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81) 오십보백보
[우리 말에 마음쓰기 808] '학자들도 오십보백보', '누구나 오십보백보' 다듬기
ㄱ. 학자들도 오십보백보
.. 플라톤의 '이데아'라는 이 괴물은 천의 얼굴을 지닌 데다가 종잡을 수 없는 구석이 하도 많아서 플라톤 자신도 제대로 그 모습을 그려내지 못하고, 이 괴물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오십 보 백 보인지라, 이제까지 이 괴물을 둘러싸고 수십 권의 책, 수천 편의 논문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이 괴물의 정체를 제대로 알았다거나 이 괴물을 사로잡았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 《윤구병-윤구병의 존재론 강의, 있음과 없음》(보리,2003) 44쪽
"플라톤의 '이데아'라는"은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라는"으로 다듬고, "천의 얼굴"은 "천 가지 얼굴"로 다듬으며, "플라톤 자신(自身)도"는 "플라톤 스스로도"로 다듬습니다. '연구(硏究)하는'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살피는'이나 '파고드는'이나 '파헤치는'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수십 권의 책, 수천 편의 논문"은 "수십 가지 책, 수천 가지 논문"이나 "책 수십 권, 논문 수천 편"으로 손질하고, "이 괴물의 정체(正體)를"은 "이 괴물이 무엇인지를"로 손질해 줍니다.
┌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 차이가 없음을 이르는 말
│ - 49등이나 50등이나 오십보백보다 / 대원군의 조선 내정이나 오십보백보이다
│
├ 학자들도 오십 보 백 보인지라
│→ 학자들도 비슷한지라
│→ 학자들도 마찬가지인지라
│→ 학자들도 다르지 않은지라
│→ 학자들도 거의 같은지라
└ …
국어사전 말풀이를 "조금 낫고 못하기는 하나, 거의 다르지 않음을 이르는 말"쯤으로 달아 놓는다면 한결 단출하면서도 알아듣기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뜻풀이를 하기보다는, '오십보백보' 같은 말마디를 아예 안 쓸 때가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때와 자리에 따라 달리 씁니다만, '엎어치나 메치나'라든지 '거기서 거기'라든지 '끽해야'라든지 '개나 소나'라든지 '가재나 게나'라든지 이야기해 오던 우리들입니다. 또한, '마찬가지'와 '매한가지' 같은 말을 쓰는 우리들이요, '똑같이'나 '꼭 같이'나 '같이' 같은 말을 쓰는 우리들이며, '엇비슷하다'와 '비슷비슷하다'와 '비슷하다' 같은 말을 쓰는 우리들입니다.
'크게 다르지 않다'를 넣어도 어울리고, '거의 같다'를 넣어도 어울리며, '그리 다를 바 없다'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같은 꼴'이나 '같은 모양'이라 해 볼 수도 있겠지요. 생각하기에 따라 새롭게 말마디를 얻을 수 있고, 찾고 돌아보기에 따라 새삼스럽게 글줄을 얻을 수 있습니다.
┌ 학자들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지라
├ 학자들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지라
├ 학자들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지라
├ 학자들도 꿩 구워 먹은 소식인지라
└ …
그러고 보면, '오십보백보'라는 네 글자 한자말(다섯 글자 한자말)하고 거의 같은 뜻으로 '천편일률(千篇一律)'하고 '대동소이(大同小異)'를 쓰고 있습니다. 뜻이나 쓰임새가 거의 같은 네 글자 한자말들인데, 이 말이나 저 말이나 그게 그거입니다. 이거나 저거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 깜냥껏 얼마든지 살갑고 알맞고 단출하고 싱그럽고 즐겁게 우리 생각과 마음을 나눌 길이 있음에도, 이와 같은 길로는 나아가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말굴레에 갇혀 그 나물에 그 밥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글굴레를 떨치지 못하며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은 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다운 말을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글다운 글을 찾지 않는 우리들입니다. 좀더 낫게 쓸 말을 헤아리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한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글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ㄴ. 누구나 오십보백보
.. 다시 말해 사실 인간은 누구나 오십보백보지만, 자기 안에 있는 추한 열정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면 마음놓고 그 사람을 경멸할 수 있다 .. 《소노 아야코/오경순 옮김-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리수,2005) 46쪽
'사실(事實)'은 '알고 보면'이나 '따지고 보면'으로 손보고, "자기(自己) 안에 있는"은 "내 안에 있는"으로 손봅니다. "추(醜)한 열정(熱情)"은 "못난 뜨거움"이나 "어설픈 뜨거움"이나 "어줍잖은 뜨거움"으로 손질하고, "대신(代身)해 주면"은 "맡아 해 주면"으로 손질하며, '경멸(輕蔑)할'은 '업신여길'이나 '깎아내릴'이나 '깔볼'로 손질해 줍니다.
