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드라마 공식 "막드=시청률 보증수표"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112] 2009년 드라마 트렌드 분석
2009년 드라마는 다사다난했다. 여러 드라마가 방송되어 그 중 다양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으며, 특정 방송사가 '드라마 왕국'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기 무색할 정도로 사이좋게 인기를 나누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일별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방송사가 나뉘는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어느 한 방송사가 독주하지 않고 시청자들이 방송사와는 상관없이 좋은 드라마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09년 드라마의 트렌드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보자.
막장드라마, 최고의 전성기 구가
우선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를 살펴보면 '막드'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아내의 유혹>과 <내 사랑 금지옥엽>은 막장드라마로서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며 방영 시기에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이들은 막장드라마인 동시에 국민드라마가 되었지만 비난도 많았다.
또한 최근에 방영되는 <수상한 삼형제>, <천사의 유혹>, <아내가 돌아왔다>, <보석비빔밥> 등이 막장드라마 계보를 잇고 있으며 일정한 시청률을 획득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래서 2009년 한해는 "막드=시청률 보증수표"라는 공식이 더욱 공고히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방송사는 비난에도 꿋꿋하게 막장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으며, 작가들도 본인 작품이 비난을 받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막장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분명 있다. 조금이나마 변명하자면 자극적이고 상투적인 내용과 전개이지만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며, 그 재미를 뿌리치기가 어렵다. 그러한 측면에서 막장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제공하니, 그리 비난 받을 것도 아닐 수도 있다. 드라마가 꼭 교훈을 주어야 하는 의무는 더욱이 없으니 말이다. <아내의 유혹>을 예로 들면 빠른 전개와 상투적이지만 통쾌한 복수극은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막장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사랑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비난은 비난대로 시청자로부터 외면 받은 작품이 있다. 바로 일일드라마 <밥줘>가 그 예이다. <밥줘> 또한 불륜과 복수극으로 아줌마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였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스토리와 극중 출연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등이 비상식선을 넘어서 한편의 사이코드라마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진행으로 작품성은 말할 것도 없고, 재미면에서도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사실상 복수가 시작될 쯤 시청률이 상승세를 탔지만 지나친 내용에 시청률이 하락하더니 급기야 조기종영을 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올해 막장 드라마가 모두 인기를 끌었지만 <밥줘>는 유일하게 비판과 시청률 면에서고 고전한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막장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비난이 많았지만 동시에 재미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 찬반양론이 엇갈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재미를 추구하기보다 우리의 삶과 호흡할 수 있는 이야기로 충분히 재미와 작품성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작가와 함께 제작진이 알았으면 한다.
착한 드라마 막장드라마 본을 보여주다!
2009년 한해는 막장드라마가 인기의 최고봉을 달렸다면 상대적으로 착한드라마가 인기를 끌어 묘한 대비를 이룬 해였다. 이른바 교훈적인 드라마는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오히려 이러한 교훈적인 이야기는 지친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은 안겨다주었다.
이러한 착한드라마에는 자극적인 전개, 극단적인 캐릭터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선한 소재 혹은 실험적인 소재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흔히 접해왔던 드라마 소재에게 극단성과 선정성을 뺀 무공해 소재를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 <가문의 영광>과 <찬란한 유산>이다. 두 작품 모두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대한민국의 기틀이라 할 수 있는 대가족 제도를 찬양까지 아니지만 고독한 현대 사회를 탈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가문의 영광>은 종가를 배경으로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모습을 통해 상실된 인간성 회복에 초점을 두었다. 종가 하만기네 사람들의 착하고 예의범절과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모습을 통해 졸부 이천갑네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외롭고 허기진 이 사회에서 잠시나마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찬란한 유산>도 마찬가지다. 3대가 모여 살고 있지만 이들 가족의 모습은 전통적인 가족의 질서정연한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돈이 많은 할머니 밑에 그들은 풍요롭게 삶을 살기 위한 것으로 선택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장숙자 회장은 가족들에게 드디어 칼을 꺼내 일을 해야만 집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천명한 뒤부터 다른 가족들이 고난의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곧 찬란한 유산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처럼 착한드라마는 색다른 소재는 아니지만 자극적인 것에 싫증이 난 시청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경기 속에서 힘들어 하는 대한민국의 마음을 가족이라는 근원적인 울타리로 어루만져 주었다. 그래서일까, 이들 드라마 모두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국민드라마로서 거듭났다.
