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진·이정희 벌금형... "공무집행방해는 무죄"
"여당 질서유지권 발동은 부당"... 야당 "FTA 날치기 입증"
▲ 한미FTA 비준안 상정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앞에 결집한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출입을 저지당하자 야당 의원 보좌진들이 안에서 걸어잠근 문을 부수고 바리케이트를 걷어내고 있다. ⓒ 남소연
지난해 12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외통위 단독 상정 전후에 일어난 문학진 민주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등의 공용물건손상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법원은 박진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에 대해선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9단독 김태광 판사는 23일 지난해 12월 18일 한나라당 외통위원들이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그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하는 과정에서 기물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문학진, 이정희 의원에게 각각 벌금 200만 원과 50만 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당직자 6명에게는 벌금 400만~5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회법상 질서유지권이란 국회 업무 과정에서 소란행위가 발생할때 질서를 확보하고자 발동하는 것인데, 소란행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만으로 사전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박진 위원장이 발동한 사전질서유지권이 적법하다고 판단하기 힘들어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라며 "공용물건손상혐의도 박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유발된 것임을 감안한다"고 검찰의 구형보다 형량을 줄인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법원의 양형사유에 반발해 항소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문 의원에게는 벌금 300만 원, 이 의원에게는 벌금 100만 원, 민주당 당직자 6명에게는 징역 8월~1년을 구형한 바 있다.
민주·민노 "여당 일방통행 경고" - 한나라 "국회 선진화법 조속 처리"
이같은 판결에 대해 민주당과 민노당에서는 환영의 입장을 표시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 내려졌다"며 "권력에 도취된 한나라당의 안하무인식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법원의 경고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노 대변인은 이어 미디어법에 대해 내려진 헌법재판소 결정 내용을 언급하면서 "연이은 사법부의 결정은 거대 의석의 공룡여당인 한나라당의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것을 한나라당은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변론 요지를 전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환영의 입장을 표한다"며 "이 판결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는 정확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우 대변인은 "법원의 판결은 박진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에 의한 야당 의원 출입봉쇄 행위가 국회법에 의거하지 않은 물리력 행사라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단독상정된 것을 그 절차의 불법성에 의해 명백히 날치기이며 원인무효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이번 판결을 환영하고 나섰지만, 민주당, 민노당과는 정반대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회 폭력과 관련한 오늘 판결은 국회 내 폭력이 더 이상 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한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며 "선거법이 그랬듯이 국회 폭력에 대한 법적 통제도 앞으로 갈수록 더 엄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조 대변인은 "국회의원이든 당직자든 다시는 국회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폭력을 근원적으로 추방하기 위해 국회 선진화법을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하도록 야당의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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