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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된 애마를 폐차장으로 보내며

나의애마여 안녕

등록|2009.12.01 15:47 수정|2009.12.01 15:47
오늘 내 곁을 10년간 지켜준, 16년차 애마 '프라이드'가 제 수명을 끝내고 폐차장으로 갔다.

10년전 동생의 차를 얻어서 타기 시작했다.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기름만 먹여주면  군소리 없이 나를 따라 주었던 차가 견인차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온다.

지난 10년 간 젖 먹이던 우리 아이들은 벌써 초.중학생이 되었다. 내 머리카락은 벌써 하얗게 탈색이 되어 50대로 가고 있다. 내 차는 한결같이 날 태워 주리라고 생각을 했지만 나이는 아무도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부산에서는 눈 오는 날 제동거리를 측정한다는 이유로 무작정 차를 몰고가 빙판에 미끄러지며 횡단보도 안전대를 박고 핸들이 10도 정도 돌아가며 중경상을 입은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아버지 죽음을 확인하고 장례식장까지 눈물 흘리며 차를 몰고 간 기억 등은 가슴 한 편 기억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차가 나이를 먹으면서 조그만 고장들은 늘 있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이도 나이인데 프라이드는 이제 버리고 조금 더 큰 차로 바꾸어야 하지 않겠니.."라는 말을 몇 년 전부터 들었다. 20년은 무리없이 탈 수 있을 것이라는 똥배짱(?)으로 타고 다녔지만 올해 초 정부가 내놓은 노령화된 차를 신차로 바꾸면 할인 혜택이 많다는 말에 솔깃하기도 했다. 봄에 양가 부모님의 대장암수술비로 몇 백만원이 날아간 탓에 내 운명은 이 차 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지난 추석 고향 마산에서 오다가 기어가 잘 안 들어가고 차가 제 속도를 못내는 걸 보며 내 마음은 많이 흔들렸다.

동내 카센터와 정비공장에 가보니 이젠 차가 많이 노령화되어 고쳐봤자 돈만 날리니 다른 차를 사라는 말을 들었다. 공장에 부탁을 하고 두 달 정도 탔는데 운전하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

지난주 공장에서 괜찮은 중고차가 나왔다 해서 가서 가보니 소나타였다. 10년된 중고차를 보러 가는 도중 거리를 다니는 많은 차 중에 소나타가 많이 보였다. 나의 간사함인가 생각이 되었다.

이번주 수요일에 차를 폐차하기로 하고 새차를 타려고 했다. 11월 30일 드디어 주인의 변심을 아는지 차는 스스로 모든 동작을 중단했다. 보통 시동이 안 걸리면 보험회사에 전화를 한다. 잭을 연결하면 1분도 안되어 '부렁부렁' 거리며 차가 움직이는데 어제는 20분 이상 잭을 연결해도 전혀 반응이 없다. 강제시동으로 혹시 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말에 처음으로 뒤에서 힘껏 밀어보았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드디어 그 직원으로부터 "자신도 모르겠다며 이젠 차를 떠나 보내야한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학교 마치고 온 딸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그 차가 아빠 마음을 알고 삐친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 아침에 이젠 헤어짐을 위해 차 구석구석을 뒤지니 온갖 쓰레기에서 나의 10년 동안의 추억이 되살아 나는 듯 했다.

이제 이 차는 폐차장의 고철로 변해 있을 것이다. 나의 애마여 !! 이젠 안녕
덧붙이는 글 MBC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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