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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까지 흡수하는 흙길 아세요?

'선흘곶의 심장' 동백동산

등록|2009.11.26 16:19 수정|2009.11.26 16:19

숲길하늘이 보이지 않는 흙길로 이룬 숲길 ⓒ 김강임



 

숲길 에서 만난 열매산딸기 같은 빨간 열매 ⓒ 김강임


 겨울딸기 유혹하는 숲길 속으로   눈이 내린다는 '소설' 오후, 제주시 선흘 곶자왈 동백동산 숲길 걷기에 나섰다.

 제주시에서 번영로를 따라 선흘리 마을에 접어들자,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올레가 나타났다. 몇 가구 되지 않은 선흘 2리 시골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낮은 돌담 너머 동백나무에 제법 큰 꽃봉오리가 개화를 앞두고 있었다.

 마을을 빠져 나가자, '동백동산' 오른쪽으로 숲길이 이어졌다. 종가시나무와 구실잣나무, 조록나무, 그리고 동백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이었다. 숲길 양 옆에는 가는 쇠고사리가 동백동산의 터줏대감 같았다. 특히 탐스럽게 열린 겨울딸기가 탐방객을 유혹했다.

동백동산 입구동백가든 주변에서 시작되는 동백가든 입구 ⓒ 김강임


 선흘곶자왈 동백동산... 이산화탄소까지 흡수

 제주 곶자왈은 잡초와 나무덩쿨, 수풀이 우거진 숲이다. 특히 사계절 내내 푸른 숲 지대로 보온 보습효과는 물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제주 곶자왈이다. 제주의 생명수 곶자왈은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지형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지역이다.

 제주곶자왈은 한경-안덕곶자왈, 애월 곶자왈, 조천-함덕-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로 4개 지역으로 분포돼 있다. 특히 선흘곶자왈 동백동산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남쪽에 위치한 검은오름(서거문오름)일대에서 시작하여 북촌리까지 약 7km에 걸쳐 분포돼 있다.

곶자왈 습지먼물깍 습지 ⓒ 김강임



습지먼물깍 습지 ⓒ 김강임


 '먼물깍'은 곶자왈의 보물

 마을끝에서 숲길로 800m 정도를 걸었을까. 동백동산 표지석과 정자가 나타났다. 여느 소공원처럼 조성해 놓은 입구에는 보물이 있었다. 곶자왈의 보물은 습지, 곧 '먼물깍'이다. '먼물깍'은 건충류와 양서류의 산란 장소이기도 하다. 동백동산은 이와 같은 먼물깍 습지가 군데군데 있었다. 물방개와 제주도룡뇽, 참개구리 등이 서식한다고 하지만 찾아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습지 물 위에 비친 하늘과 구름이 또 하나의 세상을 연출하고 있었다. 

노약자도 걷는 숲길노약자도 걷기 좋은 동백동산 숲길 ⓒ 김강임


 낙엽 쌓인 흙길을 걷는 재미
쏠쏠

 정낭을 넘어서자 몇 백 년을 지켜왔을 동백나무 한그루가 탐방객들을 반겼다. 수호신 같이 서 있는 동백나무 옆으로 통하는 숲길이 바로 동백동산 산책로. 하늘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숲길은 초저녁 같은 분위기였다. 흙과 자갈이 덤벅한 길 위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낙엽 쌓인 숲길을 걷는 재미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

 자연의 냄새가 났다. 적막한 숲, 이 지구상에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바로 동백동산이 아닌가 싶었다. 원앙과 흰뺨검둥오리, 검은머리방울새 등 겨울 철새가 사는 동백동산에 간간이 새소리가 들렸다. 어느 겨울새의 울음소리인가 조금은 처량하게 들렸다.

 그리고 숲길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부부끼리 나누는 오손도손 이야기 소리, 탐방객들이 흘리는 이야기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콩짜게 란동백나무에 공생하는 콩짜게란 ⓒ 김강임


 하늘을 찌를 듯한 동백나무가지를 타고 콩짜게란이 서식했다. 2.1km를 장식하는 콩짜게란은 선흘곶자왈 전 지역에 산재한다. 살아있는 나뭇가지는 물론 죽은 나뭇가지에도 생명이 꿈틀거리는 곳이 바로 곶자왈 지역의 특별함이다. 생명의 강인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특히 자생하고 상생하며 공생하는 곶자왈 생태계야말로 인간이 배워야 할 철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곶자왈 안내도곶자왈 안내도 ⓒ 김강임


버섯류나무에 서식하는 버섯류 ⓒ 김강임



동백꽃동백동산에 핀 동백꽃 ⓒ 김강임


 바람도 쉬어가는 '선흘곶의 심장'

 연료가 귀했던 시절, 숯을 구웠던 숯가마터도 탐방할 수 있었다.

 빼꼭히 들어선 나무들 틈새로 하늘이 보였다. 하늘에서 새어나오는 '밝음'이 동백동산에 투여하는 순간 탐방객들의 마음은 한 가닥 빛을 잡은 느낌이었다. 

 동백동산은 동백나무가 무성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동백꽃이 만발하지는 않다. 동백나무는 많지만 숲길에 간간히 피어있는 붉은 동백꽃이 전부일 뿐이다.

 인간의 생명수 곶자왈, 동백동산 숲길은 공원 같은 곶자왈이다. 탐방하며 쉴 수 있는 의자는 물론 사진과 함께 제주 곶자왈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표지석들이 어우러져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적으로 조성된 화장실을 비롯하여, 사계절 내내 낙엽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선흘 곶자왈 동백동산이 아닌가 싶다.

 선흘 2리 마을 동쪽에서부터 동백가든으로 통하는 산책로까지는 편도 40분 정도. 왕복 1시간 30분 정도를 걸을 수 있어 요즘은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동백동산 탐방시 선흘 2리 마을 탐방도 함께 해보면 좋을 듯 싶다. 마을 탐방을 하다보면 나지막한 돌담과 어우러진 올레, 그리고 집집마다 동백꽃을 조경수로 심어 동백마을을 연상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선흘곶 심장' 동백동산, 동백동산은 인체에 해로운 묵은 찌꺼지까지 흡수하는 흙길이었다.

동백동산

ⓒ 김강임




덧붙이는 글 동백동산 가는 길: 제주공항-번영로-봉개(왼쪽)-선흘마을-함덕초등선흘분교-동백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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