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장관, '이영희 대못' 뺄 줄 알았더니..."
[인터뷰] 김성태 의원 "한나라-노총 연대 깨지면 정권불신 퍼질 것"
▲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정치권에서 '타협의 신사'로 통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습니까."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이자 노동전문가인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초선)이 임태희 노동부장관을 향해 탄식을 쏟아냈다. 노동 현안인 '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 계획을 두고서다.
이후 세 차례나 시행이 더 유보됐을 정도로 노사관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임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이 조항에 대한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부터 당장 시행하겠다고 못박은 상태다.
"80년대나 고민했을 법한 후진국형 노사문제, 다시 불거지다니..."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김 의원은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80년대나 고민할 법한 후진국형 노사문제"라며 "21세기에 그것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대두되다니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 김 의원은 "그나마 대규모 사업장은 조합비로 전임자의 임금을 충당할 수 있지만,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노조의 역할이 가장 필요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협력 하청업체에선 사실상 노조운동이 씨가 마르게 된다"고 비판했다.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서도 "창구단일화라는 대전제부터가 경악스러운 발상이다. 이렇게 할 거면 굳이 왜 복수노조를 시행한다는 것이냐"며 "창구단일화는 노조의 자주성과 교섭권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 문제로 한나라당은 한국노총과 맺은 정책연대도 깨질 위기에 놓여있다. 천막농성에 들어간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복수노조·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을 폐기하지 않으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전면적인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책연대가 깨지면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선운동이 벌어질 수 있는 데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신뢰할 수 없는 정권'이란 인식이 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 장관, 막힌 노·사·정 관계 뚫을 줄 알았는데..."
특히 김 의원은 두 사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임태희 노동부장관에게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이영희 전 장관이 박아놓은 '대못'을 빼고 노동계와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 복수노조, 노조 전임자 임금 등으로 막힌 노·사·정 관계를 뚫으리라 기대했는데 '대화와 타협의 신사'로서 이미지는 어디로 갔느냐"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 ⓒ 남소연
김 의원은 임 장관이 법 개정을 하지 않고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방안을 행정법규에 담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점도 크게 우려했다. 김 의원은 "13년간이나 시행이 유보됐을 정도로 논쟁이 많은 대표적인 사회법 사안을 국회의 논의, 여론수렴 과정도 무시한 채 시행령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큰 문제"라고 일갈했다.
김 의원이 활동하고 있는 소장파 초선모임인 '민본21'에서는 오는 19일 임 장관을 불러 노동현안을 두고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김 의원은 "임 장관이 이번 간담회에 출구전략을 들고 오길 기대한다"며 "이번 간담회에서도 기존의 노동부 입장을 되풀이하거나 일방적으로 설득시키려고 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민본21-임태희 간담회... '출구전략' 가져와야"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노·사·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데에는 정부 측에 '노동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한몫 한다고 봤다. 경제관료 출신인 임 장관은 물론이고 청와대에서 노동 현안을 총괄하는 진영곤 사회정책 수석도 보건복지가족부 사회정책실 실장, 여성부 차관을 지내 노동문제와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전직 사회정책 수석들이 가정아동복지학자나 보건행정학자 출신이어서 지난 인사 때 노동·고용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총괄할 인사를 기용해달라는 건의가 당에서도 있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의원은 민본21 소속 의원들과 함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마련해둔 상태다. 복수노조는 '유령·휴면·어용노조'가 들어선 사업장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또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은 1000인 미만 사업장은 노사자율에 맡기고 대기업 노조의 경우엔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노·사·정 6자회의가 진행중이니 종료될 때(오는 25일)까지 개정안을 발의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며 6자회의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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