악녀들이 안방극장으로 호령하다
2009년 한해는 유독 악녀들이 많이 등장해 드라마의 인기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아내의 유혹>에서 민소희, 신애리를 비롯해 <하얀거짓말>의 신정옥 회장, <밥줘>의 차화진, <내 사랑 금지옥엽>의 서영주 등 다양한 악녀들이 등장했다. 여기에 <선덕여왕>의 미실까지 그야말로 안방극장은 악녀들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지금 열거한 이들 중의 <선덕여왕> 미실을 빼놓고는 하나같이 눈을 부라리는 것은 물론 악을 질러대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악녀의 모습이 많았다. 특히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 고성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었고, <내 사랑 금지옥엽>의 서영주의 폭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밥줘>의 차화진은 악녀가 아닌 사이코처럼 제 정신을 못차리는 듯한 뻔뻔함으로 일갈해 시청자들로부터 원성을 산 캐릭터이다. 사실상 악녀 캐릭터를 맡다보면 비난도 듣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이 지지를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은 하나같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이들 모두 악녀로서 단순히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선악구도와 권선징악을 보여주고자 함일 뿐 악녀에게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들이 악을 쓰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고자 애를 쓴 이유에 대한 타당한 설명이 없다. 다만 결론을 내릴 쯤에 "그들의 과거가 이러했다" 정도로 언급해주고 무조건 시청자들이 이해하라는 식으로 맺다보니 설득력이 없었다.
다만 올 한해 최고의 악녀를 꼽으라면 바로 <선덕여왕>의 미실이다. 그녀는 사담화를 연모하듯 신라를 사랑해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덕만은 경쟁대상이었다. 그리고 덕만에게도 미실은 성장할 수 있는 경쟁대상으로서 오히려 악녀라고 하기엔 조금 어색할지도 모른다.
또한 그녀가 한 행동들은 충분히 덕만이를 제거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이 덕만이와 경쟁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했을 뿐 계략을 꾸미거나 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갖지 못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 포기하며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특히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신라를 백제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당당하게 죽음을 택한 것이다. 대부분 악녀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에 비하면 미실의 죽음은 그야말로 의연한 모습이었다.
중견 연기자 업! 스타급 다운!
2009년도 드라마의 또 하나의 특징은 스타급 연기자들의 활약은 저조한 반면 중년 연기자들의 안방극장 점령이 대단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스타급 연기자들이 대거 안방극장에 진출했던 해이다.
<에덴의 동쪽> 송승헌을 시작으로 <카인과 아벨>의 소지섭, <신데렐라 맨>의 권상우, <스타의 연인>의 최지우, <남자 이야기>의 박용하와 <시티홀>의 차승원과 김선아, <태양을 삼켜라>의 지성, <파트너>의 이동욱과 김현주 등이 브라운관을 채웠다.
하지만 <에덴의 동쪽>은 2008년도에 시작한 만큼 송승헌을 제외한다면 성공한 스타는 <카인과 아벨>의 소지섭, <시티홀>의 차승원과 김선아, <파트너>의 이동욱과 김현주 정도이다. 그나마 시청률면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사람은 소지섭을 제외한 나머지는 작품성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을 뿐이다.
또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타급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성적을 거두어야만 했다. 특히 <신데렐라 맨>의 경우 한류 최정상이라 부르짖는 권상우지만 시청률에서는 참패했으며, <스타의 연인>에 출연한 최지우도 마찬가지이다. 두 한류스타의 시청률은 10% 미만이었다.
올인 2로 일컫는 <태양을 삼켜라>도 기대에 못 미쳤다. 물론 이들 작품들 중에서 대진운이 나빴던 점도 있지만 그만큼 한류스타 혹은 A급 스타지만 그에 걸맞는 신뢰도나 연기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물론 <아이리스>에 이병헌이 스타 체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시청률이 낮을 뿐더러 여전히 연기력이 논란이 되는 스타가 많았던 것이 더 큰 문제로 남게 되었다.
반면 중년 연기자들은 안방극장을 점령하며 주인공으로 나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들이 많다. 우선 <미워도 다시 한번>은 박상원, 최명길, 전인화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어느 누구도 시청률에 성공하리라 장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성공을 이루어 냈다.
