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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의 시아버지한테 전화한 이유는?

물불 안 가리고 일한 전남도청 장방진씨 '민원봉사대상' 수상

등록|2009.11.19 14:31 수정|2009.11.19 14:31

▲ 19일 '민원봉사대상'을 받은 전남도청 장방진씨.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집요하리만치 열성적인 공무원이다. ⓒ 이돈삼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을 얘기할 때 '안정', '철밥통', '탁상행정', '정시 출퇴근' 등 부정적인 단어를 먼저 떠올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선입견과 거리가 멀다. 그는 궂은 일을 앞장서 하는 사람, 발품을 팔아 현장을 찾아다니는 사람,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치열한 프로정신으로 맡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다.

전남도청 공보실에 근무하는 장방진(50·행정6급)씨. 그의 한발 앞선 노력과 치열한 프로정신이 전남도정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민원인의 가려운 곳까지 긁어주고 있다. 하지만 장씨한테 이런 말을 했더니 "그게 아니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그것은 한발 앞선 노력과 치열한 프로정신 이전의 문제"라고 말한다. 다만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한 것뿐"이라고.

모든 행정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민원행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발로 뛰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 그런 만큼 늘 현장을 찾아다니는 장씨가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다보니 그에게 하루 근무시간은 짧기만 하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을 처리하는 게 예삿일이 된 것도 이런 연유다.

그런 장씨를 두고 동료들은 "일에 열정적인 사람,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 "일을 해도 즐겁게 하며 보람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월일 겁니다.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 출범식을 준비하느라, 그 친구 나이 50에 하는 대학졸업식에도 가지 못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4월엔 또 칠순잔치 때문에 임원 간담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임원(집안의 큰며느리)의 시아버지와도 직접 통화를 해서 끝내 참석을 시키더라구요. 집요하리만치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는 친굽니다." 당시 전남도 종합민원실에서 같이 근무했던 한 직원의 얘기다.

그는 지난 7월까지 종합민원실에 근무하는 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민원의 처리상황을 수시로 알려주는 '민원처리상황 실시간 통보제'를 도입, 민원메신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 처리결과와 함께 추가 의문사항에 대한 문의처까지 안내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받았다.

지난 2007년 전남도청 동부출장소 근무 당시 지역개발사업 및 주민생활 안내책자를 펴내 민원인들의 편의를 도왔다. 2005년엔 전남도립대학 전임교수 채용계획의 불합리성을 지적, 이를 취소시켜 연간 1억7000만 원의 예산을 절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과찬"이라고 잘라 말한다. "다만 제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을 했죠. 다른 일은 몰라도 제가 맡은 일만큼은 완벽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봐야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게 저의 단점이기도 하죠. 그 단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장점으로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누구보다 자신이 맡은 일에 열정적인 장방진씨. 그는 일을 해도 즐겁게 하고, 또 보람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 이돈삼


사실 어느 행정기관이든지 민원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긴 어렵다. 찾아오는 사람 많고, 고질적인 민원도 끊이지 않고…. 하여 민원실에선 말싸움이 나곤 한다. 담당공무원도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 민원인을 사무적으로 대하기 일쑤다.

이처럼 딱딱하기 쉬운 민원실의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것도 그의 공력이 크다. 장씨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일에 접목, 민원인을 대하며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자신이 맡고 있는 단체 소속 회원들의 집안 대소사까지 직접 챙겼다.

그를 한번이라도 만난 민원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했다. 전화통화라도 한번 한 사람들은 그를 보고 싶어 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군지 정말 궁금하다"는 게 이유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감사패와 공로패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와 업무관계를 맺은 주민회와 사회단체에선 수시로 감사인사를 전해왔다. 업무관련 표창도 많이 받았다. 모범공무원과 우수공무원으로 선정돼 국무총리 표창도 두 차례나 받았다. 민원메신저 운영 활성화 공로로 국무총리로부터 기관표창도 받았다. 도지사와, 시장은 물론 자연보호협의회장, 철도청장 표창까지도 받았다.

틈틈이 창의적인 시책도 내놓았다. 여름휴가 땐 섬여행 체험을 통해 얻은 개선방안을 냈다. 공무원연구모임에도 적극 참여했다. 짬이 날 땐 가족과 함께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도 해오고 있다.

이런 그가 19일 '민원봉사대상'까지 받았다. 행정안전부와 SBS, 농협중앙회가 함께 주는 민원봉사대상은 민원담당 공무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 훈격의 표창. 이에 따른 상금이 500만 원, 해외연수 특전도 주어진다.

"저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동료 공무원들에 미안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듬직함이 말 한 마디에서도 묻어나는 그다.
덧붙이는 글 이돈삼 기자는 전남도청 공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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