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글쓰기는 '노동'이다

[서평] <글쓰기의 전략>

등록|2009.11.25 13:46 수정|2009.11.25 13:46

<글쓰기의 전략>정희모, 이재성 지음 ⓒ 들녘

수험생들은 대입논술로, 대학생들은 레포트 혹은 기말고사로 글을 많이, 잘 써야만 하는 시기가 왔다. '글쓰기' 능력이 필요한 사람들은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쓰기'라는 단어를 보면 좋아하기보다는 일단 표정부터 찡그리고 본다. 어릴 적부터 글을 쓸 기회는 많이 있었고, 또한 글쓰기 능력은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진출해서도 꼭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경우와 주제에 따라 적절하게 잘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라는 말만 듣고도 지레 겁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 '전쟁이나 다른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책략'이라는 뜻을 가진 '전략'이라는 단어를 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기기 위한 방법, 혹은 효과적으로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을 기대하리라 생각된다. <글쓰기의 전략>은 현장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두 교수님이 쓴 책으로 나온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수많은 글쓰기 관련 책들의 판매부수보다 월등히 앞서는 만큼 글을 잘 쓰는 백전필승의 전략 같은 것을 기대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처음부터 부숴버린다.

우선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글쓰기는 노동이다', '2. 관습적 학습에 저항하라'를 거쳐 글쓰기에 대한 전반적인 자세를 제시한 후, 세부항목에 대한 학습을 시작한다. '3. 계획 - 설계도는 구체적으로 그린다'에서 전체적인 밑그림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4. 구성1 - 세밀한 연쇄고리를 만들자', '5. 구성2 - 구성은 흐름이다'에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는 글을 쓰는 법을 이야기한다. '6. 구성3 - 화제식 유형의 다양한 응용법', '7. 구성4. 나열식 유형의 다양한 응용법'에서는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유형을 소개한다. '8. 서두 - 인상적으로 쓰라', '9. 결말 - 영화의 엔딩신처럼 연출하라'에서 글의 시작과 끝맺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한 후에 '10. 글 한편을 멋지게 써보자'로 전체를 다시 정리해본다. 그리고 '11.단락 -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12. 문장1 - 일곱가지만 알면 된다', '13. 문장2 - 바른 문장 쓰는 법'은 좋은 문장을 쓰기위한 추가 강의라 생각하면 된다. 더불어 맞춤법을 제대로 쓰기 위한 짤막한 강의들도 있다. 다만글의 전체적인 모양새에 집중하다 보니 좋은 '문장'에 대한 내용은 부족하다는 점과, 그리고 논설이나 수필 등 제한적인 형태의 글만 다루었다는 점에서 약간 아쉬운 면이 없잖아 있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는 순전히 노동으로 이루어진다.(중략) 이를 준비하는 것도 노동이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학습도 당연히 고된 노동이다. (p20)"라고 한다. 글짓기에는 지름길이나 전략은 없다. 다만 '숙련시간을 줄일 수 있는' 요령(전략)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책이라기보다, 그 능력을 갖도록 훈련하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는다고 글짓기가 당장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통 서두는 글의 5분의 1 정도로, 한 두 단락으로 구성된다.(p197)"라든가 "현상->원인->해결책"등의 유형을 안다고 해서 거기에 맞춘 글이 바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들을 감안하고 보면, 이 책에서는 '좋은 글'에 대한 패러다임과, 그에 다다를 수
있는 훈련방안을 얻을 수 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으며 이를 위해 대가를 치를 의향이 있다면, 쭉 옆에 두고 읽을 만한 책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연습을 충실히 한다 해도 글쓰기에 대한 책략적인 '전략'은 바로 얻기 힘들 것이지만,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는 데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책에서 나온 여러 가지 내용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 진정한 전략을 익힐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