또한 <하얀거짓말>에서 김해숙은 악녀로 변신하며 그야말로 김해숙의 김해숙에 의한 김해숙을 위한 드라마였으며, 아침드라마로 이례적으로 시청률 1위를 하는 등 선전을 펼쳤다. 더불어 어느덧 중년 연기자에 들어선 <선덕여왕>의 미실로 분한 고현정도 드라마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그녀의 죽음 이후 시청률이 점점 하락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이순재는 황혼로맨스를 펼치며 야동순재와 다른 꽃중년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1위로 뽑히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스타급 연기자들과 달리 오랜 경력과 연륜으로 연기력 면에서 절대적인 신뢰도가 높으며 연기력에 대한 논란 자체가 없어 우리 드라마의 현실을 다시 한 번쯤 되돌아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스타작가 이름 값 못해
2009년도 마지막 드라마계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바로 스타 작가들이 이름 값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에 반해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이들도 많지만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빅히트작을 내놓은 작가들이 그저 체면치례를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랑해 울지마>의 박정란 작가는 <행복한 여자>, <노란 손수건>, <소문난 여자> 등 빅히트작을 내며 특히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가지만 <사랑해 울지마>는 평균작에 그쳤다. 시청률 면에서는 MBC 일일 드라마 부활에 선봉에 성공했지만 명품드라마에서 막장드라마로 변질되기도 했다.
또한 <태양을 삼켜라>의 최완규 작가도 전작 <올인>에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으며, <남자 이야기>의 송지나 작가도 작품성에서는 인정을 받았으나 흥행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방영되고 있는 임성한 작가의 <보석비빔밥>은 논란은 없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시청률을 올리며 평균작 수준이다.
더불어 워낙 주말드라마가 KBS가 잘되다 보니 대진운으로 버티고 있는 문영남 작가의 <수상한 삼형제>, 9시로 변경되어 <선덕여왕>을 피해 인기를 얻은 김순옥 작가의 <천사의 유혹> 모두 명성에 걸맞는 시청률을 올리고 있지 않다.
이러한 모습은 사실상 스타 작가이지만 발전하지 못한 작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히트>를 내놓았다면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자신의 작품과 비슷한 작품을 내놓기보다는 새롭게 도전한다는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아이리스>를 대상으로 비교적 선전을 펼친 <미남이시네요>의 홍정은 홍미란 작가도 <쾌도 홍길동>과 다른 내용에 도전하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점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보석비빔밥>과 <수상한 삼형제>를 쓴 임성한과 문영남 작가는 자신들이 이미 썼던 전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내용을 조금 달리해 내놓았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논란만 있을 뿐 정작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스타작가들도 안일한 집필보다는 새롭게 도전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2009년 한 해 동안 드라마계에는 여러 가지 트렌드가 담겨 있다. 하지만 막장드라마와 스타작가들의 안일한 제작은 여전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들과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 등장해 2010년 한국 드라마계의 전망을 조금이나마 밝게 해주었다.
물론 요일별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방송사가 나뉘는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어느 한 방송사가 독주하지 않고 시청자들이 방송사와는 상관없이 좋은 드라마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09년 드라마의 트렌드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보자.
막장드라마, 최고의 전성기 구가
▲ 막장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알린 <아내의 유혹> ⓒ sbs
올해 초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아내의 유혹>과 <내 사랑 금지옥엽>은 막장드라마로서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며 방영 시기에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이들은 막장드라마인 동시에 국민드라마가 되었지만 비난도 많았다.
또한 최근에 방영되는 <수상한 삼형제>, <천사의 유혹>, <아내가 돌아왔다>, <보석비빔밥> 등이 막장드라마 계보를 잇고 있으며 일정한 시청률을 획득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래서 2009년 한해는 "막드=시청률 보증수표"라는 공식이 더욱 공고히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방송사는 비난에도 꿋꿋하게 막장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으며, 작가들도 본인 작품이 비난을 받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막장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분명 있다. 조금이나마 변명하자면 자극적이고 상투적인 내용과 전개이지만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며, 그 재미를 뿌리치기가 어렵다. 그러한 측면에서 막장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제공하니, 그리 비난 받을 것도 아닐 수도 있다. 드라마가 꼭 교훈을 주어야 하는 의무는 더욱이 없으니 말이다. <아내의 유혹>을 예로 들면 빠른 전개와 상투적이지만 통쾌한 복수극은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막장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사랑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비난은 비난대로 시청자로부터 외면 받은 작품이 있다. 바로 일일드라마 <밥줘>가 그 예이다. <밥줘> 또한 불륜과 복수극으로 아줌마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였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스토리와 극중 출연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등이 비상식선을 넘어서 한편의 사이코드라마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진행으로 작품성은 말할 것도 없고, 재미면에서도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사실상 복수가 시작될 쯤 시청률이 상승세를 탔지만 지나친 내용에 시청률이 하락하더니 급기야 조기종영을 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올해 막장 드라마가 모두 인기를 끌었지만 <밥줘>는 유일하게 비판과 시청률 면에서고 고전한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막장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비난이 많았지만 동시에 재미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 찬반양론이 엇갈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재미를 추구하기보다 우리의 삶과 호흡할 수 있는 이야기로 충분히 재미와 작품성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작가와 함께 제작진이 알았으면 한다.
