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내 진동했던 시화호가 성공사례? 4대강 밑천 드러낸 '대통령과의 대화'
[분석] 시화호·강원도 홍수·한강개발 사례 언급... 대통령 무지만 확인
▲ 27일 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 청와대
2009년 11월 27일, 그간 대화와 소통에 귀를 닫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께서 공중파 방송 3사의 채널 앞에 국민들을 모두 모아놓고 대화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이를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계속되는 국가적 혼란을 바로잡아 주기를 간절히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기대에 충분했을까요?
역설적인 얘기입니다만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과 진실을 알게 되어서 필자는 참으로 기뻤습니다(?). 아! 저런 생각과 근거로 4대강 사업을 국민들의 절대적인 반대에도 밀어붙이는구나. 그래서 4대강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확신이 더더욱 분명해졌습니다.
4대강과 관련하여 이명박 대통령은 시화호 수질, 강원도 홍수, 한강 종합개발사업 등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4대강 정비사업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적절한 사례를 들어야 하는데 앞뒤가 맞지도 않고 내용도 잘 모르는 사례를 드는지. 참으로 기가 막힐 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즉흥적인 말이라면 워낙 그러시는 분이니까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청와대 참모들과 모의토론까지 했다고 하는데 그 참모들은 아무런 조언도 해주지 않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국감장에서 "지구는 돈다"고까지 하면서 4대강 사업에 확신에 찬 태도를 보였던 이만의 환경부 장관께서는 무슨 바쁜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를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그 참모들 역시 4대강 사업에 대한 무지가 그대로 여과 없이 드러났다는 것이지요.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예의 없는 행동입니다만 참으로 웃음이 절로 납니다.
물길 막아 오염됐던 시화호, 성공사례로 둔갑시켜
이명박 대통령은 간척사업으로 문제가 되었던 시화호(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연결) 수질오염을 해결하는 등 우리나라의 수질개선 기술이 워낙 선진기술이라 다 해결할 수 있으며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쎄요? 필자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물길을 막는 시화 방조제를 쌓았던 것처럼 4대강 사업에서 물길을 차단하는 보를 건설해도 수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정리하면 시화호 방조제를 건설했을 때 수질 논란이 있었지만 선진기술로 다 해결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요? 만약 이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을 밝혀드리지 않으면 지도자의 헛된 말에 많은 국민들은 또 속게 됩니다.
시화(시흥시와 화성시의 첫 글자를 따서 시화라 함) 간척사업은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 등을 잇는 총연장 12.7km로, 4개의 방조제를 막아 1만7300ha의 간척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1987년에 시작하여 1994년에 바닷물을 차단하는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이와 함께 총 3억 3233만 톤의 물을 저장하여 새롭게 조성되는 땅에 공급한다는 목표로 6100ha의 담수호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방조제 공사 완료 3년만인 1997년 시화호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말았습니다. 공장폐수, 생활하수, 농업폐수 등이 유입되고 매립으로 인해 갯벌과 바다 생물들이 죽으면서 이 담수호가 심각하게 오염된 것입니다. 특히 방조제 물막이 공사로 인해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고 정체수역인 호소로 바뀌면서 심각한 수질오염을 야기한 것입니다. 결국 2000년 정부는 공식적으로 담수화계획을 포기하였고 지금은 물길을 터서 해수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 ⓒ 그래픽 오마이뉴스 봉주영
시화호의 급격한 오염으로 인해 주변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간척지에서 소금기가 있는 물질들이 날아와 인근 농장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등 한 때 죽음의 땅으로 불리면서 당시 사회적인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물길을 차단하는 공사를 헛되이 했다가 물길을 터주고 만 실패한 사업이 되고 만 것이죠.
뿐만 아니라 해수유통 이후 담수호의 오염물질이 대거 바다로 흘러가면서 인근 해역에 어폐류가 떼죽음을 당하고 기형물고기가 출현하고 어류의 종수가 급감하는 등 심각한 환경재앙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예산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방조제 공사비 약 5천억 원을 포함하여 수질개선비 약 4500억 원, 해수유통을 위한 조력발전공사비 약 3천억 원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 실패한 사업을 성공한 사례로 둔갑시키고 기술로 해결했다고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고자하는 환경기초시설 설치 등으로는 시화호의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고 물길을 다시 소통시키는 해수유통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오죽 했으면 환경단체의 의견을 그토록 묵살하고 부정했던 정부가 담수호 계획을 백지화하고 해수를 유통시켰을까요?
▲ 2002년 당시 죽은 조개들의 껍질로 가득한 시화호 갯벌 ⓒ 권우성
4대강 얘기하는데 웬 강원도 홍수 얘기?
다음은 홍수문제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대건설 재직시 강원도에 홍수가 나서 제방을 축조했는데 다음에도 계속해서 제방이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국민들도 결론이 무엇인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사례를 들려면 4대강에 홍수가 계속해서 나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4대강 정비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지 강원도의 홍수를 왜 얘기하냐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히는 강원도의 홍수나 태풍은 4대강 본류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강원도에 큰 피해가 발생했던 강릉, 태백, 평창 등은 4대강이 흐르는 지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들 지역이 홍수나 태풍 등에 의한 피해가 자주 나고 크다면 이 지역에 대한 재해예방대책을 근본적으로 수립해야지 아무런 연관이 없는 4대강을 왜 정비합니까? 신종플루에 걸렸는데 심장수술 하겠다고 칼 들고 달려드는 격입니다.
