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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광장 12시간... '총격' 이어 '차량폭발'

[현장] 드라마 촬영 때문에 '금줄' 쳐진 광화문광장

등록|2009.11.29 09:54 수정|2009.11.29 20:45
[최종신:  29일 저녁 8시]

"드라마 촬영에 12시간 줬으니, 광장 모두에게 개방해야" 

▲ 이병헌(김현준 역)과 김소연(김선화 역)의 총격장면이 촬영되고 있다. ⓒ 권우성


"권위적으로 느껴졌던 광화문광장이 조금은 친숙하게 다가온 느낌입니다. 정부와 서울시가 드라마 촬영에 12시간을 협조해 줬으니, 앞으로 모든 사람들에게도 광장을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서점에 들렀다 <아이리스> 광화문 촬영 현장을 지켜본 김미정(37)씨의 '총평'이다. 김씨는 큰 불만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29일 광화문을 찾은 많은 사람들 역시 김씨와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온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의 광화문 총격 및 차량 폭발 장면 촬영이 약속대로 12시간 만에 종료됐다. 우려됐던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교통이 통제됐던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까지 5차로에서는 저녁 7시께부터 다시 차량 소통이 가능해졌다.

광화문 일대에서 차량을 통제하며 대낮에 12시간 동안 촬영 협조를 받은 건 <아이리스>가 유일하다. 이전에 MBC 드라마 <제5공화국> 등에도 광화문 장면이 있었지만 모두 심야 시간에 짧게 촬영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와 많은 시민들은 "서울시와 정부가 비판적인 집회·시위는 철저히 막으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홍보효과가 있는 드라마에는 파격적인 협조를 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아이리스> 촬영은 끝났지만 앞으로 공정한 광장 이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이번 일로 광장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진 만큼 앞으로 주민발의 '광장 조례' 개정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날 광화문을 찾은 시민 정호승(32)씨는 "<아이리스> 촬영으로 누가 봐도 정부가 편파적으로 광장 이용 원칙을 적용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드라마도 12시간 광장을 독점했으니 앞으로 광장 이용에 차별 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4신: 29일 오후 6시]

총격전 이어 이번엔 도심 차량 폭발

▲ KBS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을 위해 29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2시까지 12시간 동안 세종로네거리에서 광화문까지 세종문화회관앞 도로와 광화문 광장이 전면차단되었다. 세종문화회관앞 도로에서 차량을 폭파시키는 장면이 촬영되고 있다. ⓒ 권우성


▲ 세종문화회관앞 도로에 세워진 차량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 권우성



"콰광!"

총격전에 이어 이번엔 미 대사관 앞에서 차량 두 대가 큰 굉음을 내고 터졌다. 차량에서는 붉은 불기능이 높이 치솟았고, 마치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큰 검은색 버섯구름이 피어 올랐다. 광화문 현장에서 <아이리스> 촬영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놀랐을까?

물론 길을 가던 일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우와!"하는 환호성을 지르며 신기한 듯 바라봤다. 손뼉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우려됐던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기하고 있던 소방차는 폭발한 지 채 5분도 안돼 불을 껐다.

팬들은 "김태희랑 이병헌 다친 거 아니야?"라고 걱정하면서도 휴대폰 카메라로 연신 폭파 장면을 담았다. 그리고 그 장면을 지인들에게 연신 날렸다. 날이 어두워져 톱스타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흥미로워 하고 있다. 교통 체증이 다소 심해졌지만,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도 차량 폭발 촬영 장면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버스 등 큰 차량이 멈춰서면 인도의 시민들이 "아이!" "빨리가요!" 등을 외치며 난리다. 자신들의 시야가 가리기 때문이다.

저녁 6시 현재 <아이리스> 제작진은 광화문 장면 막바지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광화문 일대 교통 체증은 심해졌다. 양방향 모두 차량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든 미 대사관 앞 5차로는 정체가 심하다. 세종로사거리와 광화문 주변 역시 차량 흐름이 많이 느리다. 저녁 7시 드라마 촬영이 끝나야 소통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3신: 29일 오후 3시]

미 대사관 앞에서 핵테러 방지 '총격전'

▲ 가방을 들고 탈출하는 이병헌(김현준 역)을 보호하기 위해 김태희(최승희 역)와 김소연(김선화 역)이 엄호사격을 하고 있다. ⓒ 권우성


▲ 가방을 든 이병헌(김현준 역)이 테러범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 권우성


▲ 자동차들 사이에서 김태희(최승희 역)가 테러범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따다당!' '따다당!'

