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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의 중심' 한상률 전 국세청장 소환조사 받을까?

검찰 "'학동마을' 그림 구입 지시 확인"... "꼬리 자르기 수사?" 우려도

등록|2009.12.03 10:11 수정|2009.12.03 13:59

▲ 지난 2005년 9월 22일 오후 국세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이주성 청장(오른쪽)이 전군표 차장(왼쪽), 한상률 조사국 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주성 전 청장(15대)과 전군표 전 청장(16대)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한상률 전 청장(17대)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값비싼 그림을 상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국세청장을 사퇴하고 지난 3월 미국으로 출국했다(자료 사진). ⓒ 권우성


"그림을 본 적이 없다."

지난 1월 '그림로비 의혹'이 불거졌을 때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의 해명이다. 하지만 한 청장의 당시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국세청의 한 직원이 한 전 청장의 지시를 받아 문제의 그림인 '학동마을'을 구입한 뒤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 전 청장은 '학동마을' 그림을 구입해 상납했나?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은 전임 청장 부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인 이아무개씨가 지난 1월 "2007년 초 당시 차장이던 한 청장이 국세청장이던 남편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선물했다"고 언론에 폭로한 것.

한 전 청장을 둘러싸고 '경주 골프회동사건'과 '그림로비 의혹' 등이 잇따라 터지자 청와대쪽에서는 "한 청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버티다 결국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하지만 검찰은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한 전 청장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이 본격화되던 지난 3월 15일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했다.

한 전 청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나흘 뒤인 3월 19일 참여연대가 검찰에 수사촉구서를 냈다. 참여연대는 "한 전 청장이 뇌물로비와 인사청탁을 한 정황이 있는데도 검찰이 아직도 수사착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6월에는 민주당이 한 전 청장과 함께 전군표 전 청장을 고발하고 나서야 그림로비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에 정식으로 배당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기 때문에 수사는 진척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안원구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의 폭로 이후 수사를 진척시키던 검찰은 한 국세청 직원으로부터 "한 전 청장이 '학동마을' 그림 구입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 전 청장의 측근 인사인 장아무개씨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한 전 청장의 심부름으로 내가 직접 갤러리에 가서 '학동마을' 그림을 구입한 뒤 이를 한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청장이 '학동마을' 그림 구입을 지시하고 구입 비용까지  지급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검찰은 이 그림이 전군표 전 청장 부인의 주장대로 '인사로비용'이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한 전 청장 소환조사 불가피... 일각에선 "꼬리 자르기" 지적도

한 전 청장이 '학동마을' 그림 구입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미국에 체류 중인 그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에서도 자진귀국, 범죄인 인도 청구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안원구 국장의 폭로 이후 한 전 청장에게 자진귀국을 종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로비 의혹과 관련, 한 전 청장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명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검찰 조사도 있고 해서 지금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하지만 검찰이 한 전 청장을 소환조사하더라도 조사범위를 '그림로비 의혹'으로 한정할 경우 안원구 국장이 폭로한 ▲정권 실세에 유임을 청탁했다는 의혹 ▲태광실업 기획세무조사 의혹 ▲10억 원 전달 시도 의혹 ▲안원구 국장 사퇴 압력 의혹 등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안원구 국장의 폭로 이후 '그림로비 의혹' 수사를 진척시키고 있는 것도 결국 '안원구 폭로 파문'이 청와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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