┌ 인간은 누구나 오십보백보지만
│
│→ 사람은 누구나 그게 그거이지만
│→ 사람은 누구나 거기에서 거기이지만
│→ 사람은 누구나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 사람은 누구나 도토리 키재기이지만
└ …
저는 '오십보백보'라는 말마디를 중학교 때 처음 배웠습니다. 그때 한문 교사가 우리한테 이 말마디를 가르쳐 주는데, 말장난 삼아 '너희들 수준은 오십보백보'라고 읊었습니다. 잘하는 녀석도 없고 못하는 녀석도 따로 없이, 모두들'도토리 키재기'를 하듯 똑같은 꼬락서니라고 살며시 비꼰 셈입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 적이라 한다면 어느새 스무 해가 지난 일입니다. 그러나 그 한문 교사가 읊던 이 말마디는 스무 해가 지닌 오늘날까지도 가슴에 꽂힌 채 살아남아 있습니다. 모르는 노릇이지만, 그 한문 교사는 스무 해 앞서 아이들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떠올리지 못하리라 봅니다. 나중에 다른 학교로 옮겨 가 다른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도 으레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있을 수 있고요.
┌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 사람은 누구나 매한가지이지만
├ 사람은 누구나 비슷비슷하지만
├ 사람은 누구나 어슷비슷하지만
└ …
누구나 똑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사람이라는 목숨붙이라는 테두리에서 서로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서로 똑같은 한국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동아리가 되곤 합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옳고 바른 말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는지요. 우리들은 한국사람으로서 얼마나 곧고 알찬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을는지요.
내 입에서 터져나오는 말마디는 나와 내 이웃이 듣고 새기기에 알맞으며 사랑스럽고 즐거운지요. 내 손에서 샘솟는 글줄은 나와 내 이웃이 읽고 삭이기에 반가우며 믿음직하고 알맞춤한지요.
한결 나은 길이 있어도 걷지 않는 우리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좀더 좋은 길이 있어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우리들이 아니랴 싶습니다. 훨씬 빛접은 길이 있어도 생각하려 하지 않는 우리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 플라톤의 '이데아'라는 이 괴물은 천의 얼굴을 지닌 데다가 종잡을 수 없는 구석이 하도 많아서 플라톤 자신도 제대로 그 모습을 그려내지 못하고, 이 괴물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오십 보 백 보인지라, 이제까지 이 괴물을 둘러싸고 수십 권의 책, 수천 편의 논문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이 괴물의 정체를 제대로 알았다거나 이 괴물을 사로잡았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 《윤구병-윤구병의 존재론 강의, 있음과 없음》(보리,2003) 44쪽
┌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 차이가 없음을 이르는 말
│ - 49등이나 50등이나 오십보백보다 / 대원군의 조선 내정이나 오십보백보이다
│
├ 학자들도 오십 보 백 보인지라
│→ 학자들도 비슷한지라
│→ 학자들도 마찬가지인지라
│→ 학자들도 다르지 않은지라
│→ 학자들도 거의 같은지라
└ …
국어사전 말풀이를 "조금 낫고 못하기는 하나, 거의 다르지 않음을 이르는 말"쯤으로 달아 놓는다면 한결 단출하면서도 알아듣기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뜻풀이를 하기보다는, '오십보백보' 같은 말마디를 아예 안 쓸 때가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때와 자리에 따라 달리 씁니다만, '엎어치나 메치나'라든지 '거기서 거기'라든지 '끽해야'라든지 '개나 소나'라든지 '가재나 게나'라든지 이야기해 오던 우리들입니다. 또한, '마찬가지'와 '매한가지' 같은 말을 쓰는 우리들이요, '똑같이'나 '꼭 같이'나 '같이' 같은 말을 쓰는 우리들이며, '엇비슷하다'와 '비슷비슷하다'와 '비슷하다' 같은 말을 쓰는 우리들입니다.
