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그것은 건강과 회복의 다른 이름!
딸이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 병원...입원수속 밟으며...저만치 딸, 그리고 아들의 모습이 보이고... ⓒ 이명화
'일정기간 병원에 머물던 환자가 병원에서 나옴'이 퇴원의 사전적 의미이다. 퇴원은 대개 두 가지의 상황이 있다. 하나는 아팠던 사람이 온전히 회복되어서 병원 문을 나서는 경우이고, 또 한 경우는 병원에서도 치료할 수 없는 중병인 경우 즉,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어 퇴원하는 경우이다.
딸이 퇴원하고 보니 새삼스레 퇴원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감사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건강이 얼마나 큰 재산이고 복인지 건강을 잃어보기 전에는 실감을 하지 못하고 대부분 사람들이 살아간다. 집안 식구들 중, 또 가까운 친척, 친구들 가운데 아파 고생하는 것을 보거나 병이 났을 때,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 ...!!!......언제나 어여쁜 딸이다... ⓒ 이명화
애들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병원으로 함께 동행했다. H병원 1층에 들어서자 접수창구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앉아 있었다. 병원에 오니 신종플루 유행이 실감났다. 벽 쪽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남자로 마스크를 하고 있고 접수창구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 등 많은 사람들이 얼굴에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마치 병원에 오면 세균이 더 득실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접수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앉아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다. 종합병원이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마침 딸의 순서가 되어 접수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내한 대로 신경내과로 갔다. 의사가 진료하고 있는 방 문 밖에 앉아 몸무게를 재고 소변검사를 하고 피를 뽑고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와 면담했다.
일주일간 입원치료 받고, 일주일간은 약을 복용해야 한단다. 입원수속을 밟았다. 통원치료를 할 수 있을 경우를 생각해두고 있어서 혹시나 하면서도 입원 준비를 해 오지 않았는데 역시 입원해야 한단다. 일주일간 있을 6층 병실을 둘러본 뒤 다시 아들딸과 함께 나와 늦은 점심을 먹고 옷가지랑 세면도구 등을 챙겼다.
딸은 병원에 있을 동안 책이나 실컷 읽을 거라며 챙긴 몇 권의 책과 노트와 필기도구 등을 넣어 가방이 불룩해 제법 무거웠다. 나는 '엄마도 예전에 그래봤는데, 사실 책 잘 안 읽어진다. 책 읽는 것이 얼마나 에너지를 요하는 노동인지 아파보면 안다'고 해도 '그래도!' 하며 꾸역꾸역 챙겨 넣었다.
몇 번의 검사와 입원절차를 밟고 이래저래 하다보니 한나절이 다 지나버렸고 몸도 지쳤다. 병실에 옷가지랑 과일이랑 주스랑 티슈랑 챙겨 넣었다. 딸이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동시에 간호사가 들어왔다. 딸의 야윈 팔에 바늘을 찔렀는데 혈관을 못 찾았는지 두 번이나 실패했다. 딸앤 아파서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좀 살살해요~'하고 말했다.
▲ 병실 안...입원 첫 날...진통제를 맞고 통증을 호소했던 딸이 겨우 안정을 취하고 링거를 맞고 누운 딸의 모습... ⓒ 이명화
간호사는 작은 목소리로 주사 주는 게 무섭다고 했고 딸은 '간호사가 주사 주는 걸 무서워하면 어떡해요!'하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잘 참았다. 초보인 듯 했다. 안 그래도 아픈 애를 생으로 더 아프게 하는 것 같아 서툰 간호사가 괜히 얄미웠고, 누구나 다 처음부터 잘 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지만 하필이면 혈관 주사도 제대로 못 놓는 간호사가 걸릴게 뭐람, 하는 생각에 불쾌했다.
야윈 팔 두 군데나 엉터리로 찌른 주사바늘 자국이 남았다. 안되겠는지 옆자리에 누운 환자에게 주사를 놓고 가던 다른 간호사가 딸 쪽으로 와서 다른 팔에 놔보자고 했다. 단번에 놓았다. 숙달된 솜씨였다. 안심도 순간, 진통제를 맞자마자 딸의 안색이 변하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얼굴과 목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가슴과 배, 허리, 목이 못 견딜 정도로 아프고 기침이 나오면서 침이 안 삼켜지고 목에서 냄새가 올라오는데다 토할 것 같단다. 내 눈에 보기엔 얼굴도 갑자기 커지는 것 같았고, 양쪽 뺨엔 모공이 갑자기 확장되어 마치 화장독이 오른 여자의 얼굴처럼 모공처럼 확장되었다. 주사 쇼크였다.
간호사는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얼른 주사를 빼지 않고 '어디가 아프냐'고만 자꾸 물었다. 몸을 비틀며 통증을 호소하는 딸의 말을 몇 마디 듣고서야 주사약을 뺐다. 나는 하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런 간호사가 괘씸했다. 주사약을 뺀 간호사는 링거를 꽂고 속에 남아 있는 약 성분을 빨리 빠져나가게 했다.
간호사는 '가끔 진통제약이 안 맞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이 진통제는 다시 안 놓는다고 했다. 첫날 첫 시간부터 이렇게 힘들게 하니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며칠 입원치료만 받으면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크게 심려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더 병을 얻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딸은 통증이 사라지고 모공도 본래대로 여린 피부로 돌아왔다. 붉게 열이 올랐던 피부도 제 위치를 찾았다. 천만다행이었다. 딸은 처음부터 놀라서 그런지 링거를 꽂은 채 침대 깊숙이 얼굴을 묻었다. 입원 첫날 첫 시간부터 연거푸 이런 일이 일어나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음을 놓을 수 없어서 어두워지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조금 괜찮아지자 딸은 '아마도 주사 잘 못 놨던 간호사 언니, 야단맞았을 것 같다'며 남 걱정까지 했다. 병원에서 책이나 실컷 읽을 거라던 딸은 어지럽고 힘이 없어서 제대로 책을 읽지도 못했고 3일도 채 되기 전에 퇴원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병원에 못 가는 날이면 하루에 몇 번이고 전화를 했다.
밝은 목소리를 들으면 조금 낫나보다 싶어 안심이 되었지만, 조금만 목소리가 힘이 없고 처져 있어도 가슴이 철렁했다. 일주일 동안 낸 마음은 병원에 있는 딸한테 가 있어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전화하고 또 전화했고 또 찾아갔다. 덕분에 몸살까지 나서 잠시 앓기도 했다.
▲ ...근래 들어 사진찍기를 좋아해 수동 카메라를 구입...사진을 즐겨 찍는다... ⓒ 이명화
아침엔 쌩쌩한 목소리다가도 저녁에는 또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또 어디 아픈가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서인지 밤엔 꿈도 어지러웠다.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며칠 만에 퇴원하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꽤 힘든 병인지 일주일 내내 봐도 그대로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도 있었다.
부산까지 몇 번 오고가는 가운데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퇴원절차를 밟고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째 되던 날, 낮에야 퇴원수속을 밟았다. 딸은 병원 밖을 나서며 '살 것 같다'고 '정말 아프지 말아야겠다'고, 말했다. 햇살 속에 서있는 딸의 표정이 사뭇 밝았다.
다시 몸이 회복되어 병원 밖으로 나와서야 나는 마음을 놓았다. 고맙고 감사하다. 퇴원… 이 얼마나 반갑고 좋은 단어인가. 딸이 일주일간 병원신세를 졌다가 드디어 퇴원한 것이다. 퇴원… 그것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퇴원, 그것은 회복의 말, 건강의 또 다른 이름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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