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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을 벗어나는 방법? 매트릭스에서 벗어나기!"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생각의 주체성을 갖자"

등록|2009.11.16 21:27 수정|2009.12.08 09:31
"마르크스가 강조한 '한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은 지배개념의 이념이다'라는 명제를 되돌아본다면, 내가 고집하는 내 생각은 내가 주체적으로 형성한 것이 아닐 때, 지배계급이 나에게 갖도록 요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갖고 있는 의식이어서 그것을 고집하며 살지만 나에게 그 의식을 갖도록 한 주체는 내가 아니라 지배세력이기 때문이다. 제도교육과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분석이 요구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16일 경북대학교에서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 : 매트릭스에서 벗어나기>의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홍 위원은 "사회는 구성원들의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그 사회의 민주주의, 인권, 양성평등의 수준은 국민의 의식이 결정한다"며 "현상보다 의식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며 "매트릭스에서 벗어나 생각의 주체성을 갖자"고 당부했다.

영화 '매트릭스'는 기계들이 인간을 건전지처럼 사용하기 위해 세상을 거짓으로 꾸며놓은 세상을 말한다. 매트릭스에서 통제를 받고 살던 주인공이 어느 날 자신이 전부라고 믿었던 세상에 대한 실체를 깨닫게 되면서 새롭게 태어난다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진실에 눈감고 거짓된 삶을 유지해 주는 '파란 약'과 진실을 깨닫게 해주는 '빨간 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한다. 홍 위원은 '한국이 20대 80의 사회라면, 80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제 빨간 약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는 콜럼버스의 달걀


한국 사회의 양극화에 대해 홍세화 기획위원은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 구성원들이 존재한다"며 "깨진 달걀의 형상이 우리들의 사회"라고 역설했다.

"평면에 '인간의 존엄성'이란 긴 선을 그려보자. 긴 선의 중점을 중심축으로 하는 달걀을 그리면 그게 바로 한국 사회다. 무서운 것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선 밑의 반원이 깨져있다는 것이다. 

홍 위원은 북유럽 사회를 예로 들며, "북유럽 사회의 달걀은 '누워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북유럽 사회도 사회 갈등과 모순은 존재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사회 공공성과 안전망 측면에서 보호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가 "저마다 깨진 달걀의 밑으로 내려가지 않기 위해 불안과 경쟁으로 가득하다"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지금'을 저당잡히며 살아간다"고 강조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한국 사회가 "신자유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8자형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우석훈 박사가 주장하는 '8자형 사회'의 핵심은 '분리'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우석훈 박사의 '8자형 사회'를 소개하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깨진 달걀을 누워 있는 형태로 만들려면 위와 아래를 눌러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양 옆을 누르고 있다. 한국 사회는 20 : 80의 사회에서 10 : 90의 사회로 나아간다. 기득권 세력은 부의 세습을 통해 지위를 유지하고, 중산층과 서민층은 깨진 달걀의 밑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전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매트릭스에서 벗어나기!


한국 사회의 80에 속하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왜 기득권 세력에 표를 던지는가? 홍세화 기획위원은 이에 대해 ▲ 80 중 자기배반 의식의 소유자 ▲ 80 내부의 분열 ▲ 정치에 대한 소극성과 무관심 ▲ 미래대상 일치하기 등으로 분석했다. 대부분의 중산층과 서민들은 자신이 80이 아니며, 대학생들은 모두 정규직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현재의 처지보다 20으로의 편입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홍 위원은 E랜드 농성파업을 예로 들며 "농성파업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기득권 세력에 표를 던져왔지만, 그들을 찾아온 건 단병호, 심상정, 노회찬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 대해 예견된 결과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구조에 대한 인식 결여와 욕망의 다기화가 이명박 정부를 들어서게 했다는 것이다. 홍 위원은 한국 사회의 보수성은 "구성원들의 비주체성의 결과"이며, 하루 빨리 매트릭스를 벗어나 "생각의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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