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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또는 잊어버려도 우산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움(GREEUM)의 여행 1] 시라가와고의 가을과 겨울사이

등록|2009.11.18 14:01 수정|2009.11.18 14:01
지난 11월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헤이리의 이정호 이사장을 비롯한 주민 몇 분과 제종길박사와 민병근 교수 등 생태전문가를 동반하고 이시카와, 도야마, 후쿠이, 기후, 시가 그리고 오사카를 여행했습니다. 잘 보호된 자연과 공원, 자연과의 공생을 실천하는 생태마을, 버려진 공장과 헐린 학교 부지를 창작공간과 미술관으로 만들어 도시를 리모델링하는 현장을 답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일전에 뵌 유한대학의 김영호 총장님께서는 제게 앞으로는 '그리움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견하였습니다. 'GREE+UM'을 말한 것입니다. 자연과 생태를 상징하는 'Green'과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Museum'을 의미한 것입니다. 우리의 이번 일본행은 바로 '그리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그 현장들을 몇 차례로 나누어 소개해드립니다. <기자 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시카와현 고마츠시의 고마츠공항까지는 비행시간 1시간미만의 거리입니다. 거충거충 넘긴 신문의 한 부도 채 다 보기 전에 혼슈의 동쪽 해안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해발 3000m에 달하는 고봉과 능선들이 동해로 면한 북동쪽 열도를 따라 뻗어있습니다. 히다산맥(飛騨山脈 비탄산맥)입니다. 우리들에게는 '북北알프스'라는 이름으로 친숙합니다. 영국의 가우란트 경이 이 산맥이 알프스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5km 쯤의 너비에 100km가 넘는 길이입니다.

고젠가미네(御前峰)를 중심으로 한 하쿠산(白山)이 흰 눈을 듬뿍 이고 있습니다. 비행기는 북알프스의 흰 눈을 왼쪽으로 두고 동해 위를 한 참 비행한 후 고마츠공항에 내렸습니다.

▲ 눈 덮인 북알프스 연봉連峰 ⓒ 이안수


▲ 눈 덮인 북알프스 연봉連峰을 배경으로한 이시카와현의 현청소재지인 가나자와시 ⓒ 이안수


땅위에는 한겨울의 설국으로 날아드는 듯한 비행기에서의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가을이었습니다. 마중을 나온 이시가와현 의회의원인 이시자카 슈이치(石坂修一)의원께서 말했습니다.

"이 고장의 속담 중에 '벤또(辨當 도시락)는 잊어버려도 우산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렇듯 이시카와는 맑은 날을 보기가 힘들만큼 연중 비나 눈이 많은 고장입니다."

▲ 이시카와현 소개자료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주신 이시자카 슈이치(石坂修一)의원과 민병근교수 및 제종길박사(시계반대 방향으로) ⓒ 이안수


가나자와(金澤)의 겐로쿠엔(兼六園 겸육원)에는 눈 많은 이 고장의 명물인 유키츠리 (雪吊り가지에 쌓인 눈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나무의 중심에 큰 나무 기둥을 세우고 기둥의 끝에서 로프를 내려 각각의 나무가지에 묶은 나무보호 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11월 초에 설치하고 3월 말에 제거하게 됩니다.

▲ 겐로쿠엔의 유키츠리 설치작업 현장 ⓒ 이안수


▲ 유키츠리 설치작업은 많은 품이 들지만 나무 가지를 보호하면서 이 고장의 명물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 이안수


오카야마(岡山)의 고라쿠엔(後樂園)과 이바라키(茨城) 미토(水戶)의 가이라쿠엔(偕樂園)과 더불어 일본 3대 정원중의 하나인 겐로쿠엔의 유키츠리는 원뿔 모양으로 드리워진 수많은 로프들이 만들어내는 조형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풍경입니다.

▲ 정원 가운데 자리한 연못 가스미가이케로 가지를 뻗은 소나무에 설치중인 유키츠리 ⓒ 이안수


▲ 유키츠리는 눈이 오지 않은 때에도 뛰어난 조형미가 있습니다. ⓒ 이안수


가나자와에서 북알프스를 동서로 관통해서 기후현의 시라가와고의 합장촌으로 가고자했던 계획은 하룻밤 사이에 무산되었습니다. 지난밤 하쿠산 일대에 폭설이 내려 북알프스의 자연림과 산세를 탐방하며 달리고자했던 33km의 스파린도(ス-パ-林道)가 폐쇄되었다는 것입니다.

폭설을 피해 돌아서 도착한 시라가와고(白川鄕)에는 단풍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겨울의 폭설에 대비해 지붕을 마치 합장合掌을 한 손처럼 가파르게 한 합장촌의 정원과 거리뿐만 아니라 수로와 지붕에도 가을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 시라가와고의 가을 ⓒ 이안수


▲ 시라가와고의 가을 ⓒ 이안수


▲ 시라가와고의 가을 ⓒ 이안수


합장지붕 너머, 먼 산에는 흰 눈을 그득하게 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을을 거니는 것은 주위에 온통 흰 눈이 쌓인 야외 온천장에서 더운 온천물에 몸을 이완시킬 때만큼이나 대비되는 아름다움과 감정을 정화淨化하는 힘이 있습니다.

▲ 시라가와고에서 본 가을과 겨울사이 ⓒ 이안수



저는 가을을 만나면 가을의 화려함이 제일 좋은 듯했습니다. 다시 겨울을 만나면 그 겨울의 적막과 단순함이 제일 좋게 느껴졌습니다.

▲ 겐로쿠엔의 가을 ⓒ 이안수


저는 겐로쿠엔의 유키츠리가 설치되는 모습을 보면서 또한 시라가와고에서 단풍잎 너머의 눈 덮인 고봉들을 보면서 또다시 '가을과 겨울사이'의 낀 계절이 제일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자연의 운행은 매순간 저를 변덕쟁이로 만드는 경이의 연속입니다. 저는 온전한 자연만이 우리의 미래임을 증언하기위해 일본에 왔습니다.

▲ 공중에서 본 이시카와의 산자락 골프장과 산중턱의 스키장. 사람의 유희를 위해 대지는 몸을 앓습니다. ⓒ 이안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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