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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 가서 잘 사냐고? 구걸합니다

[해외리포트] 고학력 이민노숙자 양산하는 토론토

등록|2009.11.20 11:45 수정|2009.11.20 11:45
캐나다 토론토의 노숙인 3명 중 1명은 '이민자'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캐나다 태생 홈리스 대부분은 고졸 이하의 학력자인 반면, 이민자 노숙인들은 상당수가 직업학교나 전문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전체 노숙인들의 인종별 분포는 백인 56%, 흑인 22%, 캐나다 원주민 8%, 기타 14%였다. 연령별로는 25~39세가 34%로 가장 많았으며, 한창 일할 경제활동 연령대인 25~49세가 63%를 차지했다.(40~49세 29%, 25세 미만 24%, 50세 이상 15% 순)

캐나다에서 이민자와 홈리스의 상관관계를 밝힌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인트 마이클병원은 정기적으로 보호소를 찾는 1189명을 대상으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12개월 동안 면접설문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대상에서 난민, 불법체류자, 영어 비구사자는 제외됐으며, 연구결과는 <전염병학/커뮤니티 위생저널> 11월호에도 공개됐다.

캐나다 토론토 노숙인 3명 중 1명은 이민자

▲ 공원 의자에 앉아있는 토론토 노숙여성. ⓒ 위키피디아 공공자료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숙인들 중 32%가 이민자였고(10년 미만 이민자 10%, 10년 이상 22%), 68%가 캐나다 태생 토박이들이었다.

이민노숙자 377명 중에는 카리브 해 출신이 114명(3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프리카 84명(22%), 유럽 64명(17%), 아시아 56명(15%), 중남미 47명(12%), 미국 12명(3%) 순이다. 이민 노숙자들의 학력은 전문대 이상이 145명(38%)로 가장 많았고, 고교중퇴 138명(37%), 고졸 93명(25%) 이다.

이민 10년 미만 노숙인의 평균 노숙기간은 1.1년이며, 이민 10년 이상 노숙인의 평균 노숙기간은 2.8년에 달했다. 캐나다 태생 토박이 노숙인의 평균 노숙기간은 4.4년.

주목할 부분은 이들이 홈리스가 되는 원인이다. 캐나다 태생들의 노숙 사유가 대부분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22%)에서 비롯되는 데 반해 이민자들은 대부분 저소득, 서민주택 부족, 실직 등 경제적 원인 때문에 노숙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스티븐 황 박사(47, 토론토대학 의대 부교수)는 중국계로 홈리스 위생 관련 조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저명하다. 434개의 침대를 갖춘 노숙인들을 위한 보호소 시튼 하우스에서 13년째 주 1회씩 자원봉사로 홈리스 진찰을 해온 그는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일은 매 주마다 아주 중요한 일 중의 하나"라며, "그곳에 있는 홈리스를 도울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스티븐 황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로 현행 노숙인 대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까지는 노숙인 대책으로 음주나 마약 중독 치료를 우선시 해왔는데 이보다 초기 이민자들에 대한 직업훈련과 취업기회 제공 등을 통한 사회 정착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황 박사는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민자들이 노동시장 진입초기부터 캐나다태생보다 상당히 낮은 임금을 받는 등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번 조사결과에서 언급했듯이 직업훈련과 취업기회에 초점을 맞춘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 토론토 최대 홈리스 보호소인 시튼하우스에서 진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번 조사의 공동저자인 스티븐 황 박사. ⓒ Stephen Hwang


고국에서 가졌던 경력, 캐나다에선 못 써먹어

이민자들은 북미인구 증가의 결정적 요인이 되어 왔다.  미국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8년 기준으로 미국 인구의 12.5%인 3790만 명이 외국 태생이고, 캐나다 통계청 2006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캐나다 인구의 20%인 620만 명이 이민자다. 캐나다 최대 도시인 토론토의 경우 총 5백만 명 인구 중 46%인 230만 명이 이민자다.

2006년 4월, 토론토 시가 750명의 자원봉사자와 83명의 시 직원 등 총 1200명을 동원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토론토에 약 5천 명가량의 노숙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부분 침대가 있는 보호소에서 밤을 보내지만 16%에 달하는 800여 명은 거리나 건물 계단, 다리 밑 등 밖에서 잠을 잔다. 남녀비율은 각각 73%, 26%다. 이들 중 25%는 공식, 비공식의 직업을 갖고 있으나 2.7%는 구걸이 유일한 소득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토론토 홈리스 지원정책을 총괄하는 토론토시 매니저 패트리샤 앤더슨이 보내준 자료에 의하면 2009년 노숙인 지원 토론토 예산은 약 7.3억불(약 8천억 원)로, 그중 75%는 서민주택지원, 17%는 보호소 지원, 나머지는 기타 위생보건 등에 쓰인다. 이 예산은 토론토시가 43.5%, 캐나다 연방정부가 26.3%, 온타리오 주 정부가 22.9%, 그리고 토론토 주변도시에서 7.2%를 각각 나누어 부담한다.

토론토의 64개 보호소 중 가장 큰 시튼 하우스는 노숙인들에게 하루 3끼 식사를 제공하며, 목욕 및 세탁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의류와 신발을 제공한다. 의료진의 진료도 받을 수 있다. 노숙인 보호소는 남자용, 여자용, 가족용으로 구분돼 있다. 

▲ 다운타운 토론토에서 신호대기중인 운전자들에게 구걸중인 노숙인. ⓒ 강정수


한편, OECD는 토론토가 캐나다 국내총생산의 17%, 온타리오 주 GDP의 4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생산성 측면에서 토론토 지역의 인구당 GDP와 경제성장률은 캐나다 평균에도 미달하며, 노동생산성도 다른 도시에 비해 뒤처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는 이에 대해 지난 10일 "토론토는 이민자비율이 46%로 가장 높음에도 기술이민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며 "캐나다태생의 실업률이 4%에 불과한 반면, 25세~54세의 최근 이민자 중에서는 11%가 직업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토론토의 소수인종 정신건강단체인 '경계를 넘어'의 아시파 사랑은 <더 스타>에서 "신규 이민자들이 고국에서 가졌던 경력을 캐나다에서 인정받지 못해 구직난에 빠져 가난해진다"라며 "이민자들이 캐나다에 큰 기대와 희망을 갖고 오지만 체계적인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웬만한 소득이 없으면 이처럼 위험(홈리스)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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