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박원순과의 시민간담회 직접 맡아 보니

얼굴없는 시민이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기까지의 과정

등록|2009.11.19 11:09 수정|2009.11.19 11:32
얼굴 없는 시민이 진보개혁세력의 대표인사를 만나다

2010연대로부터 토론회를 좀 재밌게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얼굴없는 시민이자 누리꾼으로서 진보개혁세력의 대표 인사인 박원순 변호사, 유시민 전 장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의 대화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무한히 신뢰하는 눈빛을 배신할 수 없어서 참여하게 되었다.

<낮은 목소리><발레교습소> 등을 만든 변영주 감독이 사회를 맡고 시민논객단을 2010연대에서 도와주면서 토론팀은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애초에는 4명의 대표 인사가 모두 참여하여 토론하는 방식이 고려되었지만 일정과 사정 등으로 '연속 좌담회' 형식이 되었다. 단번 행사가 4번으로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각각의 인사를 개별적으로 만나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특히 첫 번째 대담자로 결정된 인사는 이름마저 원만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다.

토론의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청문회'와 유사한 콘셉트를 가미했고 주부·회사원·취업준비생 등 이웃으로 구성된 시민논객단 제도를 도입했다. 그렇게 해서 첫 모임을 열고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토론회 준비를 했다.

온전한 토론회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 발언에 무슨 내용을 담을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했다. 2010연대 측에 박원순 이사의 발언 내용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프레시안> 창간 8주년 특집 대전 강연회 기사를 참조하라는 전언만 들었다. 해당 기사를 정밀 분석하고 시민논객단의 토론 내용을 정하고 각자의 미션을 들고 토론회를 기다렸다.

박원순 변호사의 진면모를 드러내지 못한 점 아쉬워

현장에서는 항상 돌발상황이 터지기 마련이다. 인터넷선이 문제였다. 접속이 되지 않거나 자주 끊겨 토론회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지만  토론회는 그런 대로 '엣지 있게' 진행되었다. 특히 시민논객단의 각개약진이 두드러졌고 변영주 감독의 미사여구(?)가 돋보였다. 그는 "정치는 하되 입후보는 하지 않겠다"는 박원순 변호사의 최근 쟁점에 대해서 아름답게 재해석해 질문해 박 변호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보다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좋은 꿈을 꾸는 상징적인 인물이 필요한가? 그것이 범국민적인 추대 속에서 박원순 변호사님께 화살이 갔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 텐가?"

박원순 변호사 간담회에서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점은 박 변호사의 진면모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긴장과 흥미, 흥행성 따위의 강박에 사로잡혀 쟁점을 지나치게 드러냈고 집요하게 캐묻는 '오버' 때문에 결과적으로 박 변호사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개입 부분과 '희망과 대안'의 핵심 콘텐츠를 부각시키려 했지만 주소를 잘못 찾은 경우도 많았다. 박원순 변호사는 "왜 '희망과 대안'이 구체적인 콘텐츠를 내놔야 하느냐"며 반문했다.

토론회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가장 빛난 부분은 폭넓은 사례를 제시한 점이다. 예컨대 투표율이 점점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서 우리들은 젊은 세대의 정치 무관심 정도에서 멈추지만 박 변호사는 IT 시대에 왜 새벽같이 일어나 투표장에 가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반문했다. 택배회사 직원이나 비정규직 같은 경우는 법정 공휴일인 투표일에도 투표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박 변호사는 캐나다에서는 이미 이메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요컨대 박원순 변호사와의 토론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고 싶다.

"귀중한 사례를 한껏 드러낼 수 있게 해주되 그의 상상력을 막아서지 마라."

사실 이번 박원순 토론회는 상상력이 부족했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고 정치 개입 쟁점에 지나치게 함몰된 부분이 있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했더라면 소셜 디자이너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박원순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나이와 연륜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변호사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상상을 하며, 이에 대해 글로벌하고 구체적인 근거사례를 제시할 수 있다.

트위터 생중계는 또 다른 도전

박원순 변호사와의 토론회를 생중계하면서 트위터(www.twitter.com/jinalsi) follower가 40명 가량 늘었다. 생중계를 할 때마다 그 정도로 늘어난다. 추석 서울역에서 라디오21(http://www.radio21.kr/)과 6시간 생중계를 했고 진보넷 <100번토론>으로 10월 재보선 개표 생방송을 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생중계다.

첫 생중계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한 셈이고, 두 번째 생중계 때는 녹취 수준의 중계를 했다. 트위터는 140자가 한계이기 때문에 녹취하는 방식의 생중계는 트위터 이용자에 대한 실례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장에 대한 간단한 감상과 주요 발언 등을 옮겼고, 진행되는 주제에 관한 질문과 의견을 요청했다. 트위터는 피드백을 얼마나 잘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서 효용가치가 넓어진다.

그리고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것은 2시간 토론회를 한다고 해서 트위터를 2시간 동안 켜놓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2시간 토론회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면 몇 시간 전부터 토론회 관련 테마와 설문내용을 전달해 이를 통해 토론회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2시간 안에 피드백을 받기는 어렵다. 그 2시간은 예측하지 못한 질문과 상황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으로 족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 전과 당일에 대한 140자 단위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듬뿍 담고 있어야 하며 공적인 대화 채널이기 때문에 트위터 특성에 충실할수록 생중계나 토론회 등 대중 참여 행사에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트위터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멈추지 말고 계속 해야 한다.

11월 23일(월요일) 오후 2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 희망찾기 연속좌담 2회 "유시민과의 대화"를 한다. 박원순과 대화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어떻게 벌충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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