귀청을 때리는 총소리가 이어진다. 총에서는 불꽃이 튄다. 지금 청와대가 훤히 보이는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는 핵 테러를 막기 위한 비밀요원들의 총격전이 한창이다. 쫓고 쫓기는 사람이 있고, 부서진 차량도 도로에 널부러져 있다.

실제 상황은 아니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을 위한 연출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서 듣는 총성은 섬뜩한 느낌을 준다. 광화문을 지나는 사람은 물론이고, 드라마 촬영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은 이들, 그리고 빌딩 실내에 있는 사람들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다.

배우 이병헌 등은 차량을 뛰어 넘고, 도로를 달리는 등 액션 연기를 펼치고 있다. 생생한 총격 소리와 함께 보면 실세 상황처럼 박진감이 넘친다. 하지만 겨울비 속에서도 현장을 찾은 시민들에게는 이 모든 상황은 '그림의 떡'이다. 총격 소리는 실감 나지만, 시각적 효과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아이리스> 총격 신은 현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촬영되고 있다. 출입 통제선은 저 멀리 한참 떨어진 곳에서 설치돼 있다. 사람들은 제각각 뒤꿈치를 들거나, 나름대로 높은 곳을 찾아 톱스타의 모습을 보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보통의 인간 눈으로는 엑스트라와 톱스타 이병헌을 분간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러니, 미리 망원경을 준비해 온 사람들의 '센스'가 빛을 발한다. 이들은 망원경을 눈에 갖다 대며 "보인다, 보인다"를 연발하며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기에 재빠르게 망원경을 상품으로 내건 길거리 상인들도 등장했다. 우비를 입은 상인들은 노란색, 하늘색의 망원경을 4000원에 팔고 있다. 길거리 상인 경력 5년인 박모(56)씨는 "수 만 명은 모일 줄 알고 왔는데,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2시간 동안 망원경 8개를 팔았다"고 말했다.

또 드라마 촬영을 알면서도 무단 횡단을 시도한 두 중년 여성이 촬영팀에 붙잡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현재 광화문광장에서는 길을 건너려면 교보빌딩 앞까지 와야만 한다. 이런 수고로움 때문에 두 사람은 과감하게 무단 횡단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후가 되면서 광화문 주변 교통은 혼잡스러워졌다. 미 대사관 쪽 편도 5차로는 차량으로 가득해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 미리 망원경을 준비해와 <아이리스> 촬영 모습을 보는 사람들. ⓒ 박상규


▲ 발빠르게 망원경을 상품으로 들고 나온 길거리 상인 ⓒ 박상규


[2신 : 29일 낮 12시 30분]

비는 내리고, 이병헌·김태희는 안 보이고

▲ <아이리스> 촬영이 한창인 세종문화회관앞 도로와 광화문 광장은 배우와 촬영팀으로 분주한 가운데, 우산을 든 일반 시민들은 도로 주변과 맞은편 인도에서 촬영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 몇몇 시민들이 우산을 가림막에 걸쳐 놓은 채 <아이리스> 촬영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드라마 <아이리스>에 포위된 광화문광장에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병헌·김태희 등 톱스타의 촬영 모습을 보기 위한 시민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9일 낮 12시 현재 광화문 미 대사관과 세종문화회관 주변에는 비옷과 우산으로 무장한 시민 약 1000여 명이 몰렸다.

시민들의 다수는 여성들이며, 중년의 일본 여성들도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은 한 손에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이병헌·김태희·김소연 등의 배우가 등장하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출입통제선에 늘어선 시민들의 눈에 배우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위해 광화문 일대가 통제된 적은 이번이 처음일까? 정답은 "처음이 아니다".

우선, 지난 2005년 2월 21일 새벽, 탱크와 장갑차 등 무장 병력이 광화문 일대로 진격한 적이 있다.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의 12·12쿠데타 장면 촬영을 위해서다. 또 2006년 개봉한 영화 <한반도> 역시 광화문에서 촬영한 장면이 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교통이 덜 혼잡한 심야시간대에 촬영했다.

특히 <제5공화국> 광화문 촬영 현장을 보도한 <동아일보> 2005년 2월 21일자를 보면 겨우 10여 분 동안 교통이 통제된 것으로 나온다. 당시 <동아>는 "이날 촬영을 위해 광화문 일대 도로를 10여분 간 통제하자, 통행하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어쨌든 드라마 촬영을 위해 휴일 낮 시간에, 그것도 12시간 동안 광화문 일대가 통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작년 6월 10일 촛불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이 세종로사거리에 대형 컨테이너로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은 적은 있다.

