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출마 예정자-언론인 대학살, 대통령 외면 의혹
필리핀 마긴다나오 지역 최악의 정치 살해, 57명의 주검은 말이 없다
"해도해도 너무한다. 민다나오(Mindanao : 필리핀 남부에 있는 두 번째로 큰 섬) 마긴다나오(Maguindanao) 지역의 암파투안(Ampatuan) 가문이 아로요 정권과 밀월관계에 있다는 것은 매일매일 TV를 재미삼아 보는 나 같은 사람도 알 정도이다. 그런 가문에서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이고 정황 증거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아로요 대통령은 그들을 제대로 조사하려고도 하지 않으니 말이다."
필리핀 수도 메트로 마닐라(Metro Manila)에 사는 30대 여성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대량학살 사건에 대해 "전적으로 아로요 정부의 책임"이라며, "내년 5월에 있을 필리핀 총선거의 개입은 지금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마긴다나오 지역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대량학살은 과연 제대로 조사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3일(월), 내년 5월에 있을 필리핀 총선거 시 마긴다나오 지역 주지사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망우다다투(Mangudadatu) 가문 일행은 무참히 학살됐으며, 마긴다나오 지역 곳곳에서 도륙당한 시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단일 사건으로는 최악의 언론인 학살(동행한 언론인 18명 사망)이기도 한 이번 사건에 대해 유엔(UN)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날선 비판이 멈추지 않고 있다.
망우다다투 집안에서 주지사 선거에 도전할 예정이었던 이스마엘 망우다다투 불루안(Buluan : 마긴다나오 관할지역)시 부시장은 "주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후부터 암파투안 가문과 우리 가문 사이에는 정치적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고, 항상 살해 위협을 받았다. 그렇기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한 아내와 가족들로 구성된 일행을 꾸리고 지역 언론인들이 동행하여 선거 등록을 하라고 떠나 보냈었다"고 에이피(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아로요 정부는 해당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용의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잡아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정부의 공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필리핀 일간지인 데일리 인콰이어러(Daily Inquirer), 마닐라 불레틴(Manila Bulletin), 마닐라 타임즈(Manila Times) 등은 현재 유력 용의자조차 지정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고 있는 암파투안 가문을 밀월관계에 있는 아로요 정부가 조사할 수 있을 것인가?'란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실제 이런 추측은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25일(수), 필리핀 경찰 당국은 사건 관련 발표에서 "선거 등록을 하러 가던 망우다다투 가문 일행을 최초로 막아선 것은 안달 암파투안 쥬니어(Andal Ampatuan Jr, 현 주지사인 안달 암파투안 시니어의 아들) 다투 운사이(Datu Unsai : 마긴다나오 관할지역) 시 시장이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으나, "확실한 증거가 없을 시 암푸타안 가문에 대한 체포는 없을 것이다"라며 정부 방침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사실에 초점을 맞춘 채 진실이 외면되는 '대량학살'
이번 사태를 다루는 몇몇 언론은 사건 원인으로 봉건 형태의 가문 싸움 혹은 민다나오 섬에서 분리독립 투쟁을 이어가는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과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집단 아부 샤아프(Abu Sayyaf) 문제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민다나오 지역 이슬람 원주민인 모로(Moro) 족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민다나오 지역 내에서 긴 정착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온 모로족은 강력한 연대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유력 가문들은 해당지역 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예전부터 형성되어서 지금까지 내려오는 이 생활방식에 시시비비는 많겠지만, 이것이 이런 대량학살을 야기시킨 결정적 원인이냐는 데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가능하게 만든 무장세력이 합법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위의 초점은 현재 의심받고 있다.
1987년 필리핀은 '제1차 민중혁명(People Power Ⅰ)'을 통해 제정된 신헌법에 개인의 사설 군대 유지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한다. 하지만 2006년 아로요 정부는 대통령령을 통해 지방정부와 필리핀 경찰을 대신하여 바랑가이(Barangay : 행정구역) 경찰력의 유지를 승인하면서, 사실상 헌법 조항을 무력화한다. 시민자원봉사단(CVO : Civil Volunteer Organization)이라 불리는 이 경찰력은 수백명의 남자와 여자로 구성되었는데 마긴다나오 주의 이전 선거를 통해 행정력을 장악한 암파투안 가문은 이 경찰력을 개인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 역시 받고 있다.
