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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기대수명 47세, 그들을 죽이는 질병들

[국제 NGO 이슈 ⑨ 질병] 간단한 예방접종만으로도 새생명을 선물받는 어린이들

등록|2009.11.24 15:13 수정|2009.11.24 15:13
아프리카 지역은 오랜 시간동안 낙후되어 있었다. 그 원인을 들자면 만연한 부패와 잘못된 통치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식민지 유산과 서구 약탈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회에 소리없이 파괴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따로 있었다.

2000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기대수명은 47세에 불과했다. 반면 동아시아는 69세, 선진국 평균 수명은 78세였다. 기대수명 차이가 20~30년 이상 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사 결과 그 이유로 8가지가 언급되었는데, AIDS, 말라리아, 결핵, 설사병, 급성 호흡기 감염, 백신으로 예방되는 질환, 영양부족, 불안전한 출산 등이 그 이유였다. 대부분이 질병과 관련된 것이었다.

개발도상국에서 매년 사망하는 5세 미만 어린이를 조사해 본 결과, 920만명 중 70%가 폐렴, 설사병, 홍역, 말라리아, 영양실조 등 5가지 원인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통 어린이들은 이러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명을 잃게 된다. 전세계 어린이 4명 중 3명은 이러한 원인 중 최소한 한 가지 이상 원인으로 고통받는다고 한다.

소아마비 예방백신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 교외의 보건센터에서 한 어린이가 소아마비 예방약을 먹고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어린이를 괴롭히는 치명적인 질병들

에이즈와 말라리아 및 기타 질병 퇴치는 새천년 개발목표(MDGs) 제 6항과 관련되는 중요한 과제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창궐하는 주요 질병들의 면면을 살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에이즈(AIDS) 에이즈는 지난 10년 동안 보건부문 발전에 있어 가장 큰 위기로 드러났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에이즈 감염자의 70%가 살고 있고, 에이즈 고아의 80%도 이 지역에 있다. 2007년 현재 3320만 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감염자 중 210만 명은 15세 미만 어린이다.

- 말라리아(Malaria) 30초마다 말라리아로 한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으며, 매년 5억 명 이상이 감염된다. 사망의 90%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며, 대부분 5세 미만 어린이와 임산부가 피해자로 알려져 있다. 말라리아로부터 운좋게 살아 남더라도 성장 발달에 영향를 주며, 저체중아 출산, 빈혈, 영아 사망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말라리아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살충처리된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 소아마비(Polio)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병으로 1955년 백신이 발명되기 전에는 매년 50만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였다. 1988년 이래 90%가 감소하는 등 거의 퇴치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빈국과 인구가 과밀한 내전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20개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력분쟁이 많은 아프리카의 경우 지속적인 예방접종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시 유행할 위험이 높다.

- 홍역(Measles) 홍역은 주로 5세 미만 어린이가 잘 걸린다. 매년 3~4천만 명의 어린이가 감염되어, 약 50만 명의 어린이가 사망한다. 폐렴, 설사, 영양실조 등과 겹쳐 발생하기도 하며 살아 남더라도 실명, 귀먹음, 뇌 손상 등의 후유증이 남게 된다. 최근 홍역 예방접종의 성공으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홍역발병 수는 크게 감소했다.

- 폐렴(Pneumonia) 어린이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질병으로 매년 약 2백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가 가장 심각하다. 급성호흡기질환, 폐렴, 폐렴의심증상 등이 있으며 영양실조, 홍역에 걸린 어린이들은 폐렴에 걸릴 위험이 높다. 급성호흡기질환의 60%는 정기적인 예방 접종과 완전 모유수유, 보충식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 설사병(Diarrhoeal Disease) 설사병은 오염된 식수와 비위생적인 화장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88%에 이른다. 매년 220만 명, 5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17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원인이 된다. 음식과 그릇, 손의 청결, 파리를 매개로 한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홍역, 말라리아와 동시 발병하기도 하며,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이 높다.

질병퇴치를 위한 범세계적인 예방접종사업은 1990년대 적극 전개되어, 지난 20여 년간 어린이 2천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다. 1980년대 초 20%에 불과했던 예방접종률은 2006년에는 79%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어린이의 3분의 1 이상인 2천 4백만 명이 여전히 기본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사망의 주요원인이 되는 6대 질병(백일해, 결핵, 파상풍, 소아마비, 홍역, 디프테리아 등)은 모두 예방접종만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들이다.

홍역 퇴치의 성공사례로 본 예방접종의 위력

2008년 11월 실시된 콩고의 홍역예방캠페인홍역예방캠페인의 일환으로 콩고 고마 부근의 키바티 난민 캠프에서 한 소년이 홍역예방 주사를 맞고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2001년 유니세프, 미국 적십자사, 유엔 재단,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WHO가 협력하여 세계 홍역 사망자수를 줄이기 위한 홍역 예방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 기관들은 홍역예방 캠페인을 실시하는 국가의 정부 및 지역사회에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였고, 사망자수를 관리, 감독했다.

이 캠페인으로 60개 이상의 국가에서 6억 명의 어린이들이 예방접종을 받았고, 세계 홍역 사망자 수는 2000년에 비해 74% 감소했다. 아프리카의 경우 89%까지 감소했는데, 약 75만명의 사망자가 19만7000명으로 감소한 것이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소말리아, 수단을 포함한 지중해 동부 지역의 경우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약 9만6000명에서 1000명으로 줄어들어 무려 90%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것은 2010년까지 홍역 사망자 수를 90% 감소시킨다는 유엔의 목표를 무려 3년이나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놀라운 감소율 수치는 지난 8년 동안 사망자 수가 63%나 줄어든 아프리카 지역의 역할이 가장 컸다. 반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홍역 사망자 수의 감소율은 약 42%에 그쳤다. 그 이유로는 세계 홍역 사망의 2/3를 차지하는 인도에서 대규모 홍역 예방운동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의 성공을 위해 지역사회 참여가 필수다

에티오피아의 가정방문 예방접종 소아마비 예방 접종을 위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어깨에 맨 가방에는 'Kick Polio Out of Africa(소아마비를 아프리카에서 몰아내자)'라고 적혀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질병과 죽음은 아프리카의 경제발전을 저해해 왔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여러 가지 질병들로 인해 의사와 교사, 공무원, 농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있다. 한창 일을 해야 할 인력들이 시름시름 앓거나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질병은 빈곤을 야기하고, 빈곤은 다시 질병을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아프리카 각국은 이 뿌리깊은 악순환을 멈추게 하기 위해 예방접종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원활히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리더(관공서, 종교지도자, 언론, 촌장 등)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방접종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의료전문인과 봉사자들의 헌신이 필수적이다. 이들은 각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며 어린이들에게 홍역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어머니들과 탁아모들에게 알리고, 교육하고,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방접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모 교육 과정도 반드시 병행된다. 라디오, TV, 신문 등 매체 또는 연극이나 노래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오해, 근거없는 소문을 불식시키고 있다. 동시에 예방접종이 안전할 뿐만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데 필수적임을 알리고 있다.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그와 동시에 질병들의 발병율도 더불어 감소하였다. 아프리카 대륙을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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