 생각에 이사장을 맡아 활동하게 됐다. 하지만 정부산하기관만으로는 활동에 한계가 있어 별도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이를 보완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지난 해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세계화재단과 윈윈하고 있다. 적어도 약 30년은 유지할 생각이다."

▲ 배재대학교 정순훈 총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배재대에 한글교사 양성과정이 개설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독립 대학원 과정이다. 배재대학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 대학원이다.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개설했다. 우리말을 보다 효율적이고 제대로 가르치는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어를 전공한 4명의 전공교수 뿐만 아니라 외부 초빙교수도 여러 명 있어 깊이 있는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부에서 국비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과로 지방대로는 유일하게 우리학교가 선정됐는데 졸업한 학생 대부분이 대학원도 우리학교를 선택한다. 그만큼 우리말을 쉽고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들이 두 번째 졸업생들인데 처음 졸업한 30여 명 중 10명 정도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정원은 현재 40명이다. 전 세계에서 배재대에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국어·국문의 과학적 연구를 개척한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과 김소월 선생 등이 배재학당 출신으로 이분들의 뜻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한글 보급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다들 좋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니까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다. 다만 다른 나라에 가서 한글을 보급하고 있는데 수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배재대 한국어 교육센터에 대해서도 소개해 달라?
"외국에 있는 기존 대학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교육센터를 개소하고 있다. 우리가 사람 보내고 커리큘럼을 짜주고, 사람도 해당대학 교수로 임용하도록 하니까 크게 비용도 들지 않고 신분도 보장돼 큰 어려움이 없다. 현재 10개국에 40개 정도 있는데 100여 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어린이의 15% 초등교육 못받아.." 


-지난 해 말 발족한 '세계어린이교육후원회' 총재를 맡고 있는데?

"세계어린이교육후원회(WOCEM. World Children Education Meeting)는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 교육을 위해 미취학어린이의 취학, 학교 시설 개선, 교사 교육, 학교 내에서의 어린이 후생 복지를 지원하고 있다. 또 교육과정과 교재 연구, 개발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교육은 전세대의 지혜를 후세대에 전달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 어린이의 15%가 초등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돕고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때다. 매월 1만원의 후원금이면 교육 분야에 나눔을 실천해 지구마을을 만드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

▲ 배재대학교 정순훈 총장이 벽돌구조물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 학교지원사업 중 하나인 벽돌구조물 모형건출물 가르키며 한화 2000만원이면 이 정도 학교를 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영어공용화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외국 의존도가 높고 한국의 시장이 좁기 때문에 영어를 잘 배우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어공용화가 문화적으로 영어화하자는 것이 아닌 영어를 쉽게 배우고 익혀 숙달시키는 방법론의 하나로 제시하는 것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각 회사에서 회의시간에 영어로 회의를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연구해야지 정부가 나서 영어를 공용화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어 배우는 제3세계와 2세들에게 관심을.."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어느 정도 배워야 의사소통이 가능한가?
"세종대왕께서 누구나 쉽게 깨우치게 하기 위해 한글은 창제했다고 밝혔듯이 대부분의 학생들이 문자는 한나절이면 깨친다. 말하자면 한글 자체는 쉽게 깨우친다. 문제는 한국어다. 존칭어 등으로 한국어는 어려운 말에 속한다. 우리대학의 목표는 일 년 정도 배우면 한국어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영어에 비하면 대단히 빠르다. 특히 몽골과 중국학생들이 한자문화권에 속해 쉽게 배우는 편이다."

-법학을 전공했는데도 한글 보급과 세계 어린이 교육지원을 사이버대학 중국어과까지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어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학사 편입해서 이미 졸업했다. 중국어로 연설을 하는 정도는 된다. 전문 학술적인 발표 말고는 중국어 회화가 가능하다. 일반적인 강의는 통역 없이 하고 있다. 사이버를 통해 중국어를 배웠는데 사이버 한글대학(대학원) 같은 것을 만들고 싶다."

-이 자리를 통해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국에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야 한글사랑하자는 자체가 어색할 만큼 생활화 돼 있지만 외국에서는 한국어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눈물이 날 정도다. 일예로 인도네시아에만 한국어 사설학원이 600개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 월 소득의 상당부분을 학원비에 쓰고 있는 반면 한국에 일하러 왔던 노동자들이 학원원장을 하고 있다. 특히 거의 한국말을 잃어버리고 사는 고려인 3세를 비롯하여 외국에 나가있는 2세들에게도 관심을 가족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글날한글옷입기세계대회조직위원회가 앞으로 이런 일을 맡아 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을 당부 드린다."
덧붙이는 글 -한글날한글옷입기 www.hh1009.net
-세계어린이교육후원회 www..wocem.com (042-52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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