2008년 해당지역 탐사보도를 실시한 필리핀 대안언론 '피씨아이제이(PCIJ)'의 자일린 지메노(Jaileen Jimeno) 기자는 "이 경찰력은 현재 행정력을 장악한 암파투안 가문의 영향력 아래 있었는데, 그들은 경찰력을 자신들의 목적과 의도에 맞추어서 사조직화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 경찰조직은 마긴다나오의 청소년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무장세력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과 아부 샤아프 문제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전통적으로 민다나오 섬은 이스람교도 거주 지역이었지만, 에스파냐 식민당국이 적극적으로 가톨릭 교도들을 이주시켜 현재는 전체 인구 1600만 명 중 약 25%인 400여만 명만이 이슬람교도이다. 이런 비율은 1989년 전체 주민투표 결과 마긴다나오를 포함한 4개 주만이 자치구역으로 인정받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강경 이슬람 세력의 경우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을 구성하여 분리독립 투쟁을 이어가지만 그 세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실정이다.
필리핀 국립대학 엔카르나시온 타템(Teresa S. Encarnacion Tadem) 교수 역시 그의 논문 '필리핀 민주화 이행과 계속되는 우경화'를 통해 위 시각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아로요 대통령은 미국 대테러전을 빌미로 민다나오 지방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평화 협상을 포기했다. 대신에 내전을 일으켜 2002년 9만 명의 사람들이 피난을 가야만 했다. 미국은 민다나오 남부 지방에서 아부 샤아프 등의 테러리스트들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대가로 필리핀에 군사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 불행하게도 이 지원은 모로족 학살에 사용되었다. 이 때문에 모로족은 오랫동안 미국이 이중 잣대를 사용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봉건형태의 가문 싸움, 그리고 무장세력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과 테러 집단의 움직임은 그 배경이 어떠한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이해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대다수 이방인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어 이 학살을 재단하고 있다.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노골적으로 아로요 정부를 지원하고 선거 조작을 도왔다는 여러 정황적 증거가 포착된 암파투안이 어떻게 자신의 사병을 경찰력으로 교묘하게 둔갑시켜 유지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현재 어떤 결과를 가지고 왔는지에 대해서. 또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봉건 가문 싸움과 모로이슬람해방전선과 테러 집단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 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이 우리 주변 매체들은 이 사실을 재해석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 사건의 진상이 어떻게 밝혀지느냐가 내년 5월 필리핀 총선거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예상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회자되고 있지만, 재임 기간 중 벌어진 1000여 명 가까운 정치 살해에 침묵했던 아로요 정부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는 절망적이다.
그리고 이 잔혹한 학살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사람들,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들은 불편한 진실 앞에 더 이상 말이 없을 뿐이다.
필리핀 수도 메트로 마닐라(Metro Manila)에 사는 30대 여성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대량학살 사건에 대해 "전적으로 아로요 정부의 책임"이라며, "내년 5월에 있을 필리핀 총선거의 개입은 지금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마긴다나오 지역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대량학살은 과연 제대로 조사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3일(월), 내년 5월에 있을 필리핀 총선거 시 마긴다나오 지역 주지사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망우다다투(Mangudadatu) 가문 일행은 무참히 학살됐으며, 마긴다나오 지역 곳곳에서 도륙당한 시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단일 사건으로는 최악의 언론인 학살(동행한 언론인 18명 사망)이기도 한 이번 사건에 대해 유엔(UN)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날선 비판이 멈추지 않고 있다.
망우다다투 집안에서 주지사 선거에 도전할 예정이었던 이스마엘 망우다다투 불루안(Buluan : 마긴다나오 관할지역)시 부시장은 "주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후부터 암파투안 가문과 우리 가문 사이에는 정치적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고, 항상 살해 위협을 받았다. 그렇기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한 아내와 가족들로 구성된 일행을 꾸리고 지역 언론인들이 동행하여 선거 등록을 하라고 떠나 보냈었다"고 에이피(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아로요 정부는 해당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용의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잡아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정부의 공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필리핀 일간지인 데일리 인콰이어러(Daily Inquirer), 마닐라 불레틴(Manila Bulletin), 마닐라 타임즈(Manila Times) 등은 현재 유력 용의자조차 지정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고 있는 암파투안 가문을 밀월관계에 있는 아로요 정부가 조사할 수 있을 것인가?'란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실제 이런 추측은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25일(수), 필리핀 경찰 당국은 사건 관련 발표에서 "선거 등록을 하러 가던 망우다다투 가문 일행을 최초로 막아선 것은 안달 암파투안 쥬니어(Andal Ampatuan Jr, 현 주지사인 안달 암파투안 시니어의 아들) 다투 운사이(Datu Unsai : 마긴다나오 관할지역) 시 시장이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으나, "확실한 증거가 없을 시 암푸타안 가문에 대한 체포는 없을 것이다"라며 정부 방침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사실에 초점을 맞춘 채 진실이 외면되는 '대량학살'
이번 사태를 다루는 몇몇 언론은 사건 원인으로 봉건 형태의 가문 싸움 혹은 민다나오 섬에서 분리독립 투쟁을 이어가는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과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집단 아부 샤아프(Abu Sayyaf) 문제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민다나오 지역 이슬람 원주민인 모로(Moro) 족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민다나오 지역 내에서 긴 정착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온 모로족은 강력한 연대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유력 가문들은 해당지역 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예전부터 형성되어서 지금까지 내려오는 이 생활방식에 시시비비는 많겠지만, 이것이 이런 대량학살을 야기시킨 결정적 원인이냐는 데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가능하게 만든 무장세력이 합법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위의 초점은 현재 의심받고 있다.