착한 드라마 막장드라마 본을 보여주다!
▲ 착한드라마로 좋은 평가를 받은 <찬란한 유산> ⓒ SBS
이러한 착한드라마에는 자극적인 전개, 극단적인 캐릭터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선한 소재 혹은 실험적인 소재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흔히 접해왔던 드라마 소재에게 극단성과 선정성을 뺀 무공해 소재를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 <가문의 영광>과 <찬란한 유산>이다. 두 작품 모두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대한민국의 기틀이라 할 수 있는 대가족 제도를 찬양까지 아니지만 고독한 현대 사회를 탈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가문의 영광>은 종가를 배경으로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모습을 통해 상실된 인간성 회복에 초점을 두었다. 종가 하만기네 사람들의 착하고 예의범절과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모습을 통해 졸부 이천갑네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외롭고 허기진 이 사회에서 잠시나마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찬란한 유산>도 마찬가지다. 3대가 모여 살고 있지만 이들 가족의 모습은 전통적인 가족의 질서정연한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돈이 많은 할머니 밑에 그들은 풍요롭게 삶을 살기 위한 것으로 선택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장숙자 회장은 가족들에게 드디어 칼을 꺼내 일을 해야만 집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천명한 뒤부터 다른 가족들이 고난의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곧 찬란한 유산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처럼 착한드라마는 색다른 소재는 아니지만 자극적인 것에 싫증이 난 시청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경기 속에서 힘들어 하는 대한민국의 마음을 가족이라는 근원적인 울타리로 어루만져 주었다. 그래서일까, 이들 드라마 모두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국민드라마로서 거듭났다.
악녀들이 안방극장으로 호령하다
▲ 유달리 2009년 안방극장에서는 악녀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 imbc, sbs
하지만 지금 열거한 이들 중의 <선덕여왕> 미실을 빼놓고는 하나같이 눈을 부라리는 것은 물론 악을 질러대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악녀의 모습이 많았다. 특히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 고성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었고, <내 사랑 금지옥엽>의 서영주의 폭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밥줘>의 차화진은 악녀가 아닌 사이코처럼 제 정신을 못차리는 듯한 뻔뻔함으로 일갈해 시청자들로부터 원성을 산 캐릭터이다. 사실상 악녀 캐릭터를 맡다보면 비난도 듣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이 지지를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은 하나같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이들 모두 악녀로서 단순히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선악구도와 권선징악을 보여주고자 함일 뿐 악녀에게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들이 악을 쓰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고자 애를 쓴 이유에 대한 타당한 설명이 없다. 다만 결론을 내릴 쯤에 "그들의 과거가 이러했다" 정도로 언급해주고 무조건 시청자들이 이해하라는 식으로 맺다보니 설득력이 없었다.
다만 올 한해 최고의 악녀를 꼽으라면 바로 <선덕여왕>의 미실이다. 그녀는 사담화를 연모하듯 신라를 사랑해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덕만은 경쟁대상이었다. 그리고 덕만에게도 미실은 성장할 수 있는 경쟁대상으로서 오히려 악녀라고 하기엔 조금 어색할지도 모른다.
또한 그녀가 한 행동들은 충분히 덕만이를 제거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이 덕만이와 경쟁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했을 뿐 계략을 꾸미거나 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갖지 못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 포기하며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특히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신라를 백제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당당하게 죽음을 택한 것이다. 대부분 악녀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에 비하면 미실의 죽음은 그야말로 의연한 모습이었다.
중견 연기자 업! 스타급 다운!
▲ 중년연기자와 스타급 연기자의 희비가 교차하며 안방극장에 중년 연기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 imbc
<에덴의 동쪽> 송승헌을 시작으로 <카인과 아벨>의 소지섭, <신데렐라 맨>의 권상우, <스타의 연인>의 최지우, <남자 이야기>의 박용하와 <시티홀>의 차승원과 김선아, <태양을 삼켜라>의 지성, <파트너>의 이동욱과 김현주 등이 브라운관을 채웠다.
