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집에 들인연탄난로의 모습 ⓒ 홍경석
없이 사는 서민들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건 경제난과 겨울이다.
특히나 겨울이 되면 월동비가 많이 들어간다.
이로 말미암아 더운 여름엔 옥상에서 모기장을 쳐 두고
잠을 자도 되련만 엄동설한엔 턱도 없는 노릇이다.
얼어 죽으려고 환장을 하지 않은 이상에야 그같이 무모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예전엔 기름을 썼는데 유가가 마구잡이로 널뛰기를 하는 통에 그만 항복을 한 때문이다.
아무튼 연탄을 사용하니 난방비가 덜 들어가 우선 살 만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어떤 반대급부의 그늘이 발생하는데
그건 바로 연탄은 제 때 갈아주지 않으면 금세 냉골이 된다는 사실이다.
사이버 대학의 오프라인 강의가 있어 갈 때나
지인과 술 약속이 있어 갈 적에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건
'일단은~!' 집에 와서 연탄을 알맞게 갈아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아니 하면 우리 집 식구들은 얼어 죽을 지도 모르니까.
어제 추위에 견디다 못해 사무실에도 난방기를 들였다.
갈탄을 때는 주물(鑄物)로 만든 무쇠난로인데
연통을 연결하고 철사로 연통의 위치도 고정했다.
이어 시험 삼아 불을 때 보기로 했다
먼저 신문지에 불을 붙여 난로의 '아궁이'에 넣고 번개탄을 넣었다.
그러자 삽시간에 연기가 꾸역꾸역 나는데 이건 뭐
흡사 최루탄처럼 매캐하여 도무지 견딜 재간이 없었다.
창문을 활짝 열었으나 연기는 한동안 사무실을 점유하곤 적잖이 횡포를 부렸다.
잠시 후 번개탄을 하나 더 넣고 거기에도
불이 전이된 걸 본 연후에야 비로소 갈탄을 넣기 시작했다.
갈탄(褐炭)은 탄화 작용이 불충분한 갈색의 석탄이다.
탈 때 그을음과 나쁜 냄새가 많이 나며 화력이 약하고 재가 많이 남는 특색이 있다.
그렇긴 하더라도 굳이 이 걸 십 수만 원이나 주고 산 까닭은
기름과 전기가 들어가는 난로보다는 경제적으로 우위(優位)에 있는 때문이었다.
전기난로야 기름이 안 들어가고 냄새도 없어 좋다지만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요금이 천정부지로 가중된다는 누진세가 정말로 무섭다!
갈탄에도 불이 붙자 비로소 사무실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갈탄은 30킬로그램 한 포대(包袋)에 1만 5천원을 주고 샀다.
그마저도 아끼자고 마침 사무실 건물의 앞에 놓여져 있던
나무토막을 주섬주섬 가져다 난로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이내 또 코를 막는 연기가 자욱해지는데 이 녀석들은
아까의 번개탄은 게임도 안 되는 가히 '역발산기개세'의 수준이었다.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 만날 새벽부터
이 짓을 하여야 한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끔찍하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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