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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그의 사부는 '인생 3모작'을 좋아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인생 3모작' 강조

등록|2009.11.18 12:26 수정|2009.11.18 12:27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유성호

이명박(MB) 대통령은 지난 2007년 5월 10일 제17대 대통령선거 출마선언문에서 '인생 3모작 시대'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위해 일하겠습니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날 출마선언에서 국민에게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3'으로 통했다.

암튼 MB는 이날 "인생 90 시대가 열렸다"면서 인생 3모작을 제안했다. 개인은 90세를 기준으로 30세씩 인생을 3모작하고, 국가는 이러한 개인의 삶의 주기를 고려해 '3대 엔진'(교육학습과 일 그리고 여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행복이야말로 자유 대한민국의 최고 가치입니다. 인생 90 시대가 열렸습니다. 인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인생 이모작 시대에서 탈피해 인생 삼모작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유년부터 노년까지 자기 개발과 자아실현의 풍부한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학습과 일, 여가가 3대 엔진입니다."(2007. 5. 10)

'인생 3모작 시대'를 위한 '삼고(三苦) 제로(Zero) 플랜'

이때만 해도 MB는 호기롭게 지난 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한반도 대운하 등 '국운을 융성시킬 창조적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3대 경제지표로 축약한 이른바 '대한민국 747'(7% 경제 성장, 4만불 소득, 세계 7대 강국)을 실현해 세계일류국가를 창조할 것을 약속했다.

다소 지향점이 모호한 '인생 3모작 시대'라는 표현은 그해 10월 2일 다시 등장했다. MB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장위원장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이날 경기도 안양의 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해 가진 '타운미팅'에서 노인복지 정책공약을 제시하면서 '인생 3모작 시대'를 재론했다.

"고령화 시대엔 양적(量的) 장수가 아닌 질적(質的) 장수가 중요합니다. 초년 30년 동안 잘 준비하고, 장년 30년에 열심히 성취해, 노년 30년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사는 '인생 3모작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2007. 10. 2)

MB는 또 병고(病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등 '삼고(三苦) 제로(Zero) 플랜'을 제시하고, "노인들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수입 보장과 건강 보전, 자아 실현을 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년 후에도 20~30년간 일할 수 있는 '제2의 직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박수를 받았다.

MB, 2008년 '촛불정국' 때는 쥐죽은 듯하다가 2009년 신년사에서 다시 사용

2008년에는 촛불 시위의 여파와 고용대란 등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쥐죽은 듯 엎드린 MB는 '인생 3모작 시대'라는 표현을 입에 올리지 않다가 2009년 1월 2일 신년연설에서 다시 사용했다.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 사회는 물론, 단기적으로 휴업과 감산 등을 대비해서 직업 교육과 직업 재훈련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개편하겠습니다. 직업을 여러 번 바꾸는 것이 불가피한 인생 3모작 시대에, 직업 전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평생학습, 평생취업체제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그 뒤로 지난 6월 24일 박영준 국무차장이 주재한 총리실의 '고용사회안전망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대통령이 조기퇴직자들이 인생 3모작 방안을 연구하라는 지시를 해서 청와대에서도 (퇴직자 재취업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결국 '인생 3모작 시대'라는 용어는 고령자 혹은 조기퇴직자들을 위한 재취업을 염두에 둔 표현임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MB의 정치적 '사부'이자 정신적 '멘토'로 통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열렬한 '인생 3모작' 주창자라는 점이다. 최 위원장은 MB가 후보 시절부터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종종 '인생 3모작 대비론'을 설파해 왔다. 그래서 MB의 '인생 3모작 시대' 주장은 그의 멘토한테서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시중 "50대 초반부터 최소한 2모작을 준비해야"

최 위원장은 지난 6월 방송위 출범 100일 기자단 만찬에서도 기자들에게 "나는 3모작인데, 여러분들도 2모작을 준비해야 50대 중반 이후 인생이 편해진다"면서 인생 3모작을 역설했다. 편집부국장까지 지낸 동아일보 기자 시절이 1모작, '94년 한국갤럽으로 옮긴 게 2모작, 이명박 후보를 돕다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된 지금은 3모작 시기라는 것이다.

그는 또 "50대 초반부터 최소한 2모작을 준비해야 한다"며 "인생의 2모작에 성공하려면 부단한 자기 반성과 노력이 필요하고, 몸과 마음가짐을 단정히 하고 최고의 신사가 돼야 한다. 여러분도 최고의 신사가 되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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