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야 독감아 오지마라, 따끈한 유자차 준비했다
철따라 새로 쓰는 우리 마을 절기 이야기(26)
추운 겨울 먹을거리로 몸의 기운을 북돋우는 지혜 중 하나가 바로 유자차입니다. 본초강목에는 유자를 상복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이 길어진다고 했으며, 동의보감에서는 술독을 풀어주고, 술 마신 사람의 입냄새까지도 없애준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방향제, 소화불량, 입맛이 없을 때, 기침을 다스리거나 가래를 삭일 때 많이 먹었던 음식이랍니다. 동짓날 얇게 저민 유자를 띄워놓은 물에서 목욕을 하면 일년 내내 감기가 걸리지 않는다는 민간요법도 있다고 합니다. 입동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이 시기가 유자를 수확하는 제철이니 싱싱한 유자를 구해 유자차를 만들어 놓으면 겨우내 건강을 유지하는 별미가 되겠지요.
▲ 준비됐어요.흐르는 물에 씻어서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아 놓은 유자, 끓는 물에 소독한 유리병, 사탕수수 원당으로 만든 유기농 설탕! 그리고 즐거운 마음까지, 준비됐어요! ⓒ 한희정
▲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초등학교 2학년인데 이 정도로 칼을 쓸 수 있다면 솜씨가 보통이 아니지요? 집에서 갈고 닦은 솜씨일까요? 이렇게 사과 껍질 벗기듯이 껍질을 벗겨내면 한결 쉬운 것 같습니다. ⓒ 한희정
▲ 씨 빼기유자 하나에는 30개 정도의 씨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많기도 하지요. 유자차에 들어가면 쓴 맛이 나지만, 씨를 청주에 담가 냉장 보관하면 1년 후에는 참 좋은 스킨 로션이 된다고 합니다. ⓒ 한희정
▲ 유자 하나에서 나온 씨이렇게 많습니다. 미끌거리는 유자씨가 재밌다고 조물닥거리더니 손이 쓰라리다고, 손가락이 쭈글쭈글해졌다고 하네요. ⓒ 한희정
아이들과 함께 유자를 씻어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아 놓았습니다. 유자차를 담을 유리병은 끓는 물에 굴려 미리 소독을 해 놓았지요. 설탕은 사탕수수 원당을 사용한 유기농 설탕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모둠별로 둘러 앉아 어떤 유자차를 만들지 의견을 모았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해 제가 만든 유자차에서는 쓴 맛이 났기 때문입니다. 이 쓴 맛 때문에 더 좋다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아이들 품평은 대체로 맛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 이유를 알아보니 유자차는 껍질만 넣고 만들어야지 알맹이를 넣으면 쓴 맛이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맹이는 넣어도 되는데 씨를 넣으면 쓴 맛이 난다는 의견도 있어서 일단 우리는 여러 방법으로 실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모둠은 유자 껍질만 설탕에 재워서 만들기로 했고, 어떤 모둠은 유자 껍질과 씨를 뺀 알맹이를 설탕에 재워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또 어떤 모둠은 씨를 뺀 알맹이만 모아서 유자차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껍질, 알맹이, 씨를 모두 넣어서 만들어 보겠다는 실험 정신이 강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 곱게 자를수록 맛이 좋다는데곱게 자르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지요. 그래도 정성을 다해서 잘라봅니다. ⓒ 한희정
▲ 처음에는 재밌었는데하다보니 손가락도 아프고, 칼질 하기도 힘들고... ⓒ 한희정
▲ 이만하면 어떤가요?보름 후에 맛 보게 될 맛있는 유자차를 기대합니다. ⓒ 한희정
▲ 우리 모둠 완성했어요.하나는 유자씨를 뺀 알맹이와 유자껍질을 모아서, 하나는 유자껍질만 모아서, 하나는 씨, 알맹이, 껍질 세가지를 모두 모아서 만들어봤습니다. ⓒ 한희정
▲ 우린 이렇게 했어요.하나는 유자 껍질만 모아서, 하나는 유자 알맹이만 모아서, 씨는 샘들이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 한희정
▲ 우린 이렇게 했어요.두 병 모두 유자 껍질과 씨를 뺀 알맹이를 골고루 섞어서 만들었지요. 씨는 주물럭거리는 장난감이 됐구요. ⓒ 한희정
사과 껍질 깎듯이 유자 껍질을 깎아서 곱게 썰고, 알맹이는 씨를 빼낸 다음 썰어 놓고 소독된 유리병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설탕을 넣어 잘 섞은 다음, 2~3cm 정도 설탕을 위에 쌓일 정도로 담아 뚜껑을 덮어 두었습니다. 유자 껍질을 벗기는 것도, 벗긴 껍질을 곱게 써는 것도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나중에는 힘들었다고 합니다. 또 알맹이에서 씨를 빼낼 때는 강한 유기산 때문에 손가락이 쓰리고 아팠다고 합니다. 그래도 서로의 위생 상태(^^;;)를 점검해 주며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한 살림 유자 4kg로 만든 유자차가 잼 병으로 15개가 넘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병을 보면서 아이들 마음도 푸근해집니다. 물론 당장 맛보고 싶은데 보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유자차 15병을 만들어 놓았으니 앞으로 더 추울 겨울을 맞는 마음도 넉넉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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