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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중년 예능 스타가 장악하다

[예능 진단 2] <세바퀴> <남자의 자격> 중년 예능인 장악, 인기 원동력

등록|2009.11.25 09:32 수정|2009.11.25 09:32
드라마 계에서 중년 배우들의 바람이 불었다면 예능계는 어떨까. 사실상 예능계에서 줌마델라, 저씨시대 등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어쩌면 예능계는 오랫동안 유재석과 강호동이 장기집권하면서 오히려 신인급들이 등장하지 않아 걱정일 정도다.

그만큼 예능계에서는 오랫동안 중견급들이 장기집권을 해왔다. 코미디계의 대부 이경규를 비롯해 대모 이경실과 박미선 여기에 이성미까지 컴백하며 여전히 그들은 자신들의 파워를 자랑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중년 연기자에서 늦깍이 예능 스타가 된 선우용여과 임예진 ⓒ imbc



망가짐의 미학, 선우용여와 임예진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조금 있다하는 걸로 하고 그중에서도 유독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중견 예능 스타는 아이러니하게도 배우출신 선우용여와 임예진이 그 대표적인 주자이다. 코미디언에서 출발했던 그들이 어떻게 예능계를 접수했는가. 바로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풀어내는 新 토크쇼 <세바퀴> 덕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우용여와 임예진이라는 배우가 소위 몸개그나 언어유희로 웃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어떻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가 한다면 바로 나이를 잊은 솔직함이다. 솔직한 입담을 무기로 그들은 예능계에서 어엿한 스타가 된 것이다.

먼저 선우용여의 경우는 그야말로 노익장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중년 연기자들 출신의 경우 위엄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적극적으로 웃음 유발하는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선우용여는 아니다. 오히려 새내기 출연진을 챙기며 몸을 사리지 않는 적극성으로 임하고 있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예순 여섯의 나이로 쉽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2AM 조권의 싼티 댄스를 적극적으로 따라한다. 사실상 제대로 몸이 따라가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젊은 출연자들은 본받을 수밖에 없고,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그녀는 사실상 젊은이들의 웃음거리로 비춰질지도 모르는 행동들이지만 솔선수범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이경실과 조혜련의 기에도 눌리지 않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른으로서의 모든 체면을 버린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에피소드는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였지만 김구라의 아들 동현이 돈을 밝힌다고 하자 선우용여는 잔소리를 퍼부어대며 "애를 왜 그렇게 키우느냐"고 친어머니처럼 잔소리와 타이름을 반복하기도 한다. 그래서 선우용여는 나이에 불구하고 <세바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예진은 어떠한가. 올해로 오십이 된 그녀 역시 백치예진 아씨로 불리며 백치라는 캐릭터로 <세바퀴>를 장악하더니 급기야 분장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

사실 그녀는 하이틴 시대를 연 장본인으로 국민요정 최진실의 원조급이다. 그래서 그녀의 변화는 너무나도 파격적이다. 물론 그 파격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예능계의 감각을 뽐내는 그녀가 그래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김연아부터 나르샤, 산다라박 등 요즘 십대가 좋아하는 가수들을 따라하며 퍼포먼스를 뽐내는 열정은 <세바퀴>에서 이미 공인되었다. 물론 그녀가 이렇게 예능계에 물이 오르게 한데는 이경실과 이휘재가 어느 정도 공헌을 했다. 초기에 그녀의 이미지인 백치 캐릭터를 형성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주목을 받는 데에는 역시 철저하게 망가져도 이 한 몸 희생하자는 의지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연기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세바퀴>의 인기 견인차로서 자신들의 기존 캐릭터와 상반되는 그야말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 <세바퀴>의 인기 숨인 일등공신인 이경실과 박미선 ⓒ imbc



개그계의 두 양대산맥 이경실과 박미선


그렇다면 <세바퀴>의 또 다른 숨은 주역 이경실과 박미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줌마델라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은 상반된 캐릭터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포인트도 상반되지만 두 사람의 궁합이 <세바퀴>에 보이지 않게 저력이 숨어있다.

박미선의 개그는 일명 개미개그로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차분한 진행과 유연한 말솜씨 그러면서 위트 넘치는 그녀의 유머는 시청자들 남녀노소, 나이불문 호감을 주는 여자 국민 MC 유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프로에서 이미 입증되었듯 그녀의 진행 솜씨는 정평이 나 있다. 그 힘이 <세바퀴>에서도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상 패널이 많은 집단 토크쇼를 이끌어 간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휘재, 김구라와 함께 매끄러운 진행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남편 이봉원을 이용해 기둥서방 개그를 펼치기도 하고, 몸치인 그녀가 직접 나서서 막춤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전 패널이 골고루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야깃거리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경실은 어떠한가. 우선 절친한 두 사람이다 보니 궁합은 찰떡이다. 즉, 박미선이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이끌어 간다면 이경실은 패널들로부터 웃음을 이끌어 낸다. 신기한 재능 혹은 소재를 서슴없이 폭로하고 캐치해 바로바로 이야기해 그 재능과 소재,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일례로 임예진 혹은 선우용여의 혼잣말까지도 포착해 웃음을 유발한다.

물론 이경실은 박미선과 달리 드세고 강한 이미지 탓에 호감과 비호감으로 시청자들이 나뉘지만 그러한 것을 차치하고 그녀가 이끌어 준 패널만 꼽아도 분명 <세바퀴>의 인기 일등공신임에 틀림없다. 사실상 선우용여, 임예진, 김현철, 김지선 등 웃음을 줄 수 있는 재능이나 소재를 이끌어 준 장본인이 이경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의 자작시에서 볼 수 있듯 그녀 또한 자신의 비호감 이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듯하지만 그러한 악역을 자처하기에 지금의 <세바퀴>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남자의 자격>으로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는 이경규 ⓒ kbs



돌아온 원조 국민 MC 이경규의 부활


이제, 20년을 예능계의 왕으로 살았던 이경규 이야기를 해보자. 리얼버라이어티가 인기를 끌면서 몇 해 전부터 그가 맠은 프로그램이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종영되면서 슬럼프가 찾아왔다. 신문에서는 '이경규 위기'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슬럼프도 위기도 아니었다. 그저 여러 개 프로그램들 중에 잠시 잠깐 주춤했을 뿐이다. <남자의 자격>으로 <1박 2일>의 시청률을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일조하며 성공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경규는 불도저, 독단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웃음 포인트가 되었지만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집단 진행이 유행이 되다 보니 그의 진행 스타일이 맞지 않았고, 시청자들은 거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

이경규는 '남자의 자격'에서 기존 캐릭터를 버리고 다른 멤버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캐릭터로 변한 것이다. 가령 김국진과는 톰과 제리처럼 으르렁 대지만 체험에 있어 엄살을 부리거나 요령을 부릴 때 김태원과 함께 찰떡궁합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나이대 별로  체험을 시키는 포맷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50대 아저씨의 신랄한 모습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예전에는 현장의 리얼리티 체험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며 스스로 거부했다면 지금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그의 변화에 색다른 모습을 느끼며 호응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다시금 '이경규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처럼 중년 예능 스타들이 장악하면서 유재석과 강호동 만큼은 아니지만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또한 그들의 활약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현상이다. 사실상 <세바퀴>나 <남자의 자격>과 같은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보다 중장년층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중년 예능 스타들이 장악을 함으로써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만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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