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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은 여교사, 복수에 나서다

[리뷰] 미나토 가나에 <고백>

등록|2009.11.23 13:44 수정|2009.11.23 13:44

<고백>겉표지 ⓒ 비채

4살 된 딸이 죽었다. 사고나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이럴 경우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십중팔구 가해자가 처벌 받기를 원할 것이다.

가해자가 벌을 받는다고 죽은 딸이 살아서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범죄자에게는 적절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가해자의 나이가 어릴 경우다. 일본에서는 범죄자의 나이가 14세 이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원래는 16세 이하였는데 소년법의 허점을 노린 14, 15세 범죄자들이 늘어나서 그 연령을 14세 이하로 낮추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13세 중학생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들이 살인이나 강간같은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감방은커녕 소년원에도 안간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어린 학생들을 보호하고 갱생을 돕는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실명과 얼굴도 공개되지 않는다.

피해자나 그 가족의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터질 노릇이다. 평온하던 가정이 송두리채 무너져버렸는데도 그런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민사소송을 통해서 배상금을 받아낼 수도 있겠지만, 손해배상 또한 의무적인 사항이 아니다. 법원에서 거액의 배상판결이 나더라도, 가해자 가족이 무시하면 그만이다. 보상금 지불을 강제로 집행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소년법의 특수성과 허점

이쯤되면 피해자 측은 법과 정의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된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것만 중요하고, 피해자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감정이 쌓이다보면 피해자의 가족이 직접 복수에 나설수도 있을 것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에서 바로 이런 상황이 생긴다. 중학교 교사 유코는 4살짜리 딸을 가진 미혼모다. 딸 마나미는 평소에 유아원에 다니지만, 유아원이 끝나는 시간인 4시가 되면 종종 유코의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다. 유코의 근무가 끝날 때까지.

사건이 벌어진 날도 그랬다. 유코는 마나미를 학교의 양호실에 두고 자신의 남은 업무를 보았다. 그리고 양호실에 가자 아이가 사라진 것이다. 처음에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화장실이나 아니면 다른 동아리방에 가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마나미가 보이지 않는다. 잔뜩 겁을 먹은 유코는 다른 교사, 학생들과 함께 마나미를 찾기 시작하고, 결국 교내 수영장에서 마나미를 발견한다. 마나미는 물에 빠져서 이미 차갑게 굳은 시신으로 변해있다. 경찰은 조사결과 실족으로 인한 사고사라며 이 사건을 마무리한다.

유코의 본능은 그렇지 않다. 유코는 자기 반 학생들 중에 살인자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조사에 들어간다. 그리고 결국 범인을 알아내지만 경찰에 알리는 쪽을 택하지 않는다. 그래봤자 보호관찰 처분, 사실상의 무죄방면이 될 것이 뻔하다. 대신에 유코는 스스로 복수하기로 마음 먹는다. 어떤 수단을 택하면 범인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짊어지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를 죽인 13세 중학생

교사의 입장에서는 복수라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벌을 주기 이전에 지도하고 보호하는 것이 교사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유코는 흔들리지 않는다. 마나미가 죽은 이후, 유코는 더이상 교사가 아니라 딸을 잃은 엄마에 불과할 뿐이다.

작품 속의 한 등장인물은 이런 말을 한다. 증오를 증오로 되갚아서는 안된다고. 복수가 또다른 복수를 부르는 것처럼, 그 말도 어쩌면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법에 하소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도 이해가 된다.

복수를 한다고 해서 아이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가해자에 대한 증오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아프고 슬픈 사건이 머릿속에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직 공허한 감정만 가득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유코는 복수를 하고나면 억지로라도 마음이 정리될 거라 믿는다. 모든 기억을 지워주는 완벽한 복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고백> 미나토 가나에 지음 / 김선영 옮김. 비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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