이병헌·김소연 등은 광화문 촬영 현장에 나타났지만, 워낙 거리가 멀어 시민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배우 김태희는 아직 촬영 현장 나타나지 않았다. 배우들의 동선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은 망원렌즈를 갖고 있는 사진기자들. 이들은 광화문 광장 주변의 높은 빌딩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해 배우들의 얼굴을 잡아내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는 '똑딱이 디카'로는 아무리 줌을 당겨도 배우들의 그림자도 잡아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인 관광객 등 촬영현장의 시민들은 배우들이 가까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민들이 몰리니 거리에서 비옷과 커피 등을 파는 상인들도 등장했다. 또 세종문화회관 외교통상부 방향에는 어묵 등을 파는 포장마차도 문을 열었다. 길거리 상인들도 <아이리스>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까지 5차로가 통제됐지만 아직 큰 교통혼잡은 없다. 서울시와 경찰은 미 대사관 쪽 도로 다섯 개 차선을 나눠 양방향 모두 차량 통행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시민들이 멀리서 드라마 촬영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 KBS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을 위해 29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동안 세종로네거리에서 광화문까지 세종문화회관앞 도로와 광화문 광장이 전면차단되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시민들이 멀리서 드라마 촬영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1신 : 29일 오전 9시 50분]

<아이리스> 촬영 때문에 '금줄' 쳐진 광화문광장

▲ 카페 통유리를 통해 드라마 <아이리스> 광화문 촬영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 <아이리스> 제작진은 29일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광화문 일대의 교통을 통제하고 총격신을 촬영한다. ⓒ 박상규


"이병헌·김태희 왔어? 보여?"

29일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 서울 광화문 촬영 현장. 아침 7시부터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까지 서울시청으로 향하는 5개 차로는 전면 통제됐다.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세종대왕 동상 모두 통행을 제한하는 노란색 금줄 안에 갇혔다. 드라마 촬영 관계자와 경찰만이 노란색 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배우 이병헌·김태희 등 <아이리스> 출연 배우들을 보기 위한 시민들은 속속 모여들고 있다. 시민 200여 명은 오전 7시 30분께부터 노란색 줄 밖에서 고개를 빼들고 촬영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세종문화회관과 미국 대사관 쪽에 시민들이 많다. 이들의 손은 언제든 톱스타의 모습을 잡아챌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폰카'로 무장돼 있다.

<아이리스>의 인기를 감안할 때 시간이 갈수록 촬영장을 보기 위한 시민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침 7시부터 현장을 찾았다는 이선미(31)씨는 "<아이리스>를 꼬박 챙겨보는 팬으로서 예전부터 촬영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광화문에서 생생한 모습을 지켜본다면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더욱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도로 쪽으로만 몰리는 게 아니다. 통유리를 통해 광화문광장 쪽을 지켜볼 수 있는 스타벅스와 던킨 도너츠 광화문점에도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특히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 쪽 좌석은 사람들로 빼곡하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다른 일요일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다"며 "오늘 하루 종일 매우 바쁠 것 같다"고 말했다.

▲ 드라마 <아이리스> 광화문 촬영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 <아이리스> 제작진은 29일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광화문 일대의 교통을 통제하고 총격신을 촬영한다. ⓒ 박상규


<아이리스> 제작팀은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총격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방송된 <아이리스>에서는 북한 테러단이 폭발물을 설치하기 위해 광화문 일대를 살피는 모습이 방영됐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로 향하는 편도 5차선은 29일 저녁 7시까지 통제된다. 반대 쪽 5개 차로는 통제되지 않는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광화문 일대가 12시간 동안 교통통제가 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시는 <아이리스>의 국내 인기와 일본 등 해외의 큰 관심을 고려해 파격적으로 촬영에 협조했다. 드라마를 통해 광화문광장 등 서울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 '파격 대우'의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홍보 효과가 있는 드라마 촬영에는 크게 협조적이면서 집회·시위 등 시민들의 기본권 행사에는 인색한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정민씨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만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집회·시위 등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도 광화문광장이 개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KBS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을 위해 29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동안 세종로네거리에서 광화문까지 세종문화회관앞 도로와 광화문 광장이 전면차단되었다. 세종로 네거리에 교통통제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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