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행정구역 통합 인센티브는 반강제적 통합 의도한 것"

유낙근 경상대 교수 '경남지방분권협의회' 강연... "행정 개편하면 중앙정부 종속 우려"

등록|2009.12.02 15:58 수정|2009.12.02 15:58
이명박 정부가 행정구역 통합(개편)을 추진하면서 지역마다 갈등을 빚고 있는 속에, 행정구역 개편이 되면 중앙정부 종속이 우려되고, 지방자치 지향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특별교부세'에 대해서도, 용어만 인센티브이지 실제로는 반강제 통합 의도이고, 인센티브 역시 지자체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낙근 경상대 교수(정치행정학부)는 2일 오후 합천 해인사관광호텔에서 열린 경남지방분권협의회의 '2009 지반분권 관계자 워크숍'에서 "바람직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방안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 유낙근 교수. ⓒ 경상대


유 교수는 행정구역 개편의 당위론부터 따졌다. '교통수단의 발달'에 대해, 유 교수는 "생활권과 행정권이 괴리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자녀의 교육문제 등의 이유로 중심 도시에서 거주하면서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수단의 발달'에 대해,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능력을 구현하고 있는 이 시점에 행정의 능률 측면에 한정하여 본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또 '주민생활 욕구의 변화'에 대해, 그는 "주거지, 일터, 여가생활, 사회활동 등의 범위가 다양하게 전개되어 개인의 생활권 동선과 행정서비스 영역 간의 괴리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당위론을 반박했다.

유 교수는 통합을 하더라도 그야말로 자율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낙근 교수는 "행정구역개편은 국가의 근간을 고치는 중대한 문제로 주민의 공동체의식을 신중히 고려하고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좌우되기 쉬운 정치권이 행정구역 개편을 주도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기본원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몇 개의 시·군을 묶어 이른바 '통합광역시'를 만들고 도(道)를 약화 내지 폐지하려는 구도는 세계화시대의 치열한 지역간 경쟁에서 지방의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시대역행적 개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며 "오히려 분절된 소규모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효율이 높다는 이론적 경험적 연구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군 통합을 하향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반대"

유낙근 교수는 "현행 지방행정체제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치권에서 제안하는 것처럼 시·도를 폐지하거나 무력화시키고, 대대적인 시· 군 통합을 하향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면서 "생활구역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로 인한 주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경계조정이나 부분적 구역개편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행정구역 개편의 문제점에 대해, 그는 "현재의 통합은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지역의 정서적·문화적·지역적 역사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많고, 통합시는 도를 분할하고 그 역할을 약화시키는 신중앙집권적 성격이 아주 강하다"며 "현행 행정구역개편은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의 종속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 지향의 가치 훼손'도 우려했다. 그는 "통합시는 풀뿌리 지방자치의 이념을 훼손할 우려가 많다"면서 "기초단체는 주민 가까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대 목표인데 거대한 통합 자치단체는 주민 거주지와 시청사 간 먼 거리 등으로 행정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거론되는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유 교수는 '반(反)공동체적 지방자치'이고, '경비절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으며, '통합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 쉽지 않다'고 보았다.

유낙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행정구역개편의 강력한 유인책인 행정ㆍ재정적 인센티브는 오히려 행정비용 절감이라는 구역개편의 목적과는 단기적으로 상치되며,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의 총합이 삭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1995년의 시ㆍ군 통합의 정책적 목적은 행정비용 절감,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일치, 도농 간 균형발전이었지만 많은 연구결과가 통합시 중에는 오히려 행정비용이 증가하고 도농 간 격차가 심화되거나 지역성장이 정체된 곳도 있는 실증적 자료가 있다"고 설명했다.

"MB의 밀어붙이기식 행정구역개편 추진은 문제"

행정구역 개편 과정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통합자치단체 설치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구역개편 논의들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며 "통합 대상과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틀의 제시 없는 통합논의는 정략적으로 밀실에서 논의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앙정부는 현재 통합이 논의하는 지자체들에 대한 세밀한 분석 작업을 거친 후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그 기준과 틀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중구난방식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통합은 오히려 지방자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며, 지역감정, 재정력, 주민여론 등을 감안해 정확한 통합 심의기준을 시급히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유낙근 교수는 '중앙 권한의 지방이양 원칙이 먼저 확립되어야 할 것'과 '장점만을 강조하는 논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인센티브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행정구역 개편에 의한 통합이 거론되는 지역이 10곳 안팎에서 20여 곳으로 급증했다"며 "통합시 과정에서 타의에 의해 배제돼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지자체의 반발이 있을 것이고, 이는 지역감정과 지역 간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낙근 교수는 "광역 시·도의 기능 전환과 행정구역통합은 주민 여론을 포함한 다양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최적의 대안을 도출한 뒤 최종적으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면서 "현재의 실상은 주민들 의견을 무시하는 MB(이명박)의 밀어붙이기식이며 이러한 행정구역개편 추진은 많은 문제점들을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