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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매각은 제2의 쌍용차 사태 '먹튀' 자본에 팔린다면 총파업할 것"

[인터뷰]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 "금호그룹·산업은행 당장 재입찰해야"

등록|2009.11.25 21:25 수정|2009.11.25 21:25

▲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자료사진) ⓒ 유성호

"총파업으로 대우건설이 '먹튀' 투기자본에 매각되는 것을 막겠다."

대우건설 '부실 매각'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김욱동 대우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 곳의 '먹튀' 사모펀드에 대우건설이 매각될 경우, 제2의 쌍용차 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24일 "대우건설 매각주간사 역할을 포기하고 인수자금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이 자금조달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우선협상대상자에 특혜를 줘, 대우건설을 졸속으로 매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유력 인수후보인 자베즈 파트너스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인 아부다비 투자청의 투자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 다른 우선협상대상자인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은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지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두 곳은 인수가격의 5%인 인수 이행보증금도 납부하지 못했다.

"산업은행과 유력 인수 후보간에 뒷거래 있을 것"

김욱동 위원장은 "산업은행이 매각주간사 역할을 포기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자금을 지원해주겠다고 밝힌 것은 결국 '먹튀' 투기자본에 대우건설을 매각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매각해야 하는 국책은행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베즈 파트너스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협상대상자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자베즈 파트너스에 인수자금을 지원해 준다면 자베즈 파트너스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실제 자베즈 파트너스는 입찰 과정에서 아부다비 투자청을 재무적 투자자로 내세워 유력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발표 이후에는 아부다비 투자청이 투자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우건설 같은 큰 회사를 인수하면서 자금 조달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은 회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돈을 대주는 회사와 인수하는 회사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선협상대상자인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의 경우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곳은 재무적 투자자가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자들에게 투자 확약서를 받지 않았다"며 "우선협상대상자의 실체를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먹튀' 매각은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부를 것"

▲ 금호아사아나그룹의 대우건설 매각 방식은 '졸속 매각' 논란을 낳고 있다. ⓒ 유성호


대우건설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먹튀'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사모펀드(소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펀드)인 자베즈 파트너스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주주가치 극대화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기술만 빼가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했다"며 "대우건설의 중동시장 진출을 얘기하는 자베즈 파트너스 역시 상하이차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권으로부터 많은 자금을 빌려 큰 기업을 인수한 업체들이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인수당한 업체의 핵심자산 매각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

인수자금 6조4255억원 중 3조5000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 이후 2007년 7월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을 약 1조원에 팔았다. 이 돈으로 유상감자·자사주 매입에 나서 주주들에게 큰 이익을 줬다. 또한 영업이익의 32%를 주주에게 배당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대우건설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 각지에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사모펀드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이러한 자산들이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대우건설은 나락에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쁜 시나리오도 있다. 김 위원장은 "사모펀드가 매각 작업 뒤 2대 주주가 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경영권을 넘기거나 분할 매각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각 철회하지 않으면, 총파업 나설 것"

김 위원장은 "현재의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대우건설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건설을 관리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에 손을 떼고, 즉각 재입찰을 해야 한다"며 "그게 어렵다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해 적정한 시점에 매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재 대우건설 매각에 항의하기 위해 17일째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며 "26일 산업은행 앞에서 궐기 대회를 열고, 매각 작업이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 총파업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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