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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드라마 작가 노희경 산문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등록|2009.11.25 10:23 수정|2009.11.25 10:23
'시청률만'을 공략하는 막장드라마가 판을 치는 요즘, <거짓말>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의 치유적 드라마로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한 작가가 있다. 노희경 작가다. 그녀의 드라마는 시청률에 연연하는 드라마를 떠나 사랑과 가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첫 에세이집을 내면서 다시 한 번 마니아층을 끌어 모았다.

내가 그녀의 에세이집을 처음 본 곳은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였다. 제목부터 한 눈에 띄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이 책이 남녀간의 사랑에 대하여 말한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솔로로 지내오는 친구에게 이 책의 제목을 보여주며 "넌 무기징역감이야"라고 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읽은 이 책의 내용은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 효를 행하지 않는 자, 모두 후회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겉그림. ⓒ 헤르메스미디어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것은 어렸을 적 작가 자신이 철없이 했던 행동과 그 때 철 없던 행동으로 인해 효를 하지 못함을 반성하는 내용이다. 작가는 경남 함양 산골에서 가난한 집안의 칠 형제 중 여섯 번째로 태어났다. 형제 수만 보아도 경사스럽지 못한 출생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 게다가 가난한 집안이라니.

덕분에 작가는 태어났을 때부터 냉대를 받았다. 그녀는 이러한 냉대에 복수라도 하듯이 엇나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배를 피는가하면 고등학교 때 술을 먹어 병원에 입원하고 대학은 재수하고 집안에 붙어있는 날이 드물었다. 물론 작가 노희경은 이러한 시련과 고난을 모두 원망하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좋은 글감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가난을 몰랐다면 어찌 인생의 고단을 알았겠는가"라며 아픈 기억은 많을 수록 좋다는 다소 모순된 말을 한다. 단지 작가가 후회하는 부분은 이러한 방황속에서 부모에게 효를 다하지 못한 점이다. 작가의 어머니는 작가가 철이 들려고 하던 즈음에 돌아가셨다. 작가의 아버지와는 워낙 골이 깊어 작가가 40대 중반이 되었을 때 간신히 화해를 했다. 기적의 화해를 이룬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작가는 비교적 담담하게 자신의 불효를 반성한다. 누구나 어릴 때 부모속을 썪인다. 과연 부모속 섞이는 일 없이 효도만 하고 사는 자식이 있을까. 노희경 작가는 불효를 하더라도 부모가 살아있을 때 반성하라고 말한다. 부모가 살아있을 때 다시 효를 행하라는 말이다. 내 멋대로 책의 제목을 빌려 바꾸자면 지금 효를 행하지 않는 자, 모두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편견에 등돌리다

노희경 작가는 이 책에서 세상의 편견에 맞서며 사랑의 확장성을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소외된 계층을 사랑했다. 그녀는 소수의 편에 서라고 말한다. 소수의 편 들어주는 것을 꺼리지 말고, 혹여 소수가 되었다고 해도 부끄러워 하지 말란다. 작가는 소수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쓰다듬어 주려 한다.

작가의 이런 관념때문에 그녀가 쓴 드라마는 치유성이 짙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또한 아이돌, 젊은 배우 등 새롭고 젊은 것만을 찾는 세상에 그녀는 늙은 배우를 사랑한다. 늙은 배우를 좋아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든 배우'가 아닌 '성숙한 배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녀는 시청자에게 늙은 배우를 외면하지 말 것을 소리친다.

'가슴이 먹먹해진다'라는 부분에서 나오는 시는 읽는 이의 마음을 정말 먹먹하게 만든다. 시를 통해 북한 어린이들의 배고픔, 아픔을 호소한다. 북한 어린이들은 배고픔에 시달려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이러한 상황속에 자신은 밥벌이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쓰는 것에 대한 회의를 품으며 그녀는 씁쓸하게 글을 적는다. 이처럼 그녀는 사회의 편견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일침을 가한다.

책 중간중간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나오는 지오와 준영의 이야기는 책의 흥미도를 높인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본 시청자라면 책을 좀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넓은 의미의 사랑에 대하여 진솔하게 풀어나간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는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사랑에 대한 좀 더 폭넓고 진지하게 성찰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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