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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시하고 서울 향하는 상인들의 '절규'

중기청, 강릉 SSM 강제조정 착수... 인천 사업조정지역 '촉각'

등록|2009.11.30 13:57 수정|2009.11.30 13:57

유통재벌부산에서 올라온 상인들이 유통재벌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동네 골목상권을 빼앗으려는 골리앗과 지키려는 다윗의 싸움은 처절한 느낌을 준다. 유통 재벌 골리앗은 다윗 상인, 벼룩의 간이 그렇게 탐이 났을까? ⓒ 김갑봉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 등 금융기관이 나서 가계부채를 줄여야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은행 지역본부장들은 각 지역 언론 칼럼을 통해 가계부채를 줄일 것과 금융 감독체계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분명한 위기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97년 IMF 경제위기와 지난해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현 경제위기는 엄밀히 다르다. 97년 당시 위기는 외채 차입 등을 통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관치금융에서 비롯된 위기라면, 지금의 위기는 가계의 위기다. 그중에서도 자영업자의 위기다.

가계부채의 큰 폭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담보대출은 아직까지 별다른 조짐(=채무상환 리스크 등)을 보이고 있지 않은 반면, 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사업자금 대출인 소호(SOHO)대출은 채무상환 리스크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영업자 비율이 30%대로 압도적 1위를 달린다.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중 자영업자 비중이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원인은 다름 아닌 97년 IMF 경제위기에 있다.

IMF의 처방대로 노동시장 유연화와 시장 개방 등을 받아들이면서 당시 한국사회는 실업대란에 빠졌고 동시에 15~17%하던 자영업자 비중이 30%를 넘게 된다. 이유인즉 실직에 내몰린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자영업에 뛰어 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시장 개방으로 대형마트의 확산이 시작된다.

97년 IMF 경제위기와 지금의 경제위기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대기업의 부채비율과 정부의 외환보유액이다. 당시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450%를 넘었으나, 지금은 규제 완화 속에도 투자를 안 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정도로 비치한 내부자금이 많다. 현재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100%가 안 된다.

외환보유고 역시 현재 2600억달러 내외 규모(세계 4위)는 당시 외환보유고의 10배에 달한다. 누가 봐도 지금 위기는 분명하다. 바로 가계의 위기고, 자영업자의 위기라는 것. 때문에 한국은행 등 금융관련 기관들이 부채를 줄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부채를 줄이려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장사는 경기 탓에 더욱 안 되고, 오히려 지금도 지역경제를 파탄 내는 유통재벌의 대형마트와 SSM(=Super super market․기업형 슈퍼마켓)은 지속적으로 입점하고 있다.

사업조정심의회, 최대 6년 사업정지 가능

자영업자11월 27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상인대회에 참석한 인천 상인들이 집회에 참여한 각 정당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일부 상인들은 '대형마트 입점으로 죽어간다고 할 땐 듣는척도 안하더니 이제와 생색내려 한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동시에 비판하기도 했다. ⓒ 김갑봉



   
대형마트와 SSM의 입점으로 사라지는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부지기수고, 오히려 순 일자리는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지 2년이 더 지났지만, 대형마트와 SSM의 입점을 허가제로 하자는 상인들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요구는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국시장상인연합회ㆍ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ㆍ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ㆍ한국주유소협회ㆍ대한안경사협회 등 23개 단체가 모인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공동회장 김경배ㆍ최극렬) 소속 3000여명은 11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SSM 허가제 도입과 카드수수료 인하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이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 ▲소상공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사업영역 보호 ▲지자체 주유소 등록고시 제정권한 폐지 추진 중단 ▲대형마트 주유소 사업조정권 발동 및 정부지원계획 철회 등을 촉구했다.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특위 인태연 부위원장은 "국회에 올해에만 벌써 몇 번째 다녀왔는지 모르겠다"며 "이제 상인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은 초당적인 민생문제다. 다음 달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인들도 이젠 그냥 당하진 않는다. 상인들이 나서 경제주권 찾듯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나라당ㆍ민주당ㆍ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 등 유통산업발전법을 다루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참가해 법 개정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지 않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전날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에서 개정안은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상인과 한나라당의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인 부위원장은 "지켜봤다. 분명히 말했지만 좌시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당론으로 정하지 않으면 (의원) 혼자서 백날 백번 떠드는 것은 이젠 들을 가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통산업발전법과 더불어 자영업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유통재벌 SSM의 사업조정과 관련한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심의회다.

현재 국내 서른 곳이 넘는 상점가와 전통시장이 대기업을 상대로 SSM 사업조정을 신청했으며, 사업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져 광역시․도 차원에서 자율조정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자율조정협의가 무산되면 중기청의 사업조정심의회로 넘어가는데, 이 사업조정심의회는 자율조정과 달리 법적 강제권한을 갖는다.

이런 가운데 강릉에서 SSM 측과 상인 간 자율조정협의회가 무산돼 SSM 사업조정 신청이후 처음으로 강제조정인 사업조정심의회가 열리게 돼 관심을 끌고 있다. 사업조정심의회는 심의를 통해 중소상인의 피해가 현저하다고 판단될 경우 최대 6년 이내의 사업정지 또는 사업 면적과 품목 축소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이와 관련, 'SSM 사업조정 신청지역 전국연석회의' 신규철 공동집행위원장은 "인천에만 6곳이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더구나 부개동은 인천시의 일시정지 권고가 있었지만 업체가 입점을 시도하고 해당상인을 영업방해라고 고소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상인들은 차디찬 바닥에서 두 달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가게 문 닫고 장사하게 해달라고 서울 가는 상인들의 심정은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며 "심의회가 어떻게 구성될지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이제 상인들도 투쟁 아니면 다음은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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