▲ ⓒ 그래픽 오마이뉴스 봉주영
정부는 국가하천은 인근에 대도시가 위치하고 있어 수해가 발생하면 지방하천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국방재협회의 <유역단위 홍수대책 추진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1999~2003년까지 전체 하천 홍수 피해액 중 국가하천의 피해액은 평균 3.6%에 불과합니다. 이미 98%가 정비되어 있는 4대강의 피해는 그만큼 적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홍수나 태풍 등의 피해는 산간계곡지대, 중·하천, 도시 저지대가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왜 4대강을 정비하는데 열을 올리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향후 4대강이 아닌 지역에서 재해발생이 일어나면 그 책임은 온전히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가장 최근인 2009년 7월에는 70년 만에 온 큰 비 때문에 우리나라는 난리를 겪었습니다. 국가재난관리센터에 의하면 당시 부산 지역 310㎜, 마산 268㎜, 순천 216㎜, 광주 196㎜ 등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고 2명이 숨지고, 351세대 775명의 이재민 발생, 902동의 주택침수, 9919ha의 농경지 침수와 유실이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4대강 본류 주변에는 영산강 하류지역인 농경지를 제외하고는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 ⓒ 그래픽 오마이뉴스 봉주영
피해의 원인을 살펴보면 지천의 수위상승으로 인한 농경지 유량이 배출되지 못함으로서 발생된 전형적인 내수배제불량 피해가 많았고 또한 사천과 부산 강서지역의 주 피해지역의 경우에는 저지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효율성을 그토록 강조하면서 세종시의 원안을 사실상 백지화시키고 있는 이명박정부가 홍수 예방에 효율성이 전혀 없는 4대강 본류 정비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한강 보 때문에 취수장 옮기면서 수질 좋아진다니...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정비사업의 정당성을 위해 자주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인용합니다. 아마도 자신이 한 사업을 강조하고 홍보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되었다는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요? 이미 이 내용은 한 차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바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나 자주 이를 강조하니 내용을 보완하여 설명하겠습니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은 현대건설이 88올림픽을 겨냥하여 1982년에 착공하여 1986년에 준공한 사업입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경기도 행주대교까지 총연장 36km 구간공사로 사업비는 총 9560억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사업의 핵심은 보를 설치하고 준설한 사업으로 잠실 수중보와 김포 신곡 수중보가 설치되었습니다. 이후 백사장이 있고 하천이었던 이 한강구간은 사라지고 준설과 이 두 개의 보 설치로 정체수역인 호소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한강종합사업으로 한강의 수질이 개선되고 물고기가 사는 등 강이 깨끗해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강종합개발사업이후에도 수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었습니다.
▲ 지난 2007년 10월 15일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에서 갑문 예정지로 지목한 바 있는 서울 잠실 수중보 북측 갑문에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올라 "STOP 경부운하"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다 1998년에서야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관리 특별종합대책'을 세우게 되는데, 바로 이 시점부터 하수종말처리장 등 오염원 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오염원이 유입되는 지천을 관리하는 등 수질관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수질개선이 이뤄집니다. 오히려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이 구간의 서식환경은 크게 변했고, 시멘트 고수부지 설치와 강의 직강화, 하천바닥 준설 등으로 서식처 교란을 불러왔습니다.
그 결과 조개류 등 강바닥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은 공사 이전의 약 20~60% 수준으로 대폭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보를 설치해도 수질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현재 팔당지역과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 사이의 수질을 비교하면 진실이 확연이 드러납니다.
▲ ⓒ 그래픽 오마이뉴스 봉주영
2008년 4~6월과 2009년 4~6월에 팔당댐 수질은 1급수를 유지하지만 잠실 수중보와 신곡 수중보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노량진에서는 2급수로 떨어지고 가양에서는 3급수로 급락합니다. 서울시에서 오폐수 등이 유입되고 보와 보 사이에 물 흐름이 막혀 정체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 서울시계에 있는 취수장을 상류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만약 보와 보 사이에 수질이 좋다면 왜 상류지역으로 취수장을 이전하겠습니까?
서울 구의와 자양 취수장(잠실 수중보 바로 위 지점)을 남양주시에 있는 강북취수장(팔당댐 바로 하류지점)으로 2010년까지 이전할 계획을 수립하여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며 또한 서울 풍납·암사 취수장도 팔당 상류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아리수'(한강의 옛말)의 고급화 계획에 따라 취수원을 한강 상류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보와 보 사이에 있는 서울시계의 한강물이 나쁘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보를 설치해도 수질이 좋아진다는 모순된 논리를 펴고 있는 것입니다.
지도자는 일상적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방송3사를 불러다놓고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국민을 TV앞에 모아놓았다고 해서 소통되는 것이 아닙니다.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해서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한 적이 없습니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는 주민들과도 대화하지 않았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 문화재 조사,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끝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4대강 정비사업을 완료하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다음 정권 때 가능하리라는 암시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그런 희망과는 다르게 아마도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4대강 사업은 중단될 것입니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노무현 정부 때 수립된 세종시 계획을 취소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불미스런 역사를 남기지 않으려면 세종시 중단에 '사과'할 것이 아니라 원안대로 진행하고 오히려 무모하고 비효율적인 4대강 정비계획을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박진섭 기자는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이며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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