하지만 <에덴의 동쪽>은 2008년도에 시작한 만큼 송승헌을 제외한다면 성공한 스타는 <카인과 아벨>의 소지섭, <시티홀>의 차승원과 김선아, <파트너>의 이동욱과 김현주 정도이다. 그나마 시청률면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사람은 소지섭을 제외한 나머지는 작품성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을 뿐이다.
또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타급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성적을 거두어야만 했다. 특히 <신데렐라 맨>의 경우 한류 최정상이라 부르짖는 권상우지만 시청률에서는 참패했으며, <스타의 연인>에 출연한 최지우도 마찬가지이다. 두 한류스타의 시청률은 10% 미만이었다.
올인 2로 일컫는 <태양을 삼켜라>도 기대에 못 미쳤다. 물론 이들 작품들 중에서 대진운이 나빴던 점도 있지만 그만큼 한류스타 혹은 A급 스타지만 그에 걸맞는 신뢰도나 연기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물론 <아이리스>에 이병헌이 스타 체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시청률이 낮을 뿐더러 여전히 연기력이 논란이 되는 스타가 많았던 것이 더 큰 문제로 남게 되었다.
반면 중년 연기자들은 안방극장을 점령하며 주인공으로 나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들이 많다. 우선 <미워도 다시 한번>은 박상원, 최명길, 전인화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어느 누구도 시청률에 성공하리라 장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성공을 이루어 냈다.
또한 <하얀거짓말>에서 김해숙은 악녀로 변신하며 그야말로 김해숙의 김해숙에 의한 김해숙을 위한 드라마였으며, 아침드라마로 이례적으로 시청률 1위를 하는 등 선전을 펼쳤다. 더불어 어느덧 중년 연기자에 들어선 <선덕여왕>의 미실로 분한 고현정도 드라마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그녀의 죽음 이후 시청률이 점점 하락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이순재는 황혼로맨스를 펼치며 야동순재와 다른 꽃중년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1위로 뽑히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스타급 연기자들과 달리 오랜 경력과 연륜으로 연기력 면에서 절대적인 신뢰도가 높으며 연기력에 대한 논란 자체가 없어 우리 드라마의 현실을 다시 한 번쯤 되돌아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스타작가 이름 값 못해
▲ 올해 스타작가들이 체면치레를 할 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 kbs
<사랑해 울지마>의 박정란 작가는 <행복한 여자>, <노란 손수건>, <소문난 여자> 등 빅히트작을 내며 특히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가지만 <사랑해 울지마>는 평균작에 그쳤다. 시청률 면에서는 MBC 일일 드라마 부활에 선봉에 성공했지만 명품드라마에서 막장드라마로 변질되기도 했다.
또한 <태양을 삼켜라>의 최완규 작가도 전작 <올인>에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으며, <남자 이야기>의 송지나 작가도 작품성에서는 인정을 받았으나 흥행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방영되고 있는 임성한 작가의 <보석비빔밥>은 논란은 없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시청률을 올리며 평균작 수준이다.
더불어 워낙 주말드라마가 KBS가 잘되다 보니 대진운으로 버티고 있는 문영남 작가의 <수상한 삼형제>, 9시로 변경되어 <선덕여왕>을 피해 인기를 얻은 김순옥 작가의 <천사의 유혹> 모두 명성에 걸맞는 시청률을 올리고 있지 않다.
이러한 모습은 사실상 스타 작가이지만 발전하지 못한 작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히트>를 내놓았다면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자신의 작품과 비슷한 작품을 내놓기보다는 새롭게 도전한다는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아이리스>를 대상으로 비교적 선전을 펼친 <미남이시네요>의 홍정은 홍미란 작가도 <쾌도 홍길동>과 다른 내용에 도전하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점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보석비빔밥>과 <수상한 삼형제>를 쓴 임성한과 문영남 작가는 자신들이 이미 썼던 전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내용을 조금 달리해 내놓았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논란만 있을 뿐 정작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스타작가들도 안일한 집필보다는 새롭게 도전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2009년 한 해 동안 드라마계에는 여러 가지 트렌드가 담겨 있다. 하지만 막장드라마와 스타작가들의 안일한 제작은 여전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들과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 등장해 2010년 한국 드라마계의 전망을 조금이나마 밝게 해주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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