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 조롱했다"...중앙대 교지 강제수거 '파장'
학교 측 "<중앙문화> 만화 내용 문제 있어"... 학생들 "풍자일 뿐"
대학마다 전쟁이다. 해마다 10%를 웃돌며 인상되는 등록금과의 전쟁. 상대평가 제도 하에서 학점을 조금이라도 더 따보려는 피말리는 전쟁. 토익, 자격증, 공모전, 인턴, 봉사활동이라는 '취업 5종 세트'를 갖추기 위한 스펙 쌓기 전쟁.
여기까지만 해도 대학 생활은 충분히 강퍅한데, 얼마 전 고려대에서는 벼룩의 간을 내어 먹자는 '폐지 전쟁'까지 있었다. 폐지 전쟁은 청소부 아주머니들의 승리로 돌아갔다고 하여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중앙대에서 '교지 전쟁'이 터졌다.
<중앙문화> 58호 강제 수거... "학교 본부 자극 우려"
사건은 지난 11월 25일 시작됐다. <중앙문화> 측이 발표한 성명서 등에 따르면, 오후 3시경 <중앙문화> 58호가 발간되어 학교 곳곳에 배포되자 오후 6시경 중앙대 언론매체부장 장영준 교수는 <중앙문화>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지 내용 중 일부가 학교 본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회수하였다가 내일 (박범훈) 총장님에게 먼저 보여드린 후 배부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편집장이 이를 거절하자 장영준 교수는 "본부 주변에 있는 책이라도 잠시 회수하자"고 재차 제안했고, 이에 편집장은 총장실이 위치한 본관에서 가장 가까운 "교양학관의 책만 일단 회수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밤 9시경 편집위원들이 교양학관의 책을 회수하기 위해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방호원들이 학내에 배부된 모든 교지를 트럭에 수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편집위원들이 항의했으나 방호원들은 "학교 측의 지시"라며 막무가내였다. 상황을 전해들은 편집장이 장영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영문을 묻자 "학생처장과 협의하여 회수를 결정을 했다"며 "내일 오전에 총장님을 만날 예정이니 그 후에 이야기하자"고 답변했다.
다음 날인 26일 본부와 회의를 마친 장영준 교수는 "총장님을 조롱한 내용이 포함된 만화를 게재했고,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라는 원고를 내가 미리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배포는 알아서 하되 차후 문제가 되면 책임은 편집위가 져야한다"고 말했다.
학내 언론 탄압 규탄... 잇단 성명서 발표
이에 <중앙문화>는 즉시 '<중앙문화 58호> 강제 수거 경위 및 편집위의 입장'을 발표하고 교지를 재배포했다. 편집위는 학교본부의 문제제기가 정당성 없는 언론탄압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학교측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의 이와 같은 외압은 이전에도 있었는데, 선례를 고려할 때 이번 경우도 사실상 문제가 된 것은 학교재단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 때문이라는 것.
언론매체부장 장영준 교수가 문제 삼은 만화 '위기의 CAU 민주주의'는 학생들의 의사에 관계 없이 대규모 학과 구조조정과 등록금 인상, 캠퍼스 이전 등 중대 현안을 학교 본부가 일방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었다. 편집위는 입장글을 통해 "학교 측의 반응은 만화의 풍자적 성격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만화 속의 총장 캐릭터는 총장 개인이 아니라 학교 본부 전체를 상징하는 것이기에 특정한 개인에 대한 조롱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라는 글 역시 두산그룹이 재단으로 들어온 뒤 학교가 기업화되고 학교의 주인이 학생에서 재단으로 넘어가버린 중앙대의 현실을 우려하며 쓴 글이다. 가부장적인 대기업 문화가 그대로 학교에 침투되면서 권위주의가 팽배하고, 여론탄압이 진행되는 등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교훈을 가진 '의혈' 중앙대의 학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여제자를 성희롱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외에도 중앙대는 진중권 겸임교수 재임용 탈락과 학생 징계로 내홍을 겪어왔다.
"학교가 사과하라" 학생들 비판 여론도 거세
<중앙문화>를 포함한 중앙대 내 6개 언론사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교 본부의 언론 탄압을 규탄했다. 여러 중앙대 회원들을 보유한 '언론 공공성을 위한 대학생 연대'도 12월 1일 학내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명서를 게재했다. '다함께 중앙대 모임'도 입장을 냈다.
여러 단위에서의 잇단 성명서 발표에 중앙대 학생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중앙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입장글과 성명서에는 수십 개에 이르는 댓글이 달려 학교 본부의 언론탄압을 성토했다. 교지 편집위원들에 대한 응원의 글도 많았다.
학생들은 "학교는 이사장과 총장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매체의 내용을 떠나 강제수거는 온당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학교 본부가 <중앙문화>측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교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교지를 발행하고 편집하는 건 학생들의 권리인데 학교측에서 마음대로 이를 회수하거나 임의로 간섭하는 것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중앙문화> 편집위원들은 전화 한 통 없는 학교측의 무대응에 분노하면서도, 학교 본부에 대해 상대적 약자 입장에 있기 때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발행인 조롱하는 만화, 최소한 사전에 본인이 확인해야"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언론매체부장 장영준 교수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장 교수는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교지 회수 경위에 대해서는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지만 그 취지가 '언론탄압'으로 비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비판을 하는 것은 좋지만 <중앙문화>는 총장이 발행인이다, 발행인을 조롱하는 만화가 배포됐는데 본인이 모르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최소한 사전에 본인이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입장을 밝혔다.
