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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예견되는 돌다리 빨리 보수 되었으면

대전 도솔공원과 도안신도시 사이 갑천에 놓인 돌다리 기울어져 있어 위험

등록|2009.12.01 14:14 수정|2009.12.01 14:14

▲ 돌이 평평하면 이렇듯 겅중겅중 걸어도 위험하지 않을 겁니다. ⓒ 임윤수


징검다리라고 해도 좋고 그냥 돌다리라고 불러도 정겹습니다. 맑은 물 졸졸졸 흐르는 개울을 징검징검 건널 수 있게 띄엄띄엄 놓여진 돌다리를 만났습니다. 돌다리가 없었다면 멀리 돌아가거나 바짓가랑이 둥둥 걷어 올리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를 참으며 건너야 하겠지만 이렇듯 돌다리가 놓여있으니 징검징검 건너기만 하면 됩니다. 

돌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가 콧노래만큼이나 경쾌합니다. 콧노래를 부르다보면 맺히는 콧방울을 닮은 물풍선도 이따금 생겨납니다. 그러고 보니 물이야말로 역마살 인생입니다. 흐르고 또 흐르는 것이 물이고, 흐르다 멈추면 생병이라도 나듯 썩어버리니 분주하게 떠돌아야만 하는 게 물의 일생이며 운명인가 봅니다.

역마살이 운명이고 생명인 물을 옭아매듯 가둔다고 하니 4대강사업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 걱정입니다. 4대강을 살린다는 국책사업이 자칫 사대강사업(死大江 事業), '강을 크게 죽이는 사업'으로 귀결될까봐 걱정입니다.

▲ 아빠로 보이는 어른이 가랑이가 짖어지도록 다리를 벌리고 아이들을 건네 줍니다. ⓒ 임윤수


▲ 아빠가 기울어진 돌을 건너 줍니다. ⓒ 임윤수


▲ 위험한 곳을 건넌 아이들이 편안하게 돌다리를 건넙니다. ⓒ 임윤수


이런 생각 저런 망상을 펼치며 반듯반듯하게 놓여있는 돌을 거리낌 없이 건너던 발걸음이 움찔하며 멈춰 섭니다. 돌 하나가 기우뚱 기울어져 있습니다. 처음에야 반듯하게 놓았겠지만 개울바닥이 파이며 돌이 기울어지고, 돌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다 보니 사이가 벌어져 웬만한 걸음으로는 건널 수가 없습니다.

날씨가 좋아 미끄럽지 않을 때는 펄쩍 건너뛰기라도 하면 되지만, 물기가 있어 이끼가 껴 미끄럽거나, 요즘 같은 때 습기가 얼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곤두박질을 치기 딱 좋은 조건입니다. 돌다리를 건너다 미끄러지며 곤두박질을 치듯 넘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끔찍합니다.

물에 빠지니 춥기도 하겠지만 잘 못 넘어지기라도 하면 이빨이 부러지거나 턱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팔목이 부러질 수도 있고, 정강이뼈를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도솔공원 서쪽, 갑천에 놓인 돌다리 기울어져 위험

지난 주 토요일, 대전시 서구에 있는 도솔산(공원)과 한참 개발 중인 도안신도시 사이를 흐르는 갑천에 있는 돌다리를 건넜습니다. 갑천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은 생각을 하며 걷기에 딱 좋습니다. 경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길이 위험한 곳도 아닙니다. 물이 흐르고,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는 조용한 산책로입니다.

▲ 돌다리를 건너는 가족이 단란해 보입니다. ⓒ 임윤수


▲ 돌다리를 건너는 가족의 모습이 평화롭습니다. ⓒ 임윤수


성큼성큼 다가가 조마조마한 발걸음으로 건넌 돌다리에서 잠시 멈춰서 있으니 한 가족인 듯 보이는 네 명이 돌다리 쪽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더니 그들 역시 기울어진 돌다리 앞에서는 멈춰 섭니다. 아이들 발걸음으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지 아빠로 보이는 어른이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다리를 벌리고 서서 아이들을 하나 하나 건네줍니다.

기울어진 돌을 건넌 아이들은 다시 겅중겅중한 발걸음으로 돌다리를 건넙니다. 누구나 건널 수 있는 돌다리에 복병처럼 숨어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빤히 보이도록 들어 내놓고 위협이라도 하듯 위험과 사고를 예견하고 있는 갑천의 징검다리가 하루라도 빨리 안전하게 보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물이 죽으면 새들도 죽을 겁니다. ⓒ 임윤수


▲ 새들에게도 징검다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임윤수


기울어진 돌다리를 반듯하게 놓는 건 역마살이 운명인 물길을 막는 것도 아니고, 꼬불칠 만큼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닐 겁니다. 어떤 사람들이 말하던 떡값도 아닌 껌값 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 작지만 빨리 서둘러야 할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대전광역시 서구청의 현장 확인과 신속한 조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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