1987년 필리핀은 '제1차 민중혁명(People Power Ⅰ)'을 통해 제정된 신헌법에 개인의 사설 군대 유지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한다. 하지만 2006년 아로요 정부는 대통령령을 통해 지방정부와 필리핀 경찰을 대신하여 바랑가이(Barangay : 행정구역) 경찰력의 유지를 승인하면서, 사실상 헌법 조항을 무력화한다. 시민자원봉사단(CVO : Civil Volunteer Organization)이라 불리는 이 경찰력은 수백명의 남자와 여자로 구성되었는데 마긴다나오 주의 이전 선거를 통해 행정력을 장악한 암파투안 가문은 이 경찰력을 개인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 역시 받고 있다.
2008년 해당지역 탐사보도를 실시한 필리핀 대안언론 '피씨아이제이(PCIJ)'의 자일린 지메노(Jaileen Jimeno) 기자는 "이 경찰력은 현재 행정력을 장악한 암파투안 가문의 영향력 아래 있었는데, 그들은 경찰력을 자신들의 목적과 의도에 맞추어서 사조직화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 경찰조직은 마긴다나오의 청소년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무장세력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과 아부 샤아프 문제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전통적으로 민다나오 섬은 이스람교도 거주 지역이었지만, 에스파냐 식민당국이 적극적으로 가톨릭 교도들을 이주시켜 현재는 전체 인구 1600만 명 중 약 25%인 400여만 명만이 이슬람교도이다. 이런 비율은 1989년 전체 주민투표 결과 마긴다나오를 포함한 4개 주만이 자치구역으로 인정받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강경 이슬람 세력의 경우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을 구성하여 분리독립 투쟁을 이어가지만 그 세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실정이다.
필리핀 국립대학 엔카르나시온 타템(Teresa S. Encarnacion Tadem) 교수 역시 그의 논문 '필리핀 민주화 이행과 계속되는 우경화'를 통해 위 시각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 참고 자료 ⓒ 고두환
"아로요 대통령은 미국 대테러전을 빌미로 민다나오 지방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평화 협상을 포기했다. 대신에 내전을 일으켜 2002년 9만 명의 사람들이 피난을 가야만 했다. 미국은 민다나오 남부 지방에서 아부 샤아프 등의 테러리스트들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대가로 필리핀에 군사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 불행하게도 이 지원은 모로족 학살에 사용되었다. 이 때문에 모로족은 오랫동안 미국이 이중 잣대를 사용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봉건형태의 가문 싸움, 그리고 무장세력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과 테러 집단의 움직임은 그 배경이 어떠한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이해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대다수 이방인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어 이 학살을 재단하고 있다.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노골적으로 아로요 정부를 지원하고 선거 조작을 도왔다는 여러 정황적 증거가 포착된 암파투안이 어떻게 자신의 사병을 경찰력으로 교묘하게 둔갑시켜 유지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현재 어떤 결과를 가지고 왔는지에 대해서. 또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봉건 가문 싸움과 모로이슬람해방전선과 테러 집단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 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이 우리 주변 매체들은 이 사실을 재해석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 사건의 진상이 어떻게 밝혀지느냐가 내년 5월 필리핀 총선거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예상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회자되고 있지만, 재임 기간 중 벌어진 1000여 명 가까운 정치 살해에 침묵했던 아로요 정부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는 절망적이다.
그리고 이 잔혹한 학살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사람들,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들은 불편한 진실 앞에 더 이상 말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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