각 단위의 성명서 발표와 학우들의 사과 요구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성명서는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이어서 굳이 답변할 필요는 없다"며 "사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의 수거에 대해서는 "본관 근처의 교지만 우선 수거하는 것으로 협의했지만 일부 수거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에 따라 전체 수거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학 생활은 충분히 강퍅한데, 얼마 전 고려대에서는 벼룩의 간을 내어 먹자는 '폐지 전쟁'까지 있었다. 폐지 전쟁은 청소부 아주머니들의 승리로 돌아갔다고 하여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중앙대에서 '교지 전쟁'이 터졌다.
<중앙문화> 58호 강제 수거... "학교 본부 자극 우려"
▲ <중앙문화> 58호 ⓒ 박솔희
교지 내용 중 일부가 학교 본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회수하였다가 내일 (박범훈) 총장님에게 먼저 보여드린 후 배부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편집장이 이를 거절하자 장영준 교수는 "본부 주변에 있는 책이라도 잠시 회수하자"고 재차 제안했고, 이에 편집장은 총장실이 위치한 본관에서 가장 가까운 "교양학관의 책만 일단 회수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밤 9시경 편집위원들이 교양학관의 책을 회수하기 위해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방호원들이 학내에 배부된 모든 교지를 트럭에 수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편집위원들이 항의했으나 방호원들은 "학교 측의 지시"라며 막무가내였다. 상황을 전해들은 편집장이 장영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영문을 묻자 "학생처장과 협의하여 회수를 결정을 했다"며 "내일 오전에 총장님을 만날 예정이니 그 후에 이야기하자"고 답변했다.
다음 날인 26일 본부와 회의를 마친 장영준 교수는 "총장님을 조롱한 내용이 포함된 만화를 게재했고,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라는 원고를 내가 미리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배포는 알아서 하되 차후 문제가 되면 책임은 편집위가 져야한다"고 말했다.
학내 언론 탄압 규탄... 잇단 성명서 발표
▲ <위기의 CAU 민주주의>총장을 조롱한다고 하여 문제가 된 만화. 편집위는 만화 속의 총장 캐릭터가 총장 개인이 아니라 학교 본부의 상징이며, 학교측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 중앙문화
이에 <중앙문화>는 즉시 '<중앙문화 58호> 강제 수거 경위 및 편집위의 입장'을 발표하고 교지를 재배포했다. 편집위는 학교본부의 문제제기가 정당성 없는 언론탄압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학교측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의 이와 같은 외압은 이전에도 있었는데, 선례를 고려할 때 이번 경우도 사실상 문제가 된 것은 학교재단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 때문이라는 것.
언론매체부장 장영준 교수가 문제 삼은 만화 '위기의 CAU 민주주의'는 학생들의 의사에 관계 없이 대규모 학과 구조조정과 등록금 인상, 캠퍼스 이전 등 중대 현안을 학교 본부가 일방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었다. 편집위는 입장글을 통해 "학교 측의 반응은 만화의 풍자적 성격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만화 속의 총장 캐릭터는 총장 개인이 아니라 학교 본부 전체를 상징하는 것이기에 특정한 개인에 대한 조롱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라는 글 역시 두산그룹이 재단으로 들어온 뒤 학교가 기업화되고 학교의 주인이 학생에서 재단으로 넘어가버린 중앙대의 현실을 우려하며 쓴 글이다. 가부장적인 대기업 문화가 그대로 학교에 침투되면서 권위주의가 팽배하고, 여론탄압이 진행되는 등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교훈을 가진 '의혈' 중앙대의 학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여제자를 성희롱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외에도 중앙대는 진중권 겸임교수 재임용 탈락과 학생 징계로 내홍을 겪어왔다.
▲ 문제가 된 글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 ⓒ 박솔희
"학교가 사과하라" 학생들 비판 여론도 거세
<중앙문화>를 포함한 중앙대 내 6개 언론사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교 본부의 언론 탄압을 규탄했다. 여러 중앙대 회원들을 보유한 '언론 공공성을 위한 대학생 연대'도 12월 1일 학내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명서를 게재했다. '다함께 중앙대 모임'도 입장을 냈다.
여러 단위에서의 잇단 성명서 발표에 중앙대 학생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중앙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입장글과 성명서에는 수십 개에 이르는 댓글이 달려 학교 본부의 언론탄압을 성토했다. 교지 편집위원들에 대한 응원의 글도 많았다.
학생들은 "학교는 이사장과 총장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매체의 내용을 떠나 강제수거는 온당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학교 본부가 <중앙문화>측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교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교지를 발행하고 편집하는 건 학생들의 권리인데 학교측에서 마음대로 이를 회수하거나 임의로 간섭하는 것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중앙문화> 편집위원들은 전화 한 통 없는 학교측의 무대응에 분노하면서도, 학교 본부에 대해 상대적 약자 입장에 있기 때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발행인 조롱하는 만화, 최소한 사전에 본인이 확인해야"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언론매체부장 장영준 교수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장 교수는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교지 회수 경위에 대해서는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지만 그 취지가 '언론탄압'으로 비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비판을 하는 것은 좋지만 <중앙문화>는 총장이 발행인이다, 발행인을 조롱하는 만화가 배포됐는데 본인이 모르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최소한 사전에 본인이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입장을 밝혔다.
각 단위의 성명서 발표와 학우들의 사과 요구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성명서는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이어서 굳이 답변할 필요는 없다"며 "사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의 수거에 대해서는 "본관 근처의 교지만 우선 수거하는 것으로 협의했지만 일부 수거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에 따라 전체 수거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중앙문화 58호> 강제 수거 경위 및 편집위의 입장'과 '언론공공성을 위한 대학생연대'의 성명서 전문 및 '위기의 CAU 민주주의' 만화 내용 전체는 기자의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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