'크게 다르지 않다'를 넣어도 어울리고, '거의 같다'를 넣어도 어울리며, '그리 다를 바 없다'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같은 꼴'이나 '같은 모양'이라 해 볼 수도 있겠지요. 생각하기에 따라 새롭게 말마디를 얻을 수 있고, 찾고 돌아보기에 따라 새삼스럽게 글줄을 얻을 수 있습니다.
┌ 학자들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지라
├ 학자들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지라
├ 학자들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지라
├ 학자들도 꿩 구워 먹은 소식인지라
└ …
그러고 보면, '오십보백보'라는 네 글자 한자말(다섯 글자 한자말)하고 거의 같은 뜻으로 '천편일률(千篇一律)'하고 '대동소이(大同小異)'를 쓰고 있습니다. 뜻이나 쓰임새가 거의 같은 네 글자 한자말들인데, 이 말이나 저 말이나 그게 그거입니다. 이거나 저거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 깜냥껏 얼마든지 살갑고 알맞고 단출하고 싱그럽고 즐겁게 우리 생각과 마음을 나눌 길이 있음에도, 이와 같은 길로는 나아가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말굴레에 갇혀 그 나물에 그 밥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글굴레를 떨치지 못하며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은 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다운 말을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글다운 글을 찾지 않는 우리들입니다. 좀더 낫게 쓸 말을 헤아리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한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글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ㄴ. 누구나 오십보백보
.. 다시 말해 사실 인간은 누구나 오십보백보지만, 자기 안에 있는 추한 열정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면 마음놓고 그 사람을 경멸할 수 있다 .. 《소노 아야코/오경순 옮김-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리수,2005) 46쪽
'사실(事實)'은 '알고 보면'이나 '따지고 보면'으로 손보고, "자기(自己) 안에 있는"은 "내 안에 있는"으로 손봅니다. "추(醜)한 열정(熱情)"은 "못난 뜨거움"이나 "어설픈 뜨거움"이나 "어줍잖은 뜨거움"으로 손질하고, "대신(代身)해 주면"은 "맡아 해 주면"으로 손질하며, '경멸(輕蔑)할'은 '업신여길'이나 '깎아내릴'이나 '깔볼'로 손질해 줍니다.
┌ 인간은 누구나 오십보백보지만
│
│→ 사람은 누구나 그게 그거이지만
│→ 사람은 누구나 거기에서 거기이지만
│→ 사람은 누구나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 사람은 누구나 도토리 키재기이지만
└ …
저는 '오십보백보'라는 말마디를 중학교 때 처음 배웠습니다. 그때 한문 교사가 우리한테 이 말마디를 가르쳐 주는데, 말장난 삼아 '너희들 수준은 오십보백보'라고 읊었습니다. 잘하는 녀석도 없고 못하는 녀석도 따로 없이, 모두들'도토리 키재기'를 하듯 똑같은 꼬락서니라고 살며시 비꼰 셈입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 적이라 한다면 어느새 스무 해가 지난 일입니다. 그러나 그 한문 교사가 읊던 이 말마디는 스무 해가 지닌 오늘날까지도 가슴에 꽂힌 채 살아남아 있습니다. 모르는 노릇이지만, 그 한문 교사는 스무 해 앞서 아이들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떠올리지 못하리라 봅니다. 나중에 다른 학교로 옮겨 가 다른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도 으레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있을 수 있고요.
┌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 사람은 누구나 매한가지이지만
├ 사람은 누구나 비슷비슷하지만
├ 사람은 누구나 어슷비슷하지만
└ …
누구나 똑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사람이라는 목숨붙이라는 테두리에서 서로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서로 똑같은 한국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동아리가 되곤 합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옳고 바른 말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는지요. 우리들은 한국사람으로서 얼마나 곧고 알찬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을는지요.
내 입에서 터져나오는 말마디는 나와 내 이웃이 듣고 새기기에 알맞으며 사랑스럽고 즐거운지요. 내 손에서 샘솟는 글줄은 나와 내 이웃이 읽고 삭이기에 반가우며 믿음직하고 알맞춤한지요.
한결 나은 길이 있어도 걷지 않는 우리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좀더 좋은 길이 있어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우리들이 아니랴 싶습니다. 훨씬 빛접은 길이 있어도 생각하려 하지 않는 우리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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